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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발견

[밑줄]

 

+750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쳐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세상의 치약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요? 저는 그것이, '평소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751

짜냄의 시대에 굴하지 않고,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752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우리의 인생은.

 

+753

톨스토이는 소설 <전쟁과 평화>를 쓰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가장 감동적인 글은 필자가 말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당시의 상황을 보여줄 때 나온다 

 

+754

 

내가 읽는 이의 감정을 짜내는 글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시간을 들이기 전에, 부사와 형용사 뒤에 숨으려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거든요. 아이디어를 내면서 자꾸 뭔가를 더하고 싶을 때, 가끔씩 톨스토이의 저 문장을 떠올립니다. 멋진 것이 떠올랐다면,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말자.

 

+755

본격적인 카피 쓰기에 앞서, 저희 팀 임주혁, 오하림 카피라이터와 함께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이들을 설명할 만한 문장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756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것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집니다

 

+757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몇 번 쓰고 나면 다시 깎아야 하는 원시적인 필기구를 왜 굳이 쓰냐고. 저는 대답합니다. 깎기 번거로워서, 호흡을 고를 수 있다고. 예전에 중요한 카피를 쓸 때면 칼로 연필을 직접 깎았습니다. 지금은 게을러져서 그 정도의 정성을 기울이지는 못하지만, 대신 연필깎이를 돌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100m를 뛰기 전에, 심호흡 하는 느낌으로요.

 

+758

어떤 것이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렇게 '지식'은 사라졌지만 '태도'는 남았네요. 생각의 힘으로 살아가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세상을 만나는 일련의 '태도'들

 

+759

새로운 세계는 항상,

우연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760

빅데이터의 추천은 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추천은 나의 '기존'을 견고하게 하지만, 영역을 확장시켜주진 못합니다.

'깊이'에는 관여하겠지만, '넓이'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죠.

 

+761

제 손을 떠난 원고가 책의 형태를 띠고 제게 도착하던 날을 기억합니다. 설렜지만, 실은 조바심도 생겼습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일까?' 알 길이 없었죠. 처음이니까요. 내가 판단할 수 없으니 남의 표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62

생각해보니, 살면서 만난 인생의 문장들은 늘 간결했습니다. 하지만 간결한 것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리더들과 함께 일을 해보면 늘 지시가 명확했습니다. 내가 다음 회의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그들은 선명하게 그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그 위치에 서자, 쉬운 지시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쉽게 지시할 수 있었습니다.

 

+763

깊게 이해하고 쉽게 설명하자. 이런 글을 쓰자. 오래 생각하게 되는, 그러나 쉽게 읽히는 글을 쓰자. 그리고 인생의 길 위에서 가끔 만나는 쉽고 간결한 물건들과 생각들에 마음껏 박수 쳐주자. 쓰는 이의 쉬움을 위해서는, 반드시 만드는 이의 어려움이 있을 테니까.

 

+764

누구의 손에도 답은 없다.

그러니 묻는 것이 부끄러울 이유도 없다

 

+765

주장들의 홍수 속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누구의 손에도 답은 없다. 각자 손에 작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들고,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전체 퍼즐의 모양을 추측하고 있는 중이다.' 

 

+766

시간을 이기는 관계는 없습니다. '만날 사람은 만나겠지.' 그런 것 없습니다. 건물이 풍화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인간관계는 삭고 녹이 습니다. 그러니 의지가 개입되어야 합니다. 제가 믿고 있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이다.'

 

+767

우리는 무언가의 디테일 하나에 마음을 뺏기고,

그것을 사랑할 100가지 이유를 찾고 있는지도 몰라

 

+768

한 광고의 퀄리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본인은 '보조 출연자들'이라고 본다고요. 동의합니다. 광고 제작비를 줄여야 한다면, 보조 출연자의 출연료부터 낮추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아무래도 보조 출연자는 화면에서 눈에 덜 띄는 요소이니까요. 출연료가 낮아지면 출연자들의 연기력이나 경험치도 부족하기 쉽습니다. 냉정한 현실이죠. 거꾸로 생각하면, 보조 출연자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광고라면, 다른 모든 것들에도 당연히 신경 썼을 겁니다.

 

+769

리더의 제1능력은 '동기부여력'이다

 

+770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을 때 비로소 양질의 생각이 나옵니다. 해야하는 일이 되어버리면 딱 해야 하는 수준만큼의 생각만 나옵니다.

 

+771

과잉의 시대일수록 안목입니다.

안목을 장착하되, 남의 관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고요.

부정은 생각을 한 발짝도 나아가게 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하나의 생각만이 옳은 회의실에서는, 회의실에 들어올 때와

나올 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란 거의 보지 못했어요.

'배척'에는 에너지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772

어디에나 사람 기죽게 하는 천재들은 있죠. 재즈의 주류가 아닌 일본이란 곳에서, 자신만의 컬러를 담아 주류에는 없는 매력을 뿜어내는 작업들. 그리고 그렇게 비주류가 또 다른 주류가 되는 장면은 언제나 멋지고, 변방의 크리에이터인 저 같은 이에게도 희망을 줍니다.

 

+773

음악도 그렇습니다. 음악 외적인 것으로 사랑받았던 음악은, 그 '외적인 것'이 사라짐과 함께 초라해집니다. 결국은, 무엇이든 그것이 해당하는 분야의 본질에 얼마나 닿아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이런저런 생각 끝에, 요즘은 그날 떠오른 문장을 조금 고쳐보는 중입니다.

'누구나 흘러간 노래가 된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흘러간 뒤에도 멋지다'

 

+774

때론 문장이 좋은 내비게이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에 담아둔 몇 개의 좋은 문장들이

살면서 방향을 잃었을 때 덜 헤매게 하고

더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래, 그런 말이 있었지' 떠올리고 나서는

혼란스럽던 머리가 선명해지던 문장.

저를 달뜨게 만든 문장.

필요할 땐 차가운 합리주의자로 만들어준 문장.

문장을 쌓아두는 건.

저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과감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별수 있나요.

눈에 띌 때마다 줍고, 간직하는 수밖에요.

 

+775

오늘 아침 달린 5킬로미터의 트랙 중 가장 먼 구간은,

침대에서 현관문까지의 거리이다. - 나이키

 

+776

사람은 물과 같아서,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호수가 되기도, 폭포가 되기도 한다 - 박웅현

 

+777

망치를 들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망치를 들고, 세상 모든 것을 못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성공해봤으니까, 잘한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모든 문제를 '잘하던' 방식으로 해결하려 들죠. 

 

+778

0.5퍼센트 안에 드는 작품을 목표로 해라

그래야 5퍼센트 안에 드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 존 헌트(John Hunt) TBWA CD

 

+779

대단했던 아이디어도 깎이고 변형되어 원래의 빛을 잃어가곤 하죠. 그러니 처음부터 대단하고 놀라운 꿈을 꿔야 겨우 봐줄 만한 결과물에 닿는다는 얘기를 그는 하고 있던 겁니다.

 

+780

요즘은 제 직업에 대해 종종 생각합니다. CD라는 일은, 예측이 되면 불리한 직업입니다. '저 사람에게 가면 저런 결과물을 얻게 될 거야'라는 예상이 된다는 건, 내용이 대충 그려지는 영화를 보러 가는 일과 같을 겁니다. 실패의 확률은 적겠지만 가슴이 두근거릴 일도 없겠죠.

 

+781

낮을 만드는 건 충분한 밤이죠. 쉼표가 없으면 문장이 엉망이 됩니다. 우물에게도 차오를 시간은 필요합니다. 동물들은 크게 다치면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혀로 상처를 핥으며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길 가만히 기다린다고 하죠. 우리는 생각을 멈춰야 비로소 전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무'가, 결코 무용하지 않은 거죠.

 

+782

아침 일찍 일어난 헤밍웨이는 매우 집중하며 자신의 독서대 앞에 선다. 그리고 꼼짝 않고 서서 일하면서 이쪽 발에서 저쪽 발에 무게중심을 바꾸기 위해서만 약각 움직일 뿐이다. 작업이 잘 진행될 때는 흥분한 아이처럼 땀을 뻘뻘 흘리기도 하고, 예술적인 기운이 잠시 사라지면 초조해하고 비참해하기도 한다. 스스로 부과한 규율의 노예가 되어 정오 무렵까지 계속 작업을 한다. 정오가 되면 옹이가 많은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서서 수영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매일 800미터 정도 수영을 한다. - [작가란 무엇인가]  헤밍웨이의 인터뷰 중

 

+783

소설을 쓸 때는 네 시에 일어나서 대여섯 시간 일합니다. 오후에는 10킬로미터를 달리거나 1.5킬로미터 수영을 합니다. (둘 다를 할 때도 있고요) 그리고 나서 책을 좀 읽고 음악을 듣습니다.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들지요. 이런 식의 일과를 변함없이 매일매일 지킵니다. - 같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 중

 

+784

여러분이 청소기를 산다 칩시다. 아마 사고 싶은 청소기의 후보들이 몇 개 있을 겁니다. 고르기가 쉽지 않겠죠.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멋진 디자인? 뛰어난 성능? 아니면 싼 가격? 내 선택은 간단합니다. 일단 청소기를 사기 위해 내가 지불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합니다. 어느 물건이든 그 당시의 지갑이 허락하는 범위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범위 내에서 가장 비싼 걸 사십시오, 그러면 오랫동안 후회가 없습니다. 살 때는 약간 빠듯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절대 그 소비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785

'오늘은 글 따위 못 쓰고 돌아가도 괜찮아.'

그날 저는 평소의 시간 속에 숨겨진 보석을 만난 거죠. 보석을 만난 순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생각지도 못하던 생각을 정리해놓은 문장을 만나는 날이면, 경외와 질투가 반반씩 섞인 감정으로 그 생각들을 가둬둔 글자들의 조합을 한동안 바라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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