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승의 날
멘토 HJ께 식사를 청한다
영등포 덕원식당에서 난생 처음 먹는 방치살을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식당이라곤 있을 것 같지 않은 공업사들 사이
비릿한 철가루 냄새가 가득한 골목길 어귀에 자리한 덕원식당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후 3년을 팔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고생했다는
아주머니의 넉살이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는 홀에 울린다
이렇게 만난 자리엔 늘 옛 얘기가 풍성하다
HJ는 어린애마냥 눈을 빛내며 젊은 날을 얘기하신다
그 젊은 날이 눈부신 건지, 그의 눈빛이 눈부신 건지
암튼 뭔가 빛나는 시간 같아 술맛이 돈다
그러면서 멘티 HJ가 스승의 날이라고 보내온 꽃다발이 생각나
존경하는 선배와 생각해주는 후배가 다 있으니
참 좋구나 싶어 몰래 흐뭇해하며 불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