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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밑줄]+2360여행을 일상의 탈출로 보는 의견에 반대한다. 그보단 차라리 매 순간 여행자의 태도로 살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선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361아도르노는 진정한 불의는 맹목적으로 자신을 정의로, 타자를 불의로 설정하는 장소에 있다고 말했지. 그 여름에 내가 너를  불의의 세력으로, 나를 정의의 세력으로 내 맘대로 결론 내린 것 미안해. +2362한때 BBC 방송국의 피디였던 조지 오웰은 에세이집 의 '시와 마이크'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에서 청취자는 어차피 어림짐작이지만 '단' 한 사람 같은 존재다. 수백만이 듣고 있을 수도 있지만, 각자 혼자 듣고 있거나 작은 그룹의 일원으로 듣고 있으며, 그 각자는 방송이 자기에게..
나의 아저씨 [밑줄] +2356 잘 쓰려고 하면 영점 조준이 잘못된 것이다. 인물을 아끼고 사랑하자. 사랑이 다 한다. +2357 달이 또렷이 뜬 밤길을 걷는 날이면 숨마저 다른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쨍하고 환한 햇빛보다는 제 몫만큼 발하는 달빛이 좋았다. 달에게서 느껴지는 묵묵함에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사람들이 해가 아닌 달에게 소원을 빌고 마음을 기대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 아닐가. 지안의 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제자리에서 고요히 빛을 내는 존재. 동훈은 그런 달을 닮은 사람이었다. 동경하는 인간상. 해처럼 온 세상을 비추진 않지만 묵묵히 주변을 비추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지안의 인생에서 처음 마주한 달 같은 사람. 감히 가지려는 욕심 내지 않을 테니 그곳에 머물러주..
아무튼, 메모 [밑줄] +2331 아이들이 참 놀라운 말을 하더라. 인간이 아무리 괴물처럼 보여도 인간은 천사라는 거야. 그런 음악을 만들고 그런 노래를 부르니까. +2332 빈 공간에 단어를 써놓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나는 그 단어들을 여행의 단어들이라고 불렀다... 내가 왼편에 얼마나 멋진 문장들을 옮겨 썼든 나의 삶은 오른쪽 페이지에 아직 완전히 쓰이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 엉성한 생각들은 좀 더 정교해지고 정확해지다가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야 했다. +2333 메모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2334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지금과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다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우리가 가치를 두는 ..
단순한 열정 [밑줄] +2324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325 나는 또한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태연함과 그것이 내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터무니없는 비중에 크게 놀랐다. +2326 그 사람은 천천히 옷을 입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그 사람이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고, 양말을 신고, 팬티와 바지를 입고 나서 넥타이를 매기 위해 거울 앞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재킷만 걸치면 저 사람은 떠나겠지. 나는 나를 관통하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 +2327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밑줄] +2306 어떤 밤, 꽃이 진 자리라던가 달빛이 모여있는 자리를 걸으면 다리가 순식간에 휘청거리곤 했습니다 +2307 가만히 흘러가는 하루 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동공은 이 대용량의 끝없는 장면을 어떻게 저장하나 놀랍다. 심장은 이 영화를 어떻게 한평생 제멋대로 재생하나 놀랍고. +2308 산책은 살아있는 책이라 산책인가 밤공기 속에 누가 이토록 숨 쉬는 문장을 숨겼나 +2309 숲은 자연의 심장이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아래로도 맥박이 뛰었다 +2310 전나무 꼭대기에서 보았지 오늘이 처음 착륙하는 자세를 +2311 이곳엔 막 도착한 딱새가 밤이 눈동자를 디디곤 다시 날아올랐다...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2312 오래전부터 손톱 밑에는 아무도 모르는 당신이 박힌 까닭에 +23..
별별명언 [밑줄] +2264 '온전', 이 단어가 성경에서는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누가복음, 6장 22절)에서 '성하면'으로 번역되었다. 즉 눈의 '초점이 맞으면' 제대로 빛을 볼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여러 겹의 이미지들을 갖고 있다. 그런데 초점을 잃으면 그 이미지들은 제각기 따로 보일 테고, 그 결과 우리는 그 여러 이미지들을 좇다 인생은 더욱더 복잡하게 꼬인다. +2265 야속한 상대방이 15분만 확보해 줬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짧았을 지는 몰라도 분명 감격스러웠을 것이고, 또 그 여운은 남은 생을 버티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호라티우수(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8)의 명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시간을 지키지 못한 우리의 후..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밑줄] +2218 여전히 인간에게는 정체가 분명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선호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분석 도구와 큰 차이는 없다. 이들 역시 사람들이 뭘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사려 깊게 묻는 것으로,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고 여긴다. 요컨대 우리의 의사결정이 '의식적인 수준', 적어도 그와 유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오판의 여지를 안고 있다. 즉 현대 비즈니스 문화의 정수 안에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뇌,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생각 프로세스를 분석해야 한다는 '가설'이 뿌리내리고 있다. 바로 이러한 가설 때문에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번번이 헛수고만 거듭하고..
씩 데이터 THICK data [밑줄] +2171 인류학은 공감과 선입견 없는 관찰, 총체적 접근을 통해 감춰진 이면을 포착함으로써 인류가 현재 어디로 가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갈지 통찰을 얻는 학문이다. +2172 문화 상대주의적 시각이란 나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보는 것을 가리킨다. +2173 한국 시장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국 시장은 경쟁이 극심하다.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필립모리스의 비전은 '담배 연기 없는 미래 Smoke-Free Future'다. 이를 위해 10년간 13조 원을 쏟아부어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개발했다. 그런데 아이코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 리딩 경쟁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했다. 그뿐 아니라 이후 평균 7개..
우리를 배반한 근대 [밑줄] +2041 역사의 진실은 희망과 환멸 사이, 아니면 기대와 두려움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2142 나는 근대를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형성되어 그 이후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가치(그리고 제도)가 지속된 시대'라는 뜻으로 쓰려한다 +2143 에리히 프롬은 고독과 무력감으로 불안해할 때 누군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더라도 불안을 없애준다고 약속하면 자유에서 벗어나 그 관계 속으로 도피하거나 복종으로 도피하는 강력한 경향이 생겨난다고 보았다. +2144 근대의 사회체제는 개인을 발달시켰지만 개인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고, 자유를 증대시켰지만 새로운 종류의 의존을 낳았다. +2145 독립된 자아는 도덕적, 공동체적 유대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만의 ..
언어의 무게 [밑줄] +2092 글쓰기는 새로운 사람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확성과 이해를 만들어낸다. 또는 그런 착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언어에 운이 좋은 사람은 스스로를 향해 눈을 뜨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시간을 경험한다. 시의 현존이라는 시간이다. - 페드루 바스쿠 드 알메이다 프라두 1903, 리스본 +2093 여행 가방 바퀴들이 포장석 위를 굴러가며 덜컹거렸다... 레이랜드는 창가 우묵한 벽감에 앉아 건너편 집을 바라봤다. +2094 사람들은 아마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고 기대하겠지.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니까. +2095 "때가 되면 이 편지를 당신에게 주라고 단단히 이르셨습니다. 이게 진짜 유산이라고 하셨지요." "서명할 때 커다란 확대경을 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밑줄] +2089 장소 하나 바꾸는 것이,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마치 꿈을 잊는 것처럼 깨끗이 잊어버리게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은 기여를 한다면, 그거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 칼 필립 모리츠 [안톤 라이저] +2090 반면에 일상적인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섬세한 움직임에는 호감이 간다. 이를테면 적절한 순간에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꺼내는 이별의 몸짓, 단호한 대답을 대신하는 정중하면서도 공감이 묻어나는 얼굴 표정, 종업원이 건네주는 거스름돈을 돌려줄 때의 근사한 제스처. +2091 "우리는 꿈은 거의 안 꿔요." 존 포드가 대답했다. "꿈을 꿔도 금방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평소에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때문에 꿈속으로까지 가져갈 게 없죠."
문장과 순간 [밑줄] +2068 "공중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게 책이다." - 민음사 박맹호 회장 흩어지는 말과 순간을 잡아놓는 게 글이다 +2069 그렇다. 뫼르소는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감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뫼르소에게 감각할 수 없는 죽음이, 죽음 이후의 세계가 중요했겠는가? +2070 "도스토예프스키보다 품 안의 고양이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던 장 그르니에를 떠올리게 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기억하게 한다. +2071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