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Reading

(117)
일의 감각 [밑줄]+2604제게는 좋아하는 것을 '디깅'하는 저만의 순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하나 사고 싶으면 오랜 시간 자전거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첫 시작은 가장 비싼 자전거, 하이엔드 브랜드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전문가용과 보급형으로 시장을 구분해서 찾아보고, 단계를 내려가며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집요하게 찾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전거 커뮤니티의 댓글을 살펴봅니다. 또 그 분야의 잡지를 찾아서 광고까지 빠짐없이 봅니다. 이런 방식의 좋은 점은 해당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내 소비만을 위한 거라면 추천받은 특정 브랜드만 살펴봐도 충분합니다. 반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새로운 기획과 감각적인 아이템을 찾고 싶다면 사람들이 시장을 보는 방식을 알고 거기에 공감할 ..
은유의 힘 [밑줄]+2582시인이 할 일은 이름이 없는 것의 이름을 부르고, 부정한 것을 가리키며, 자세를 바로잡는 것, 그리고 논쟁을 시작하고, 잠들기 전까지 이를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다. - 살만 루슈디 +2583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천둥은 번개가 번쩍인 것을 공표한다"고 썼다. 번개가 먼저 번쩍이고 그다음 천둥이 울린다. 번개가 생이라면 천둥은 시일 테다... 멕시코 시인의 저 문장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아울러 이 문장은 사실의 전달을 넘어서는 하나의 은유로 오롯하다. 은유라는 한에서 이 문장은 사실을 넘어서는 사유를 무한 확장하는 힘을 갖는다. 나는 시가 생성되는 핵심이 '은유'라고 보았다. 시는 말의 볼모이고, 시의 말들은 필경 은유의 볼모다. +2584시는 말의 춤, 사유의 무늬, 생명의 ..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밑줄] +2518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_톨스토이설사 패배자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기만의 가치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내 눈에는 훨씬 더 재밌고 멋져 보였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후 존 버거('아들이 정직할수록 어머니의 걱정이 줄어드는 사회'를 꿈꾼다니,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이상인가?)라든지 휘트먼, 러셀, 조지 오웰 같은 남성 작가나 패티 스미스, 타샤 튜더, 피나 바우쉬 같은 여자들을 내 인생의 뮤즈이며 선생으로 흠모하게 되면서 내 취향은 더욱 공고해졌다. +2519결국 취향이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호나 규율이 아무리 방해해도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재밌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찾아내어 그것들과 함께 삶을 더 잘 즐기기 위한..
필경사 바틀비 [밑줄]+2517I would prefer not to하고 싶지 않습니다
리타의 정원 [밑줄]+2491새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을 것이에요.거기에서부터 당신의 정원이 시작되는 거예요. +2492도심을 비추던 해가 붉은 옷깃을 끌며 사위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게서 더 멀리 떠나가는 것들을 이렇게 혼자서 바라보곤 했다. +2493사슴뿔 같은 고목의 자태와 산천의 벗겨진 얼굴도, 가슬가슬 메마른 들판의 품도 봄바람이 스친 자리엔 초록이 물들고 살이 올랐다... 자연의 혼이 바람을 일으켜 인간의 혼을 깨우는 기운이 생동하는 계절이었다. +2494바람이 불 때마다 잎새에 빛이 산란했다. 그들은 저마다 다양한 각도로 햇빛을 충전하고 있었다. +2495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한들 눈으로 바라보는 색감, 그리고 그 풍경을 덧입힌 감정과 분위기까지 잡아낼 수 있는 카메라는 마음 하나밖에 없는 듯했..
마이너코드러브송 [밑줄]+2487사랑한단 말에 회유될 가벼운 마음이 우리의 오늘을 살게 하지 +2488옆 사람의 숨소리는 여행지에서 듣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나란히 눕습니다. +2489매일 하는 생각은 충동이 아니라고 말했다.문득, 무엇이 충동이고 무엇이 열망이지 너무 정확하게 알아버려서 +2490슬픈 일이 있는 얼굴은 그냥 안아주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너무 한낮의 연애 [밑줄]+2483그전까지는 양희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흥밋거리이고 이야깃거리였는데 오늘 이렇게 되니 모든 세상에서 오직 양희만이 관심사가 되었다. +2482"오늘도 어떻다고?""사랑하죠. 오늘도."필용은 태연을 연기하면서도 어떤 기쁨,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불가해한 기쁨이었다. +2483하지만 그런 낮의 시간을 지나면, 맥도날드에서 나오면, 양희와 헤어지면, 양희의 외모나 한심스러움, 생기 없음, 무기력함, 가난에 대한 은근한 경멸이 껌의 뒷맛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도 다음날 정오가 되면 사랑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484양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면 질려갈수록 필용의 말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졌다. 어떤 한계까지 올라 찰랑찰랑거리면서 파탄의 전조를 만들어내는데..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밑줄] +2467나가려고만 하면집에서의 시간이 소중해진다.나가려고만 하면. +2468앤디 워홀이 그랬던가요. 기대하지 않는 순간 얻게 된다고. +2469늘 그렇지만 난 뭔가 좋아지면 그걸 잃을 걱정부터 하는 놈이니까. +2470너는 너라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런 말을 하지.나는 나라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해.우리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인데왜 네 기준을 함부로 남에게 적용하는 거니. +2471새로운 인연이 내게 새로움을 줄 수 있을까.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가면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472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 지 너무 오래되었지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살아온 내가 어느 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
최애, 타오르다 [밑줄]+2460여기에서는 내가 차분하고 야무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통하듯이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실제 자신과는 조금씩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반쯤 픽션인 나로 참여하는 세계는 따스했다. +2461나루미처럼 도중에 다른 쪽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최애가 사라지면 다른 최애는 새로 찾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 평생 영원히, 내 최애는 우에노 마사키뿐이다. 그만이 나를 움직이고, 나를 불러주고, 나를 받아준다. +2462솔직히 대사는 달달해서 낯간지럽지만, 그 고지식한 마사키가 어떤 표정으로 녹음했을지 상상하면 재미있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아무리 추워도 호흡이 가뿐해져요...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공식적으로 착취당하며 즐겁게 사는 요즘입니다. +2463평소처럼 엄마나 나..
재즈의 계절 [밑줄]+2437몇 번의 계절을 지나면서 저는 재즈가 단지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 혹은 정신에 가깝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악기들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재즈 밴드의 음악들은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대화하는 자세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일지 가르쳐 주었죠. +2438모든 것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요.사랑과 마찬가지로. +2439제 생각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이고,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 허비 행콕 Herbie Hancock계획에서 벗어났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삶에서 소중한 것으로 바꾸어 보자는 이야기. +2440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인간은 ..
가벼운 고백 [밑줄]+2412쇠약해진 후로, 어머니는 TV 드라마에 좀 더 몰두했다. 화장실에 가려고 방을 나서면, 마루의 TV 앞에 앉아 졸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한다. "앉아서 주무시지 말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선잠에서 깬 어머니가 대답한다. "졸고 있을 때가 행복해." +2413실수의 깨달음은 부고처럼 언제나 늦게 온다. 인생의 오타는 왜 나중에 보이는 걸까. +2414비밀을 알려주듯 노인들은 말하지, 무조건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오늘 꿀은 오늘 빨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을 나서는 거다. +2415정말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난 눈물이 나서 말 못 할 거 같은데. +2416일정한 경지에 오른 운동선수들은 특별한 기대를 품지 않고 매일의 운동 루틴을 따른다. +2417내게도 자제력이 있다는 증거로서, 가끔 음..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밑줄] +2394인간은 필요하면 거의 모든 것에서 원하는 바를 찾아낸다. 외로운 영혼이 건설 현장 덤프트럭에서 심리적 위로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따뜻한 손길이 그립다 보면 녹슨 포클레인에서도 따쓰함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동양 고전에서 무엇을 찾아내든 상관없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문제는 그것을 만병통치약으로 포장해서 독자들에게 팔 때 시작된다. 그러한 부류의 고전 해석은 해당 고전보다는 그 판매자에 대해서 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 덤프트럭에서 정서적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덤프트럭에 대해서보다는 덤프트럭에서조차 위안을 찾아야 하는 그 사람의 상태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는 것처럼. +2395허위의식 중 대표적인 사례는 동양 고전을 통해서 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