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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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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밑줄] +226 요즘엔 사람들이 모두 쥐새끼처럼 작아지고 약아져서 느리고 거대하며 아름다운 발자국들은 다 사라졌다는 게야. 거인이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이지. +227 좋은 정원이다.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딴청 피우듯 서있고 구석의 화단에는 자신의 계절을 조용히 기다리는 꽃이 있다. +228 식물의 뿌리처럼, 세상의 모든 비극은 자신이 발 디딘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래생은 자신이 뿌리내린 바닥을 떠나기에는 너무나 어렸다. +229 우리는 더럽고 역겹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을 결국 떠나지 못한다. 돈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가 이 역겨운 땅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그 역겨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더 황량한 세계에 홀로..
캐비닛 [밑줄] +187 우리는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삶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만한 멋진 날이 몇 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188 "버드와이저는 싸구려맥주예요." "괜찮아요. 제 인생도 싸구려거든요." +189 하하.허허.헤헤 젠장, 도무지 박자가 안맞다. 웃을 때는 다 같이 웃어야 하는데, 억지로 웃어준 티가 너무 난다. 모두들 머쓱하다. 이런 액션을 한번 취하고 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