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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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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밑줄] +2067 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한다면 곧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들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 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 죽기 직전까지도 멈추지 않을 이런 거짓말, 이 무섭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을 인사차 들렀다든지, 커튼이 어떻다든지, 오찬 자리의 철갑상어 요리가 어떻다는 따위의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같은 수준으로 격하하는 이런 거짓말, 바로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는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하고 싫었다.
옥상에서 만나요 [밑줄] +604 - 지난 한달 같은 날들이 이어지느니 여기서 멈추는 게 낫겠어.남자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았고 썩은 싱크대를 맨손으로 뜯어내며 사과했다. +605 - 내 몸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야. 지금은 너보다 마음에 들거든?2주 동안의 팽팽한 신경전 끝, 식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여자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멋진 타투였고 드레스와도 잘 어울렸다. 내 몸은 내 거야.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내 몸은 내거야. 내 마음대로 할 거고 다들 보라고 해. +606 여덟번째 여자는 칼럼니스트였다. 여자는 결혼해서 사는 삶에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때 혼잣말을 했다.- 이제 환멸에 대해서는, 웬만큼 쓸 수 있겠군. +607 여자는 고전문학 전공자였는데, 고전문학 속 영웅들이 대다수 고아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