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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순간

문장과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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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8

"공중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게 책이다." - 민음사 박맹호 회장

흩어지는 말과 순간을 잡아놓는 게 글이다

 

+2069

그렇다. 뫼르소는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감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뫼르소에게 감각할 수 없는 죽음이, 죽음 이후의 세계가 중요했겠는가?

 

+2070

"도스토예프스키보다 품 안의 고양이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던 장 그르니에를 떠올리게 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기억하게 한다.

 

+2071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페스트의 음울하고도 편견 없는 호출"

"물론 죽이라라는 완전무결한 평등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 평등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중에서

 

+2072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2073

"위대한 풍경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 장 그르니에

 

+2074

죽을 힘을 다해 피운 꽃을 내려놓고 짐짓 의연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시성이라 불리는 두보조차 거기까지는 가 닿지 못했다.

"꽃잎 하나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이 슬픔 어이 견디리" - 두보 <곡강이수(曲江二首) 중에서

 

+2075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 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2076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 연안의 티파사라는 도시에 신들이 내려와 산다고 했다. 해변에서 봄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며 한 말이다.

 

+2077

"어서 승선, 승선해.

바람이 돛의 어깨에 들어찬 가운데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자, 내 축복을 받아라."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중에서

 

+2078

밀란 쿤데라는 <커튼>에서 생의 어느 시점에 인생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2079

괴테가 "젊은이는 무리에 강하고, 노인은 고독에 강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2080

"내 생각에 자네는 관심을 끌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네. 관심을 갖는 데 시간을 투자하면 어떻겠나?"

짐 콜린스는 이 지적을 통해 자기 인생이 30초 만에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2081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오직 한 사람 키티만이 알아들었다. 그녀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마음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2> 중에서

 

+2082

부자도 빈자도, 권력자도 노숙인도, 남성도 여성도,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미세먼지가 대한민국 판사보다 훨씬 더 공평해 보인다. 각성하고 경계해야 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중에서

 

+2083

"묘사, 일시적인 것에 대한 연민, 소멸적인 것에 대한 구원" 이라는 밀란 쿤데라의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얼어붙었다. '묘사'라는 평범한 단어, 평소에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이 단어 하나에 이런 원대한 꿈이 담겨 있었나.

 

+2084

"아직 잉태되지 않은 눈들이 그것을 읽고 또 읽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필멸의 존재인 인간에게 이 얼마나 매력적인 유혹인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직 잉태되지도 않은 눈들이 나의 생산물을 읽고 또 읽으리라는 축복.

 

+2085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중에서

 

+2086

"모든 생명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때 그때 비로소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 레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중에서

 

+2087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 속에는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2088

"푸른 산 붓질 없어도 천 년 묵은 옛 그림이요,

맑은 물 현이 없어도 만년 우는 거문고"

-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2> 중에서 송나라 종경선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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