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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8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_톨스토이
설사 패배자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기만의 가치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내 눈에는 훨씬 더 재밌고 멋져 보였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후 존 버거('아들이 정직할수록 어머니의 걱정이 줄어드는 사회'를 꿈꾼다니,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이상인가?)라든지 휘트먼, 러셀, 조지 오웰 같은 남성 작가나 패티 스미스, 타샤 튜더, 피나 바우쉬 같은 여자들을 내 인생의 뮤즈이며 선생으로 흠모하게 되면서 내 취향은 더욱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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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취향이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호나 규율이 아무리 방해해도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재밌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찾아내어 그것들과 함께 삶을 더 잘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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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열망하는 '풍요'를 업신여기고 맹목적이고 냉혹한 세계의 질서를 한없이 경시하는 대신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와 순수한 해방을 사랑했던 남자, 나의 히어로 조르바가 말했다. "나도 남자인데 결혼을 안 해봤겠소? 당연히 해봤지. 아내, 집, 아이들, 완벽한 재앙이었소."
+2521
'얼씨고, 또 결혼하는구나. 절대 안 부럽다. 결혼, 그딴 건 실은 통렬한 고뇌의 세계, 너희가 사랑 그 약발의 힘으로도 어쩔 도리 없는 신음의 무도회 같은 거다. 이 갈채, 환호가 끝나기가 무섭게 도래할 계산서와 청구서를 생각해 봐라. 어때? 아마 조만간 누구는 출근을 하고 누구는 밥하고 빨래하며 근심의 포화 속으로 내키지 않는 걸음을 걷겠지. 하, 이 전형적인 형식이라니... 남잔 술집에서, 여잔 드라마에서 위로받는 밋밋한 생활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르겠어? 그러니 어서 도망쳐,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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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이 후배는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아주 그냥, 죽여주는 그래서 남자가 온몸으로 숭배해도 모자랄 만큼 매력적인 여자라는 걸. 어쩜 마음까지도 말이다. 솔직히 부럽다. 그리고 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얼마나 훌륭한 청년인지까진 잘 몰라도 사소한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믿는다. 아마 후배는 이 청년이 자신보다 주변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삶의 자세를 온몸에 문신처럼 새기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터였다.
+2523
캐서린 햅번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랑은 당신이 받고자 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당신이 주고자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2524
삶은 인간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고 또 인간은 삶에서 무엇이든 얻을 수 있네. 그러나 인간의 취향, 성향, 삶의 리듬은 바꿀 수 없어. - 산도르 마라이, <열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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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골목길마다 아침을 향해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은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를 떠나갈 때,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그 뒤엉킨 시간에 비 되어 내리는
고독은 냇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 릴케, <고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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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카스텔라의 아내에게 취향은 '남과 나를 구별 짓기 위한, 그러니까 내가 남보다 좀더 우월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잣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취향은 자기 자신을 틀 안에 가두고 주위 사람들마저 숨 막히게 할 뿐이다.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취향은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 하든 나에게 좋은 것'을 의미한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걸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2527
연인들은 서로에게 그 자체로 충분하다. 각자는 서로에게 세계 전체를 의미한다. 더이상 외부를 향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반응할 뿐이다. 상대만큼 귀중한 것은 없다. 그래서 서로의 취향이 중요한 거다. 사랑에 빠져 있는 그 길지 않은 시간 넘어서까지 서로가 서로의 취향을 자극하고 고무시킬 수 있는 상대여야 하는 거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이다.
+2528
외모의 미추를 떠나서 진정으로 못난 여자들은 자기 자신을 조금도 성장시키지 않는 여자다.
+2529
세상에서 아름다움만큼 타인의 무조건적인 호의와 야량, 특권을 가져다주는 건 없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못난 자의식에 무턱대고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은근히 적개심과 분노를 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나이가 들면서? 아니 그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예쁘면 좋지.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데!" 하면서 아예 미인들을 대놓고 편애할 정도로 관대해졌다.
+2530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낯선 이들의 동경을 불러일으킬진 몰라도 그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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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는 "양치기 고양이라든지, 사냥 고양이, 장님 길잡이 고양이, 썰매 끄는 고양이도 없다. 고양이는 명예를 걸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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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부르면 온다. 하지만 고양이는 메시지만 받고 나중에 자기가 오고 싶을 때 온다."
+2533
"여자들은 사정 안 해봤을 거다. 사정하고 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매우 졸린다. 자게 내버려둬라. 어설픈 섹스 교과서 읽고 나서 '넌 왜 후희를 안 해?' 하며 앙탈 부리지 좀 말라는 말이다. 후희는 열심히 사정한 후 스르륵 잠드는 남자에게 여자가 해주는 거다. 속는 셈 치고 해 봐라 '아무 날도 아닌데 구두 선물'이 꿈이 아니다. 만약 당신 남자친구가 섹스 후의 후희까지 열심히 해주는 사람이라면, 결혼은 하지 마라. 호르모노 분비 이상인 걸 보면 건강 상태가 안 좋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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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쇼핑의 본질은 비슷하다. 어쨌든 섹스의 쾌감이나 카드를 긁고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의 쾌감이나 비슷하다. 대신 쇼핑은 섹스보다 오래 남는다. 중고로 되팔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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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재산을 취득하고 이익을 올리는 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삶의 존재양식을 보지 못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양식을 가장 자연스러운 생존양식으로 여긴다. -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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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존재가 무의마하면 할수록,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생명을 적게 표현하면 표현할수록, 당신은 그만큼 더 소유하게 되고, 당신의 생명은 그만큼 더 소외된다. - 칼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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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은 아예 결혼을 "두 개의 자기중심주의를 하나의 합동자본으로 삼은 회사, 즉 가정이라는 회사"라고 표현했다.
+2538
"정말요? 그럼 우리 결혼할까요? 니체가 한 말이던가요? 결혼을 선택하기 전에 이런 자문을 해봐야 한다. 너는 이 여자와 늙을 때까지 함께 이야기할 자신이 있는가? 사랑은 일시적이지만, 함께 지내는 대부분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2539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난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2540
"사랑은 계절과 같아서 왔는가 하면 또 가버리는 것." 사랑이 식어 함께 지내는 일이 더 이상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때 윈난성의 여자들은 슬그머니 남자의 가방을 문고리에 걸어둔다.
+2541
취향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으로, 자기만의 감수성과 미적 직관을 가지고 스스로 재발견하는 가치관이다.
+2542
패션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는 그이지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게다가 그는 색에 누구보다 민감한 화가가 아닌가? 그의 말에 따르면 검정은 매우 엄격한 색이라 생기 넘치는 사람이 가장 질 좋은 소재와 물 흐르듯 날렵하게 재단된 실루엣으로 입을 때만 그 어떤 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아름답게 그 진가가 발휘되는 색이란다.
+2543
간혹 지나치게 독립심이 많아서 연애가 잘 안 되는 후배들에게 내가 조언하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현대의 남자들도 예쁜 숙녀에게 저녁을 사주고 답례로 가벼운 키스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니 일단 저녁을 사달라고 해라. 그럼 남자들이 좋아한다.'
+2544
오호라 통재라, 그러니 여자는 일단 예뻐야 한다는 거다. 사랑을 위해서도,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도. 물론 미모만으로는 안 된다. 패트리샤처럼 윌리엄 포크너를 읽고 간혹 화성인처럼 굴기도 하고, 담배 연기를 예쁘게 내뱉으면서 때로는 속삭이듯 이렇게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수면은 슬픈 거야. 우리를 헤어지게 하잖아." 한마디로 예쁜 여우가 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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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스스로 누구인지를 모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패션은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 - 세바스찬 호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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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게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항상 이기게 되어 있다. - <유혹자의 일기>, 키에르 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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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육체적인 매력을 발산해서 이성을 유혹해본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알 거다.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원초적인 자신감을 심어주고 성적으로 황홀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지. 한 번도 없다면 꼭 한번 해봐라. 성공할 때까지.
+2548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 있다. '사람의 아름다움은 그를 소개하는 어떤 편지보다 더 뛰어난 추천장이다'라고.
+2549
그(톰 포드)가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자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다가오거나 떠날 때 일어서주는 것이 문신을 하거나 근육을 만드는 것보다 남성들을 더 섹시하게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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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사실은 죽겠지? 힘들지? 근데 왜 맨날 죽어라 하이힐만 고집하는 거니?" Y가 인상을 구기기는커녕 싱긋 웃으며 답하길, "하이힐이 주는 긴장감이 좋아요. 게다가 전 어시스턴트들이 나약한 자존감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이힐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했다.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가슴을 파고드는 기막힌 역설이었다.
+2551
밤이나 낮이나 선글라스를 잘도 끼고 다니는 칼 라거펠트 말이다.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기 위해서 선글라스를 낀다. 선글라스를 벗으면 모든 것은 10년은 더 낡아 보인다." 콧잔등 위에 앉아 있는 그것의 인위적인 존재감이 거북살스러워서 선글라스를 잘 쓰지 않는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형광등 아래서는 모든 것이 명백하게 추해 보인다. 하지만 촛불 아래서는 모든 것이 어슴프레 아름답다. 삶이 드라마를 가지지 않는 때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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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치기 싫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냥 주저앉아 어떻게든 살아버리고 싶은 풍경들 속에서 여행자나 이방인으로서 내가 느끼는 어떤 슬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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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럽 시골마을에서 살고자 했던 건 단순히 이국적인 것에 대한 막연한 향수나 동경 때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대도시의 숨 막히는 고만고만한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기 마련인, 심지어 그렇게 조금도 아름답지 못한 곳에 살면서도 매달 은행 융자금의 압박을 느껴야 하는 삶. 그런 보통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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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철학자 마우리치오 라차라토가 출간한 책 <부채인간>에 의하면, 부채 상환, 즉 '부채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가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을 온통 지배하게 된다고 했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대출의 노예가 따로 없다.
+2555
새가 스스로 제 둥지를 만들 듯이 인간 스스로 자기 살 집을 짓는 게 맞다. 사람들 손수 제 살 집을 짓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간소한 식량을 정직하게 마련한다면 그들 속의 시심이 꽃을 피울지도 모를 일이다. 새들이 그런 일을 하면서 늘 노래를 부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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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리저리 얼마나 분주했던가?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가려고 낙오되지 않고 대학에 가려고 그다음에는 또다시 지각하지 않고 회사에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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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은 모두 다 마땅히 주의가 산만해야만 한다. 보고 듣는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는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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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겸손하게 오른발 앞에 왼발로 내려놓는다. 그렇게 계속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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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르다. 세계적인 밴드(주다스 프리스트), 저 프로들. 하얀 수염 난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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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가 있기 전 미국이 이라크에 폭탄 공격을 퍼붓고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이건 '자유문명세계에 대한 비겁한 공격이 아니라 자칭 세계의 초강대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던 그녀(수잔 손택)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미국의 공인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해 대중을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 (중략) 우리 모두 슬퍼하자. 그러나 바보가 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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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고하는 사람이 (이별을 전해 듣는 이에 비해) 얼마나 쉽게 사랑받는가? - <일방통행로>, 발터 베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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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움과 학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애리조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천식을 앓던 아이 수전 손택에게 그것은 '운명과 불운의 감옥을 탈출하여 더 큰 세계로 가는 여권'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녀는 누구보다 투쟁적으로 읽었고 세상 만 가지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에 대하여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몰두했다.
+2563
'안전제일주의자에 자존심도 별로 없어서 안 미안한 것도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럼 다 풀어진'단다(유세윤). 미안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미안하다는 소리하는 인간이 별로 없어서 분통이 터지는 나라인데 자존심 좀 없으면 어떤가? 그 정도면 훌륭하다 싶다.
+2564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재밌다기보다는 너무 멋있어서 놀랐다.(주성치) 소년처럼 맑은 얼굴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을 결코 감추지 않았고, 쿵후를 사랑하고 '어디서든 달릴 수 있는 상태'를 선호하는 사람답게 신사복 차림에도 러닝화를 신고 있었다. 자기 존재방식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2565
장 그르니에가 <섬>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그 일생이 동터오는 여명기에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고. 좀 시시한 예일 수 있으나 내 경우에는 어린 시절 구영탄이라는 캐릭터에게 흠뻑 빠져 있던 '결정적 순간'이 있었던 거다.
+2566
한 가지 잊지 말 것은 '가면은 곧 존재양식'이라고 했던 장 콕토의 말이다.
+2567
예전에 가수이며 화가이고 또 배우이면서 작가이기도 했던 김형태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나를 키운 팔할은 동경의 대상들이었습니다" 했던. 동경하고 예찬할 줄 아는 사람들은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기준에 매도되어 함부로 비참함을 느끼지 않는다.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닮고자 노력하므로 조금씩 전진한다. 그러니 기왕이면 닮고 싶은 사람들의 리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2568
"세상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는 니체의 말을 기억하자.
+2569
<저스트 키즈>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비트족풍으로 한껏 멋을 내고 거리에 나가 데모 행렬과 뒤섞인 이십대의 로버트와 패티를 보고 어느 노부인이 '예술가 커플인 것 같다'고 하자 그 남편이 대답한다. "그냥 애들이야 They're just kids"
+2570
"오늘날 같은 시대에 조용히 물러나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 방 안의 가구를 머릿속에서 새롭게 배열하는 등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과 정신력을 해칠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의 관점에서 생산력에까지 누를 끼치게 된다.
+2571
그러니까 지배계층이 인심 쓰듯 던져주는 일거리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인생을 좀더 멀리 보고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서서히 구축해 나가자는 얘기다.
+2572
"실수하는 거죠. 헬멧은 삶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할 뿐입니다. 특히나 헬멧 착용 의무화는 정말로 좋지 않은 마케팅 전략입니다. 우리는 자전거가 발명된 지 125년이 흐른 지금, 최초로 자전거는 '위험하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니까." - 마카엘 콜빌레 안데르센(The Copenhagen Cycle Chic)
+2573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전거가 레저스포츠가 아니라 일상의 교통 수단으로 자리잡기를 선망한다는 미카엘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스타링리 스피드를 넘어선 예'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2574
"목적지에 맞게 옷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들로, 자전거의 모양새는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전거의 외형보다 사람이 중요하니까요.".. 어떻게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느냐는 질문에 한 코펜하겐 여성은 이런 섹시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드레스를 입은 채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는 건 노출의 위험이 있어서 더 근사하지 않나요? 내 속옷이 보일지 말지는 바람이 정할 테니까.'
+2575
환경주의 마케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실패한 마케팅이라는 거. 환경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에 사람들이 아예 귀를 막고 있기 때문에 '자전거는 친환경적입니다'라는 말은 사실상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대신 그는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해놓고 다음과 같이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전거를 안전하고 빠른 교통수단으로 홍보한다면 사람들은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될 겁니다. 북미 스포츠산업은 자전거를 취미활동용으로 판매하는 데 수 십 년을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자전거가 스포츠만이 아니라는 것과 평상복을 입고 즐길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안착시키는 거죠."
+2576
예컨대 낮부터 술로 '떡'이 된 여자애가 사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순댓국을 끓여온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저 이렇게 술 많이 마셔서 어떡해요?" 할머니 답이 천상병 시인의 시 같다.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안 들어갈 날이 온다."
+2577
우리가 품은 선의에는 얼마간 모가 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의 가르침이 울고 흐느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랑의 가르침에 대한 반작용으로 증오의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
+2578
철학자 러셀이 그랬다. '어쨌든 좋은 삶,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기보다 큰 어떤 것에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이 우주의 작은 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큰 어떤 것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2579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낭만주의란 한마디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 사랑이라고 믿는 자들의 예술운동'이라고 하겠다.
+2580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프레더릭 바이저
"예술을 책과 연주회장, 박물관으로 한정시키고 세계를 매우 추한 곳으로 만들어버린 예술과 삶 사이의 장벽을 깨부수는 것." 그게 초기 낭만주의자들의 핵심적인 목표였다.
+2581
현실은 사랑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결코 상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고 우기며 버티면서 세상의 모든 위선과 비겁함에 맞서 싸우는 것이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낭만주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