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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La Plaisanterie

 

[밑줄]

 

+133

내가 무관심이라 불렀던 것은 실은 원한이었던 것이다

 

+134

부탁하는 일의 성격이 은밀한 것이니 그러자면 그들을 보지 못했던 그 긴 세월 위로 애써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135

나는 여자애들이 정말 끔찍하게 싫다, 젊음 속에서 잔인한 저 어린 여자애들, 마치 자기들은 언젠가 서른, 서른다섯, 마흔 살이 되지 않을 것처럼,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여자에 대해 일말의 연대감도 없는 그런 여자애들

 

+136

그러면서 동시에 침울해졌다, 아주 많이! 나는 그걸 알아보았고 순간 열기가 확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나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에게 결혼한 여자임을 환기시키자 더욱 그가 나를 갈망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 결혼한 여자이므로 나는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사람은 언제나, 무엇보다도, 다가갈 수 없는 것을 강렬하게 욕망한다, 나는 그의 윤곽에 서린 그 서글픔을 마셨고,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37

그 마지막 얼굴이 진짜였을까?...아니다. 모든 것이 진짜였다. 나는 위선자처럼 진짜 얼굴 하나와 가짜 얼굴 하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138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심리적, 생리적 구조란 너무도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삶의 어느 시기에 있어서 젊은이는 그것을 통제하는 데에만 거의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때가 있고, 그래서 그런 젊은이에게 사랑의 대상 자체, 즉 사랑하는 여인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어린 바이올린 연주자가 자신이 연주하는 동안 손을 움직이는 기법 같은 것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기법을 숙달하기에 이르지 않는 한 작품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르케타를 생각할 때 내가 중학생 아이처럼 마음이 설레었다는 말을 했는데, 그 감정은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유래했다기보다 내가 서투르고 자신감이 없었으며, 그것이 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눌러 마르케타 자체보다도 훨씬 더 내 감각과 생각들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39

이 모든 것이 내가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가 나의 지평 안에 있는 유일한 여자였다는 것, 여자 친구 없이 혼자 지내는 내 상황이 견딜 수 없었다는 데 있다.

 

+140

나는 불행했다, 오직 스무 살 청년만이 여자 없을 때 불행할 수 있는 딱 그만큼

 

+141

이 운동에서 무엇보다 나를 매혹시키고 심지어 홀리기까지 했던 것은 내 시대의 (또는 그렇다고 믿었던) 역사의 수레바퀴였다. 그 당시 우리는 정말로 사람이나 사물의 운명을 실제로 결정했다.

 

+142

우리가 맛보았던 그 도취는 보통 권력의 도취라고 불리는 것인데, 나는 그러나 (약간의 선의를 가지고) 그보다 좀 덜 가혹한 말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역사에 매혹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 위에 올라탔다는 데 취했고, 우리 엉덩이 밑에 말의 몸을 느꼈다는 데 취해 있었다.

 

+143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제 역사의 바깥에 머물러 있거나 역사의 발굽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를 이끌어나가고 만들어나가는 그런 시대를 우리, 바로 우리가 여는 것이라는 그런 환상이 있었다.

 

+144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낫다는 그 어떤 보장도 내게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과 나의 관계에 무슨 변화를 줄 수 있는가? 나 자신의 한심함을 인식한다고 해서 나와 비슷한 이들의 한심함과 내가 화해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145

오늘날 나는 그를 무엇보다, 한 젊은이로, 연기를 하는 한 사람으로 보게 된다. 어찌 됐거나 젊은이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놓는다. 그러니 그들은 허겁지겁 이런저런 형식과 모델들, 당시 유행하는 것, 자신들에게 맞는 것, 마음에 드는 것, 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 그리고 연기를 한다.

 

+146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친구이므로.

 

+147

나는 참으로 서글픈 속도로 먹어치웠다. 채 삼 분이 되었을까, 나는 다시 거리로 나와 있었다.

 

+148

시계를 보았고 내 죽은 시간이 참으로 집요한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49

내가 얼마나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가 하면, 누가 자기는 무어가 좋고 무어가 싫다는 등의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으면 그것을 절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150

인간은 믿기 힘들 만큼 그렇게 자기의 이상형대로 현실의 모양을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우물쭈물하지 않고 헬레나가 내 사람됨에 대해 내린 해석을 바로 인가(認可)했다.

 

글쎄요. 그런지도 모르지요 내가 말했다. 올곧고 투명하다 그런데 그게 어떤 거죠? 있는 그대로 살고, 자기가 원하는 것, 욕망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러면 다 아닌가요. 사람들은 규범의 노예들이에요. 누가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말해 주면 그렇게 하려고 애쓸 뿐, 그것이 뭔지 자신들이 무엇인지 절대 알게 되지 못하죠. 대번에 그들은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과감히 자기 자신이고자 해야 해요.

 

+151

여자의 생각을 다루는 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 법이다. 이성으로 여자를 설득하려 하거나, 아주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여자의 의견을 반박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자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이미지(원칙이나 이상, 신념 같은 것)를 파악하고, 우리가 바라는 그녀의 행동과 그 이미지가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궤변을 동원하여)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152

이 지상에서 하느님께 속한 모든 것은 동시에 악마에게도 속할 수 있다.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연인들의 동작까지도. 루치에에게 그런 동작들은 추악한 영역에 속하는 것이 되었다.

 

+153

너무도 집요하게(어딘가 꾸민 듯 약간 부자연스럽기도 하게) 오토 스톱에 대해서 계속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즉각 내가 지금 그녀 세대의 선언문을 듣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떤 세대 정신(이 떼거리의 교만)에의 굴종은 나는 정말 질색이다.

 

+154

내게는 언제나 너무도 현재적이고 생생한 그와 나 사이의 투쟁 위로 모든 것을 잠재우는 위무의 물결이 파도처럼 덮쳐오는 것을 나는 보았다. 시간의 물결,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모든 시대들 사이의 차이들마저 다 씻어가 버리는데, 하물며 보잘것없는 두 개인 사이의 차이는 얼마나 쉽게 씻어가겠는가. 하지만 나는 시간이 가져다주는 모든 화해의 기회에 맞서 맹렬하게 저항하였다.

 

+155

그러면서 헬레나는 그런 애송이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아주 정숙한 여자인데, 저런 어리석은 사랑에 성공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더 과격해질 것이고 주먹도 아주 빠를 것이라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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