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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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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에게 #9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 같다이렇게 살다간 죽을 것 같다'ㄴ' 하나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 다르다너 하나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 다르다
선거뉴스를 보다가 #7 평론가 신형철은 말했다 사람들은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자신은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느리게 걷자 #6 횡단보도 앞에 차가 멈춰 선 순간, 초등학생 5,6학년으로 보이는 두 여자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아이의 걸음은 한없이 여유롭고 느려서 신호등의 남은 숫자를 다 없앨 즈음에야 반대편에 도착한다 그 '느릿한 걸음과 대화'가 내 마음에 딸깍 신호를 보낸다 주위가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두 아이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그 '느림'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다음날 나도 아주 천천히 걷는 산책을 했다 바쁘게 빨리 빨리 사니까, 세월이 빨리 가는 거야 천천히 걸으면 시간도 보폭을 맞춰주지 않을까
Go high #5 심오함에서 나온 단순함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자 침묵하는 다수를 뚫고 나오는 겁없는 무지 스스로 정한 높은 기준에 못 미칠까 두려워하는 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낮은 말들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는 높게 간다
# 4 사람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이유는 나의 눈은 자신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덧 : 재미있게도 'SNS'를 한글자판으로 치면 '눈'
스승의 날 #3 스승의 날 멘토 HJ께 식사를 청한다 영등포 덕원식당에서 난생 처음 먹는 방치살을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식당이라곤 있을 것 같지 않은 공업사들 사이 비릿한 철가루 냄새가 가득한 골목길 어귀에 자리한 덕원식당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후 3년을 팔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고생했다는 아주머니의 넉살이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는 홀에 울린다 이렇게 만난 자리엔 늘 옛 얘기가 풍성하다 HJ는 어린애마냥 눈을 빛내며 젊은 날을 얘기하신다 그 젊은 날이 눈부신 건지, 그의 눈빛이 눈부신 건지 암튼 뭔가 빛나는 시간 같아 술맛이 돈다 그러면서 멘티 HJ가 스승의 날이라고 보내온 꽃다발이 생각나 존경하는 선배와 생각해주는 후배가 다 있으니 참 좋구나 싶어 몰래 흐뭇해하며 불콰해진다
Touch #2 인간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대개 3가지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보기. 듣기. 읽기 영상은 이 세가지의 의미전달 방법을 다 포함한다 하지만 인쇄된 매체는 보기와 읽기로만 가능하고 듣기가 결여된다 오디오매체는 오직 듣기로만 소통한다 정교하게 고안된 메시지(이를테면 광고)를 전달할 때 영상-인쇄-라디오의 순으로 매체파워와 비용이 높은 이유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매체는 보기. 듣기. 읽기가 다 가능하며 사용자에 의해 선택적 조합이 가능하다 심지어 이제까지 없던 '터치'라는 촉감의 감각까지 추가된다 의미전달의 가장 강력한 매체가 모바일로 점차 옮겨가는 이유다
dance dance dance # 1 '춤을 춰야지' 첫판을 형편없이 진 다음 춤을 추듯 공들이 움직여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공들을 춤추게 하는 거다' 안무가가 되어 큐대를 겨냥한다 왈츠에서 파트너를 바꾸듯 수구를 맞춘 공이 목적구를 찾아가는 궤적이 자못 흥겹다 낙승. 즐기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