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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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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충격 [밑줄] +1599 몸은 암울한 유신체제의 서울로 돌아왔지만 가슴속에는 여전히 지중해가 출렁거리고 남프랑스의 태양이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1600 "바다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바다!" +1601 교양이나 시직이나 견문을 넓히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또한 능률적이고 경제적인 여행안내에도 기여하지 않는다. +1602 청춘은 그 자체가 자기 스스로의 정당화가 된다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 특권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오면 우리들의 모든 변명에도(지혜라든가 조심성이라든가 분별 같은 것의 이름으로)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늙기 시작한다.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것들의 수가 늘어나고, 속 깊은 공포감을 안락의 방 속에 감추려 한다. 그리고 늦가을 바..
바람을 담는 집 [밑줄] +284 "나는 정의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정의가 나의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눈다면 나는 어머니의 편을 들겠다!" 여기에 카뮈의 인간적인 교훈이 있다. +285 "그러나 우리가 이대로 패배하기엔 너무나 많은 내일이 남아있다. 천치와 같은 침묵을 깨치고 퇴색한 옥의를 벗어던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유혹이 있다. 그것은 이 황야 위에 불을 지르고 기름지게 밭과 밭을 갈아야 하는 야생의 작업이다. 한 손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고, 또 한 손으로 모래의 사태를 멎게 하는 눈물의 투쟁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화전민이다. 우리들의 어린 곡물의 싹을 위하여 잡초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그러한 불의 작업으로서 출발하는 화전민이다. 새세대 문학인이 항거해야 할 정신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항거는 불의 작업이며 불의..
외면일기 [밑줄] +4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의 여정과 그때 그때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사건들, 날씨, 철따라 변하는 우리 집 정원의 모습,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 운명의 모진 타격, 흐뭇한 충격따위를 노트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이것은 내면의 일기 journal intime'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에 '외면일기 journal extime'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여보기로 한다. +5 말이 나온 김에 미셸 뷔토르의 생각을 언급해두는 것도 좋겠다. 그는 'exploration(답사)'과 'imploration(탄식)'을 서로 대립시킴으로써 나의 '외면일기'보다 더 나은 착상을 선보인 바 있었다. 전자는 발견과 획득 같은 원심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