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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츠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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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한 패배 #19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한다. 좌우대칭의 반듯한 인물구도와 아름다운 색감, 회화처럼 하나하나 계산된 미장센과 인물들의 무심한 대사처리… 연극과 만화 그 사이 어디쯤 자리 잡은 느낌이 늘 내 시각과 마음을 간지럽혔다. 근데 그의 영화를 더 좋아하게 만든 계기가 있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 영화는 한 소녀가 어느 공원으로 책을 들고 찾아가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 공원의 중앙에는 한 근엄한 남자의 흉상이 보인다. 흉상에 적힌 글은 ‘국가의 보물과 같은 작가’. 그리고 소녀의 책 제목이 보인다. 이다. 영화에서는 그냥 ‘작가’라고 언급됐던 그 남자의 이름을 나는 의 메이킹북을 통해 짐작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는 액자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로 나오지만..
어제의 세계 [밑줄] +1806 문서나 자세한 자료가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마 나의 이 책에는 이로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은 그냥 우연히 보유하고 다른 것은 단지 우연히 상실하는 그런 것이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식하면서 정리하고 쓸데없는 것을 현명하게 줄이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의 인생에서 잊어버리는 것은 모두 원래 내면의 본능에 의해 훨씬 전에 잊히고 말게끔 정해져 있다. 오직 스스로 남으려고 하는 회상만이 다른 여러 가지 회상에 대신하여 남겨질 권리를 갖는다. 그런즉 이야기하라, 선택하라, 그대 회상들이여! 나의 회상 대신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나의 인생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내 인생의 영상을 보여다오! +1807 절대로..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밑줄] +156 빛이 오고 난 뒤에도 우리가 한 번 더 이토록 캄캄한 어둠 속에 살아야 했다는 사실을 후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카스텔리오, , 1562 +157 자신의 용기에 도취된 상태로 쓰러지는 사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의 확신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고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순간에도 확고하고 경멸에 찬 눈길로 적을 응시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운명의 손에 의해 한 방 얻어맞는 법이다. 그는 죽임을 당할망정 물러서지 않는다. 가장 용감한 사람들은, 대개는 가장 불운한 사람들이다. 승리를 갈구하는 의기양양한 패배도 있다. - 몽테뉴 +158 지금까지 지구상에 단 하나의 종교, 단 하나의 철학, 단 하나의 세계관이 독재적으로 자리 잡아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