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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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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밑줄]+2360여행을 일상의 탈출로 보는 의견에 반대한다. 그보단 차라리 매 순간 여행자의 태도로 살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선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361아도르노는 진정한 불의는 맹목적으로 자신을 정의로, 타자를 불의로 설정하는 장소에 있다고 말했지. 그 여름에 내가 너를  불의의 세력으로, 나를 정의의 세력으로 내 맘대로 결론 내린 것 미안해. +2362한때 BBC 방송국의 피디였던 조지 오웰은 에세이집 의 '시와 마이크'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에서 청취자는 어차피 어림짐작이지만 '단' 한 사람 같은 존재다. 수백만이 듣고 있을 수도 있지만, 각자 혼자 듣고 있거나 작은 그룹의 일원으로 듣고 있으며, 그 각자는 방송이 자기에게..
아무튼, 메모 [밑줄] +2331 아이들이 참 놀라운 말을 하더라. 인간이 아무리 괴물처럼 보여도 인간은 천사라는 거야. 그런 음악을 만들고 그런 노래를 부르니까. +2332 빈 공간에 단어를 써놓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나는 그 단어들을 여행의 단어들이라고 불렀다... 내가 왼편에 얼마나 멋진 문장들을 옮겨 썼든 나의 삶은 오른쪽 페이지에 아직 완전히 쓰이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 엉성한 생각들은 좀 더 정교해지고 정확해지다가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야 했다. +2333 메모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2334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지금과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다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우리가 가치를 두는 ..
사생활의 천재들 [밑줄] +1424 우리를 잡았다 우리를 감옥에 넣었다 나를 벽 안으로 너를 벽 밖으로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나쁜 것은 알면서, 모르면서 자기 안에 감옥을 품고 사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다.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착한 사람들이. - , 나짐 히크멧. 이난아 옮김. +1425 씨앗에서 어떻게 과일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릴케가 에서 말테의 입을 통해서 던진 질문이기도 했던 걸로 기억나. 낯선 세상에 던져진 자의 당혹감 어린 시선으로 말테도 나처럼 궁금해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어떻게 인간이 자라날 수 있을까?를 말이야. +1426 네 책에서는 고독한 두 사람이 만나면 저항군이 되더구나. 이것은 카뮈의 말과도 같아. 고독한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반항이라고. 난 ..
마술라디오 [밑줄] +231 물건이란 것이 요상해서 살 때는 내게 꼭 정말로 필요한 것 같단 말이야. 그것만 있으면 좀 더 완벽해질 것 같은 기분 있잖아. 쇼핑이 고민 해결사, 외로움의 치유사, 계절의 전령사, 권태로운 날의 활력소, 심심한 날의 친구였지. 각종 냄비, 각종 칼, 각종 프라이팬, 그릴, 약탕기, 요구르트 제조기, 두부 제조기, 나중엔 내가 평생 단 한 번도 쓸 일이 없는 야외 바비큐 조리 기구 세트를 샀어. 나는 야외를 싫어하거든, 나는 실내형 인간이야. 그 바비큐 조리 기구 세트 박스를 거실 한가운데 펼쳐놓고 생각했어. 내가 왜 쇼핑 중독증에 걸렸을까? 사실은 나는 누군가 우리 집 벨을 누르길 바랐던 거야. 누가 우리 집 현관과 거실에 들어오길 바랐던 거야. +232 파라솔 밑에서 나는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