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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발견

인생의 발견

[밑줄]

+1051

두 사람이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교류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생성된다. 두 사람의 조합은 고독한 영혼이나 비이성적인 군중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1052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사생활을 지키려고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드러내어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기를 감추고 싶은 욕구와 가끔은 발가벗고 그대로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의제가 도출된다

 

+1053

가난은 돈이 부족하다는 뜻일 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만 간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그 어느 시대보다 풍부한 기억을 보유하고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054

사실 삶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생각할 때 과거의 경험만큼 우리를 제약하는 것도 없다.

 

+1055

나는 불일치에 대한 새로운 태도, 불일치를 좀 더 바람직하게 활용할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기술을 찾고자 한다. 민족이나 국가나 집단의 공통점에 주목하지 않고 이들을 가르는 사소한 차이에 주목해서 이런 차이가 무익하기는커녕 얼마나 생산적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056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낯선 사람과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공포와 굴복의 기록일 뿐 아니라 위험에 도전한 기록이다. 특히 호기심에 이끌려 저항한 기록이다. 호기심은 나의 나침반이고 경이로움은 나의 자양분이며 권태는 나의 골칫거리다.

 

+1057

내가 아는 한 호기심은 빛을 어둠으로 바꾸는 온갖 종류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길이고, 호기심은 문제를 미세한 분자로 분해해서 각 분자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경이로운 대상으로 만들어준다. 나는 경이로움을 소중히 여긴다. 경이로움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경계를 지우고 정반대의 것들이 반드시 서로 적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기 때문이다. 권태는 지친 자들의 신음이요, 성마른 자들의 비명이요, 희망이 사라질 때의 흐느낌이다.

 

+1058

현대에는 난해한 지식이 넘쳐나서 누구도 모두 섭렵하지 못하므로 우리 스스로 백치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취향과 언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끼리 자기들만의 세계를 이룬다. 그래서 갈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어간다. 말하자면 소통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했지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좋아하지는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를 고립된 백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줄 대화를 찾아보려 했다.

 

+1059

퇴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응할 때 삶의 의미가 생긴다

 

+1060

헛된 삶은 혼자서만 말하고 자기 의심에 사로잡히는 삶이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에 갇힐 필요는 없다. 다양한 삶을 나란히 놓으면 삶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1061

모기령이 현대의 의학과 기술의 진보, 서비스 사회, 오락산업, 복지혜택을 누렸다면 그렇게 회의적인 결론에 이르렀을까? 심리치료사와 상담사가 그의 우울증을 치료해주었을까? 보험설계사가 그의 고민은 이제껏 견뎌온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득했을까?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을까? 스팸메일이 그에게 성욕을 되찾아주겠다고 약속했을까? 어느 먼 나라의 가난을 덜어주기 위해 후원금을 내면서 양심을 달랬을까? 4년에 한 번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그와 같은 학자들은 실패했던 일을 정치인들이 해줄 것이라 믿으며 뿌듯해했을까? 혹은 마케팅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구매 내역을 남기는 식으로 불멸을 얻는 데서 만족했을까?

 

+1062

부족과 씨족과 군대가 개인에게 충성을 명령하고 개인은 집단의 하찮은 부품으로 간주되던 시대에 자서전은 문학의 비주류였다. 원자가 에너지의 주요 원천으로 밝혀지기까지 수 세기가 걸렸듯이 개인의 삶을 독립된 동력으로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63

모기령도 죽기 5년 전에 그와 같은 목표를 좇던 런던의 유명한 잡지 [스펙테이터Spectator>의 기사를 읽었다면 아마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이 잡지의 편집자 조지프 애디슨 Joseph Addison, 1672~1719은 현학자는 자기가 읽은 책 말고는 아무것도 말할 게 없고 "자신의 직업과 특정한 삶의 방식을 벗어나서는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1064

역사상 처음으로 멀리서도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한때 이방인들만 사는 줄 알았던 땅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1065

두 사람이 한 쌍이 되는 기술은 남에게 무엇을 줄지 발견하고 남에게서 받을 줄도 아는 감성을 기르는 데 있다.

 

+1066

나는 '나는 누구인가'보다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선호한다. 이 질문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자화상이 탄생한다.

 

+1067

모델을 가급적 부유하고 아름답게 그리던 화풍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존경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시도였다. 인간이 불멸을 꿈구기 시작하면서 묘석처럼 벽에 거는 근엄한 초상화가 등장했다. 개인이 심리학적 수수께끼가 되면서는, 화가는 그 미스터리를 푸는 해독자이자 그림의 대상보다 더욱 영광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이후에는 사람은 누구나 흥미로운 존재이며,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일회용이라는 믿음과 함께 즉석 스냅사진이 등장했다.

 

+1068

투명성과 정직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고 인간이란 무한히 복잡한 존재이고 겉모습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시대에는 초상화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

 

+1069

폭압적인 군주제의 유산인 국가 여권은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에 대한 모독으로 지목되어 폐기되었다. 이후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여권을 없앴다. 덕분에 19세기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인지를 자신의 말보다 더 정확히 입증해주는 공식 증명서가 없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나폴레옹 3세조차 여권은 범죄를 근절하지 못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자유 통행권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중에 간첩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여권이 부활했고, 여권은 점차 계몽이 아니라 통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1070

세상이란 우리가 각자 본 것을 말할 때, 모두가 흐릿한 횃불로 비출 때 드러나는 형체다.

 

+1071

생각은 혼자 놔두면 외롭고 무력하다. 생각은 소통을 통해 수정되어야만 남들에게도 의미 있는 생각이 된다.

 

+1072

일종의 자서전을 꾸준히 쓰는 1억 명이 넘는 블로거의 절반은 그들만의 작은 공동체 밖에서는 이해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블로거들의 독백이 자기표현의 최후의 수단일 리는 없다. 그리고 자기표현은 자유가 잉태한 최후의 자식일 리가 없다. 자기성찰이 자기이해로 가는 유일한 방법일 리가 없다.

 

+1073

괴테는 "내가 나를 안다면 도망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1074

나는 '나는 누구인가'보다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선호한다. 이 질문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자화상이 탄생한다. 혼자 가만히 앉아서 단순한 추억담이나 일화나 자기중심적인 활동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으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075

인류의 놀라운 독창성의 승리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지 못하고 뜻밖의 문제만 양산한 혁명에 의해 퇴색한다.

 

+1076

세계는 더 부유해졌고, 위생적으로는 깨끗해졌지만 누구도 양심의 가책까지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한다. 누구도 성별이나 외모, 배경, 특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가난은 더 견디기 힘들어지고, 증오는 더 강렬해진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20년 전에 메르시에 Louis-Sebastien. Mercier, 1740~1814가 쓴 이 글귀는 여전히 유효하다

 

+1077

청년이 중년이 되면 이상주의를 철 지난 옷처럼 서랍장 아래 칸에 집어넣는 것도 당연하다.

 

+1078

예이젠시테인이 대중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는 대중은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에도 과거만 돌아보면서 상상 속에 좋은 시대를 현실에 복원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1079

그런데 뮤즈는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과 접목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은 창조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남에게 관심을 갖고 모두가 다르고 놀라운 존재임을 인식하면 뮤즈를 만나는 길이 열린다.

 

+1080

"사람은 돈 주고 의무적으로 받는 서비스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 남을 돕는 것은 모든 인간의 의무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던 센이지만 이제 "자선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하나의 부드러운 충동이다. 자선만큼 우리의 영혼을 온화하게 만들어주고 희생을 가르쳐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1081

사람의 온기가 무력감을 녹일 때가 많으니까.

 

+1082

회계사는 비즈니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출현했다(19세기 중반에 나타났으니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회계사가 비즈니스의 일부가 되고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재정에 관한 결정에 관여하게 되면서 그들이 비즈니스의 세계로부터 독립적인 법관이 될 희망은 멀어졌다. 수치로는 측정하지 못하는 것들을 간과한다면 꽃다발 줄기를 세면서도 꽃송이의 아름다움과 향기는 놓치게 된다.

 

+1083

말하자면 헤이든은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다루는 법, 그런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하여 이익을 끌어내는 법, 결단을 굳건히 할 뿐 아니라 그의 야심찬 목표를 더 원대하고 풍성하게 해 줄 영감을 끌어내는 법, 싸우면서도 결실을 얻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오히려 그는 분노를 터드리면서 모두를 '적'으로 돌려세웠다.

 

+1084

역사 속에서 인간은 위협받을 때마다 이해받을 때 외부 세계에 호기심을 가져왔다. 관심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찬사다. 우리를 풍요롭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남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다.

 

+1085

나의 주 하느님, 저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앞에 놓인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길이 어디에서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주님을 따른다고 믿는 것이 곧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저의 마음만은 기쁘게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행하는 모든 일에서 그런 소망을 품게 해주십시오.

그런 열망과 무관한 일은 결코 행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십시오.

그렇게만 산다면 비록 제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주님은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실 것임을 압니다.

비록 길을 잃은 것처럼 보여도 죽음의 그늘 속에서도 저는 항상 주님을 믿겠습니다.

주님께 함께 계시기에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또한 주님은 위험 앞에 홀로 서도록 저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 자주 암송되는 이 기도문을 쓴 사람은 토머스 머튼 Thomas Merton, 1915~1968이다

 

+1086

'이단 heresy'은 원래 선택을 뜻하는 말로, 비난의 의미는 없었다.

 

+1087

물리적 차이를 언어적 차이로 대체하고 싸움을 대화로 대체하는 방법은 훌륭한 돌파구였다. 하지만 민주주의 제도에서 양당의 설전은 승자가 적을 패퇴시키는 군사 전통을 영속시키고, 민주주의를 만든 아테네인들이 바라던 이상, 곧 누구도 패배감을 느끼면 안 되고 과거의 상처를 잊고 용서해야 하며 남을 짓밟고 승리하는 것은 화합으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무능의 상징이라는 이상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1088

우리의 미래관은 과거의 지식으로 결정된다. 기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고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구성 요소다.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다.

 

+1089

"어수선한 책상이 어수선한 마음의 상징이라면 빈 책상은 무엇을 상징하겠는가?"

"권위를 경멸하는 내 죄를 단죄하기 위해 운명의 여신은 나를 권위자로 만들었다."

"세상에 알려지고도 지독히 외로운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들 나를 좋아하는 건 왜일까?"

 

+1090

프레더릭 바틀렛 Frederic Bartlett, 1886~1968의 선구적인 실험 이후 기억은 사건을 온전한 실체로 소환하는 과정이 아니라 무수히 흩어진 파편을 재구성하는 과정으로서 어쩔 수 없이 현재의 감정이나 믿음이 섞여 들어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과거를 끊임없이 재창조한다. 21세기의 가장 의미 있는 발견 중 하나는 기억을 저장하는 뇌 영역과 미래를 생각하는 뇌영역이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미래관은 과거의 지식으로 결정된다.

 

+1091

새로 습득한 취향과 계속 남아 있던 혐오감 중 어떤 것이 우리 삶을 망칠지, 아니면 독창적인 창작을 낳을지는 예측할 수없다. 우리의 싸움은 지나간 시대의 충돌하는 기억들 사이의 싸움일 때가 많다. 우리가 두 세계에서 동시에 살기 때문에 불일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한 세계는 먹고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눈에 보이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갈망과 두려움, 확신과 의심, 음악과 신화, 영성과 이상주의, 초자연적인 현상과 신성한 현상,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의 보이지 않는 세계다.

 

+1092

로마인들은 어떤 결과가 따를지 이미 예감한 듯하다. 시간의 신이자 처음과 끝의 신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하나는 과거를 돌아보고 다른 하나는 미래를 내다보았다. 야누스는 또한 갈등과 여행과 무역과 선박의 신이고, 최초로 화폐를 주조한 신이며, 비즈니스는 궁극적으로 시간을 사고파는 행위라고 일깨워준 신이기도 하다.

 

+1093

이제 시간은 돈보다 소중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도 아니고 삶의 모든 단계에서 그런 것도 아니지만, 시간을 사고파는 전통적인 방법, 곧 오늘날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 과연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질문을 던져볼 만큼은 소중하다.

 

+1094

"관찰의 가치는 관찰에 의해 통합되는 오래된 사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때 발생한다."

 

+1095

미래는 끝없는 실험의 연속이다. 불일치는 상상력에 대한 도전이다. 객관성은 충돌하는 기억이 주는 보상이다. 지식이 확장되고 해체되는 사이 이미 결정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사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불가사의가 되고, 질문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낳는다. 자유에 관한 흥미진진한 개념이 출현한다. 자유는 단지 권리가 아니라 획득해야 할 기술이다. 나만의 렌즈가 아니라 다양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기술이자 아무도 상상한 적 없는 무언가를 상상해서 아름다움이나 의미나 영감을 찾는 기술이다. 각자의 삶은 이런 자유에 대한 우화다.

 

+1096

유머만으로는 독재자를 축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머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가식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진실을 보도록 부추길 수 있다.

 

+1097

"모든 인간은 형제이고 누구에게나 결함이 있으며" 각자의 "사소한 기벽"을 발견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그는 인물을 관찰하면서 모순과 꿈과 실망이 충돌하는 지점과 거의 불가피해 보이는 실패 앞에서 발현되는 회복력을 묘사하는 데서 큰 즐거움을 얻었다.

 

+1098

"유머 작가의 재주는 사물의 우스꽝스러운 일면을 드러내는 데 있지만 그런 면을 지적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머 작가는 그것이 인류 공통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1099

마크 트웨인은 이상적인 미국인이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대중이 그의 진짜 속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 자서전을 100년 동안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근에야 공개된 그의 자서전에는 미국의 병사들은 "군복 입은 암살자들"이고 애국심은 "사기"라고 적혀 있다. 그는 솔직한 생각을 다 밝히지 못하고, 거의 모든 것을 농담으로 바꾸면서도 "나는 항상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1100

유머에는 오락이나 자기 방어나 저항을 넘어선 또 하나의 역할이 있다. 영국의 유머 발달사에서 볼 수 있듯이 유머는 진실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가르쳐준다.

 

+1101

그의 유머감각은 현실을 이해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모어의 시대 이후 삶을 좀 더 살아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사건도 많았지만 갖가지 새로운 불안이 등장하고 원래부터 도사리던 불안과 결합해서 세상을 공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지속적인 변화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고, 대도시는 외로움을 키우고, 약물은 병을 치료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위험 요인을 양산해서 건강 염려증을 키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과거의 악마와 도깨비를 대신하고, 날카로운 지성과 부도 우리의 걱정을 없애주지 못하고, 경쟁이 스트레스를 키우고, 직장의 중압감이 동료들과의 관계를 저해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화하고, 여가도 술도 충분한 보상이 되어주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난관에 대응할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1102

궁정광대는 현명한 바보로 불렸다. 그들의 역할은 '강직함을 보조하는 자', '새로 닦은 거울' 등 중국 광대들의 이름에서도 드러났다.

 

+1103

유대인 속담에 바보는 절반의 예언자라고 했다. 진실은 통으로나 날것으로는 삼키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시인이자 마술사, 음악가이자 가수였던 궁정광대들이 경구나 재담으로 노래로 불편한 진실을 전할 수 있다. 

 

+1104

한때 진실은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는 요지부동의 바위였지만 오늘날 진실은 여러 방향으로 빛을 발산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봐야 하는 다이아몬드다. 17세기 초에는 다이아몬드 세공사가 17면을 깎고 17세기 말에는 33면을 깎았지만 요즘은 144면까지 다듬을 수 있듯이, 진실도 나날이 휘황찬란해지고 수백 가지 지식 분야에서 각기 다른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사실 맨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식의 작은 한 조각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거나 지식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의 안개를 걷어내는 것이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도 없다. 궁정 광대 하나로는 어림도 없다. 한 명의 뮤즈에게 영감을 얻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1105

극작가 콩그리브 William Congreve, 1670~1729는 "유머가 있는 사람은 유머를 발산하는 데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고 여겼다.

 

+1106

유머가 있는 사람은 단순히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1107

유머 감각 Sense of humour이라는 말은 1840년에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1870년 무렵부터는 유머 감각을 바람직한 자질로 보기 시작했다. 

 

+1108

유머와 불안은 정반대 개념이 아니라 밀접히 연관된 개념이다. 두 단어는 한때 거의 같은 의미였다.

 

+1109

나는 한때 젊었고

홀로 떠돌았고

길을 잃었다.

나는 누굴 만날 때만

풍요로워진다.

인간의 기쁨은 다른 인간이다.

 

+1110

뱅과 올룹센은 의기투합하여 코펜하겐에서 350킬로미터 떨어진 유틀란트의 황무지에 공장을 세웠다. 뱅은 늘 코펜하겐 사회를 불편해하면서 피했고 런던과 베를린과 미국을 더 좋아했다. 그의 회사의 이념은 시시함을 탈피하고 기술을 아름다운 제품과 결합하고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소통하는 언어로 삼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전에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1111

덴마크 복지국가가 독창적인 이유는 처음에 복지국가를 '대중 계몽'운동의 일환으로 삼고 '대중을 위한 문화'를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선악을 구별하고 유용함과 쓸모없음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아름다운 물건, 가구, 건물을 창조하는 심미적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뱅과 올룹센은 단순한 소비와 오락의 피상성에 저항하는 세력을 자처했다. 그들은 가격보다 취향과 품질을 먼저 논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소파에 천을 씌우는 기술을 훈련받은 야콥 옌센 Jacob Jensen을 디자이너로 고용해서 덴마크 가구와 도자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아름다움의 민주화'라는 예술운동의 연장선에서 "부르주아의 허영"과 대량생산을 거부하고 일본의 소박함의 미학에 동조했다.

 

+1112

과거에는 도덕적 행동을 존경하고 난세에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과 용기를 높이 샀지만 이제는 심미적이고 심리적인 특성이 더 흥미를 끌었다. 이런 변화가 더 독창적인 이유는 태도와 감정을 담백하게 표현해서 자기를 진솔하게 밝히고 이방인을 오랜 친구처럼 대하고 "자연 그 자체만큼 자연스러운" 능력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1113

경영학의 핵심은 끊임없는 변화이지만 혁신은 잦을수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테고 청년들은 조만간 쓸모없어질지도 모를 기술을 믿지 못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무자비한 일에서 관심을 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는 보편적으로 일을 사랑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때는 사람들이 그저 타고난 팔자대로 주어진 일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일과 회사가 분리될수록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가시간이 늘어날수록 걱정할 시간도 늘어난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만이 아니라 '나는 어떤 세계를 원하는가'까지 걱정하게 된다.

 

+1114

일이 사회적 지위와 목적의식, 사회적 즐거움, 능숙한 기술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일은 왜 간신히 연명하고 세금을 내거나 대출금을 갚거나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들이거나 이웃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이방인으로 취급당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했을까?

 

+1115

일과 예술의 결별은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 Frederick Wnslow Taylor, 1865~1915가 인류에 헌정한 것이다. 그의 '과학적 관리법' 개념이 20세기 전반부에 세계의 상상력을 지배했고, 헨리 포드의 조립라인보다 더 영향력 있는 개념이 되었다. 제조업에 국한된 포드의 개념과 달리 테일러의 '정신혁명 Mental Revolution'개념은 교육과 원예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일에 적용되었다. 테일러는 인간이 어떻게 일해야 하느냐는 문제의 해답을 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초시계를 이용하여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고 가장 효율적인 작업 동작을 면밀히 연구해서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작업에 집중했을 때 해낼 수 있는 '표준 작업량'을 제시했다. 그는 작업량 달성을 고무하기 위해 임금의 두세 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제시했고,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1116

테일러는 노동자에게 주는 성과급을 점점 늘려서 노동을 극대화하도록 집요하게 밀어붙였지만 노동자들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너무 지쳐서 삶이 피폐해지고 아내가 떠나겠다고 협박한다는 말뿐이었다.

 

+1117

삶의 난관을 해결하는 데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도자는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어디까지나 실패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1118

그는 그가 설교한 미덕과 정의의 원칙을 따리지 못한 사실을 스스럼없이 인정했다. 두 가지 별개의 삶을 살았다면서 그의 이상이 보이지 않는 유혹 때문에 좌절되었다고 말했다. "내 영혼은 나의 순례길에서 이방인이었다." 야망으로 얻은 보상은 그가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뒤늦게야 경솔히 "권력을 추구하고 자유를 잃거나 남들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스스로에 대한 권력을 잃는 이상한 욕구'에 짓밟힌 삶이었음을 깨달았다.

 

+1119

영국에서는 관리자가 일곱 배 증가했고, 세계의 군대에서도 장교의 비율이 서너 배 증가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군대에서는 3분의 1이 장교이고 3분의 1이 하사관이다. 지금은 야망이 위기에 처한 시대다. 상관이 부하보다 많아서 명령을 내릴 대상이 없다. 귀족이 한없이 늘어나 능력주의 사회의 엘리트층이 된다고 해도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1120

2000년에 MIT의 한 경제학 교수가 성공의 기분을 간단히 정리했다. "갈수록 부가 개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었다. (.......) 패기를 증명하고 싶은 사람이 뛰어들고 싶어 하는 유일한 게임이다. 거대한 리그다. 게임에 나서지 않으면 자동으로 이류를 밀려난다. (......) 부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부유할수록 더 행복해진다.

 

+1121

볼테르는 "문학을 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은 실패할 때의 경멸과 성공할 때의 질시뿐"이라고 불평했다.

 

+1122

하지만 소피스트들 가운데 인내심이 부족한 일부는 인간이 쾌락과 부에 열중하고 열정과 사적인 이익에 따라 움직이므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어낼 방법만 알면 되는데 바로 설득의 기술이 마법의 도구라고 가르쳤다. (이것은 수백 년 후 '감성지능'이라는 개념으로 부활한다. 소피스트들은 성공을 가르치는 최초의 성공 전문가로서 남들이 자기를 따르도록 설득할 방법을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피스트들은 물리학과 수학이 아니라 설득의 기술에만 주목했다.(경영학과도 거리가 멀지 않다.) 그들은 권력이 감정을 통제하는 데서 나온다고 가르쳤다.

 

+1123

소피스트의 글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현대의 비즈니스 서적 저자들과 달리 그들은 후대를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로마 시대에 제2의 소피스트들이 나타났다. 로마제국을 돌아다니면서 즉흥적인 설득의 기술로 엄청난 군중을 끌어 모으며 큰 성공을 거둔 그들은 오늘날 동기부여 연설가들의 선구자격이다. 소피스트는 실용주의자이지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1124

남자들은 여전히 권력욕과 그에 대한 보상이 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믿었다. 또 실패와 굴욕을 위로받으려고 여자를 찾는 전통을 답습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1125

이케아 IKEA의 최고경영자 안데르스 달비그Anders Dahlvig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중요하고 인정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자기가 제대로 인정받고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적인 인정은 허울 좋은 외관일 뿐이고 한없이 이상화되었다가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질 때가 많다.

 

+1126

사람들이 왜 계속 타인에 대한 권력을 추구해서 정작 자신의 자유를 잃어야 하느냐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질문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1127

농업과 공업과 서비스업도 모두 대규모의 급격한 인구폭발에 의해 발생했다. 앞으로 100세 시대가 올 거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은 경력의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는 일은 긴 인생을 보내기 위한 즐거운 방법이 아니고(심오하든 허울뿐이 든 최근에 일어난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쟁자와 적을 물리치고 살아남은 우두머리 전사의 유산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채) 리더가 되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우주비행사 같은 존재가 제시하는 최근의 개념에 비해 그리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의 의미를 쓸모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과 협력하는 즐거움 이상으로, 안정이나 지위를 추구하는 대가로 받는 돈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일을 통해 자유를 새롭게 정의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이 될 수 있다.

 

+1128

사람들이 일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더 이상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덕분에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1129

성공적인 사업은 단지 경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물건이든 "영리하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열심히 홍보하면 큰 가치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을 포착하는 일이었다.

 

+1130

월 마트는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 BBDO의 설립자 브루스 바튼 Bruce Barton, 1887~1967이 전파한 서번트 리더십 Servant Leadership을 경영원칙으로 채택했다. 목회자인 바튼은 루스벨트와 뉴딜에 반대한 완고한 보수주의자의 아들이었다. 예수를 사업가로 그린 그의 베스트셀러에서는 사업은 영적인 소명이므로 고객과 판매원은 공장에서 명령을 따르는 로봇과 같은 노동자가 아니라 기독교 예배에서 다른 신자들을 돕듯이 이웃에게 봉사하고 가족이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개념을 널리 퍼뜨렸다.

 

+1131

집은 단순히 소유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편히 쉬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고민과 기쁨을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집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는 곳이자 친구와 친구가 될 사람들을 대접하는 곳이자 위험을 의식하지 않고 속내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집은 고독한 공간도 될 수 있다. 지금의 집은 모든 인간이 평생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위대한 예술품이다. 

 

+1132

한마디로 집은 문화적 건축물이다.

 

+1133

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200년 전의 영국에서는 지금보다 점포가 다섯 배나 많아서 인구 50명에 한 개꼴이었다. 하루에 손님을 두세 명만 받는 상점도 있었고 장사로는 부수입만 올리는 상점도 많았다. 런던의 상점 주인들 절반이 하숙을 쳤다. 19세기 말 프랑스 북부 마을에서는 세 집 중 한 집이 와인이나 증류주를 팔았다. 미국에서 시골 잡화점은 지역의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취급했다. 최초의 백화점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중상층의 열망의 중개소로서 콘서트와 전시회를 열고 여자들이 혼자서도 안전하게 외출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유행을 접하고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는 공공장소였다. 1881년에 "이렇게 지갑을 터는 악덕에 중독된 여자들"을 본 <뉴욕타임스>의 남자 편집자들은 "조국의 미래를 체념"했다. 하지만 1909년에 런던에 백화점을 열고 <쇼핑의 설렘 The Romance of Shopping>이라는 책을 출간한 고든 셀프리지 Gordon Selfridge는 쇼핑을 필요가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표현하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곳은 상점이 아니라 공동체다. 여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여기가 집보다 훨씬 환해서다."

 

+1134

집을 사려면 25년 동안 임금의 3분의 1을 대출금을 갚는 데 써야 하는데, 이것은 7년 징역형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집을 사는 것은 간혹 100년 이상 자손들이 대출금을 상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세습 농노제를 의미한다.

 

+1135

고층건물 호텔이 친밀한 분위기의 소규모 가족호텔에 도전했다. 호텔 경영은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직업이 되었고, 호텔 체인은 이익의 중심점으로서 단 세 기업이 약 200만 개의 방을 소유했다. '환대산업 hospitality industry'이 탄생했다. 환대가 상업화되어 친절이 곧 통화가 된 현실은 인간관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혁명이었다. 거의 모든 문명에 만연한 믿음, 누구나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공짜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1136

사실 보험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공포를 없애는 데 전념하는 종교에 가까워서 인류의 상당수가 기꺼이 정기적으로 보험회사에 헌금을 바친다.

 

+1137

은퇴는 일을 싫어한 사람에게는 해방이지만 사회활동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모욕이다. 

 

+1138

연금의 의미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연금은 19세기 말에 프로이센 지주들이 고안한 개념이다. 소작농들이 사회주의 혁명에 물들지 않도록 일종의 뇌물을 주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원래 전반적인 은퇴 개념을 거부했고, 미국의 노동조합도 반발해서 파업을 일으켰다. 노동조합에서는 어차피 빈곤층은 평생 고된 노동으로 건강이 상해서 연금을 오래 받는 사람이 드물 것이므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계층은 중산층이라는 타당한 근거를 들었다. 수명이 늘어나서 연금제도가 위기에 처한 지금은 은퇴 개념이 은퇴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인간이 100년을 산다면 40년 일하고 40년 은퇴해서 살 수는 없다. 금융 전문가가 아무리 묘안을 짜내도 모두에게 돈을 대줄 방법은 없다. 다른 뭔가가 나와야 한다. 게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젊은 세대의 절반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시대에 계속 젊은이로 남는다는 것은 불길한 의미를 띤다. 

 

+1139

르 코르뷔지에는 본명이 잔느레 Jeanneret였는데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창조해야 한다는 뜻에서 필명을 썼다. 

 

+1140

지금은 사람들에게 나이를 묻는 대신 얼마나 생생히 살아있는지, 언제부터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더 유용하다. 나이는 핑계일 때가 많다.

 

+1141

순자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배움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고, 그제야 비로소 끝난다"라고 썼다. 배움으로 인해 미화되지 않거나 배움을 분별력 있게 실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면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1142

정보 전문가들은 정보가 저장되고 처리되는 과정에 관심이 있지, 도덕적 가치는 고사하고 세세한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시를 음미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고, 그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도, 현자도 아니다. 따라서 오늘날 인간이 선조들보다 더 지혜롭지 않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지혜를 주지 않는다면 정보가 아무리 많다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누구도 지금을 지혜의 시대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1143

살아 있다는 것은 그저 심장이 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심장은 어떻게 뛰고 다른 정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채는 일이다. 삶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질병은 '생전 경직 rigor vitae', 곧 호기심을 다 태워버리고 반복적으로 무감각한 일상에 안주하는 정신의 경직 상태다. 이런 상태는 살아 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에 '사후 경직rigor mortis'보다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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