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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

[밑줄]

 

+957

"감히 한 가지 추측을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여든 살쯤 돼서 조용히 홀로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가장 내밀한 인생 스토리로

스스로에게 들려준다고 해 봅시다.

아마 그 순간 가장 간결하고 유의미한 서사는

여러분이 내린 일련의 선택들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내린 선택이 우리 자신입니다."

-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 2010년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 중에서

 

+958

"모든 비즈니스는 전혀 다른 두 세계로 양분된다. 하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 정신으로 생동하는 비즈니스다. 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더 수익성 높고 단순했던 과거를 갈망하며 발버둥 치는 중이고, 후자는 우리 눈앞에 놓인 상거래를 재창조하는 중이다." - 블룸버그 미디어 그룹 CEO 저스틴 스미스

 

 

+959

지나고서 보니 19세기 언론인들의 직감이 정확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중간에 방해하면 할수록 소비자들은 그들의 전반적인 경험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광고의 초창기 시절부터 이미 중간에 끼어드는 광고와 흐름이 끊긴 문맥 사이에 언짢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 뉴스가 됐든, 문학이 됐든, 스포츠 같은 생중계가 됐든, 관객은 그저 이 언짢음을 감수하는 법을 학습한 것이다.

 

+960

지나고서 보니 간단하다. 넷플릭스는 초창기 신문의 구독매체 모델로 그대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광고의 유혹에 굴복해서 회사의 재정적 수혜가 고객들의 욕구와 충돌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넷플릭스는 이 둘의 평행을 유지하고, 고객들에게 가능한 최선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했다. 다시 말해서, 광고로 고객의 경험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961

광고에 대항하는 소비자의 반란은 동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채택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부터 줄곧 마케터들은 이른바 '배너광고 무시(banner blindness)' 현상을 추적 중이다. 이는 웹페이지 방문자가 페이지를 서핑할 때 광고에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962

지난 3세기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과 접촉하고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수해 온 접근 방법은 하나였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광고하기. 단순하고 일관된 방법이었다. 마케터들은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스와 엔터테인먼트 스토리가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런 스토리를 중간에 자르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광고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 갔다. 고객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브랜드 친밀감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소비자가 광고를 차단하고 무시하고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를 기피하는 이상, 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도달할 새로운 경로를 서둘러 찾아내야 한다. 연결에 실패한 브랜드는 비결을 알아낸 도전자에게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다.

 

+963

정보의 흐름이 즉각적으로 세계를 관통하는 시대에 함량 미달의 과장된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소비자들은 마케팅의 호언장담을 실생활의 경험과 비교해서 서로 상응하지 않으면, 신랄한 제품 리뷰와 공개 트윗, 페이스북 포스팅을 올려 자신들을 속인 브랜드를 조롱한다.

 

+964

역사상 마케터들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내세운 허위의 유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성적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감성적 접근이다. 

 

+965

현실에서는 광고가 논리인 양 내세우는 것이 사실은 '수사修辭'일 따름이다. 수사는 증거를 제시하고 결론을 도출하며 과학을 흉내 내지만,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과학은 도출된 명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든 거스르는 것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증거를 따져 본다. 하지만 수사는 제 주장을 거스르는 점은 모두 무시하거나 반박하고 오로지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내세워 주장을 편향되게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고, 수사는 승리를 추구한다.

 

+966

귀납법적 수사로 얻을 수 있는 마케팅 결과가 차선에 불과한데, 어째서 기업들은 여전히 거기에 끌리는 것일까?

첫째, 교육이 효과다. 우리는 "내가 이것을 증명하겠다."는 식의 논지로 글의 서두를 시작 하라고 배웠다. 그런 다음 하나하나 증명을 거쳐, 마지막에는 "내가 이것을 증명했다."라는 결론에 이르도록 말이다. 성인이 돼서 직장에 들어가도 여전히 똑같은 형식을 사용한다.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중학교 논술에 특수효과를 입힌 것에 불과하다.

둘째, 과학의 위신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과학적인 계획과 선택, 예측 가능성과 정확성에 도달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물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비즈니스는 과학이 아니다. 아무리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주어져도, 여전히 마케팅상의 결정에는 전략 못지않게 늘 직감이 요구된다. 마케팅이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은 변함이 없다.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아 유지하고 보상할 것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사람들이 관심을 잃지 않고 집중하게 할 것이다.

"효과적인 크리에이티브 철학의 핵심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믿음이다. 설령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언어로 감추고 있더라도,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충동이 무엇인지, 어떤 본능이 인간의 행동을 좌지우지하는지 꿰뚫어 보는 통찰이 필요하다." - 빌 번벅

 

+967

도일 데인 번벅Doyle Dane Brnbach, DDB 에이전시가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번벅과 그의 동업자들이 소비자들과의 새로운 연결 통로를 개척한 덕분이다. DDB는 고객들이 제품 특성에 대한 미사여구와 거리를 두도록 유도했다. 물어보나 마나 한 도덕적인 질문들은 제쳐 두고, 대신 소비자의 잠재적 욕망과 욕구에 직접 강렬하게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 광고가 아니라 설득의 기예였다.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광고 크리에이터들은 사람에게 내재된 변치 않는 기본적 본능 -'생존하고 존경받고 성공하고 사랑하고 자신을 돌보려는 강박적인 충동'-을 건드려야 했다."

 

+968

예일대 심리학 및 행동과학 교수인 폴 블룸은 저서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각에 보이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언가로부터 얻는 즐거움(혹은 괴로움)은 그 '무언가'가 이러저러하다는 우리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블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본질 주의자다. 대상에 대한 반응은 그 대상이 실제로 무엇이며 본질적 속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좌우된다.

 

+969

감정을 타깃으로 삼는 전술은 빌 번벅이 1960년대 광고업계의 변혁을 주창하던 시절부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왜 전통을 따르지 않느냐고? 왜 따르지 않느냐 하면, 오늘날 이런 술책은 실패하기 때문이고, 실패에서 그치지 않고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은 미디어의 영리한 소비자들이다. 수만 건의 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이라 화면에 로고가 뜨기도 전에 유혹과 강요의 낌새를 챌 수 있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의 거의 3분의 2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신들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잘라 내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남을까? 감정을 조종하는 광고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수사법으로 설득하는 광고가 허튼소리로 들린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소비자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 당면한 마케팅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권하는 해결책은 이미 수만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이다. 인간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고, 한 사람의 생각을 다른 생각과 가장 잘 이어주며, 이성적 메시지의 명료함을 감정의 포장 안에 잘 감싸서 강력한 힘을 실어 전달하는 소통 양식, 즉 스토리다. 잘 짜여진 스토리는 우리의 관심을 붙잡아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유의미한 정서적 경험으로 보상한다. 스토리가 정서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 속의 인물들에 공감하기 때문이고, 유의미한 이유는 그 주인공의 행동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전해 주기 때문이다. 스토리라는 말 자체를 혼동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가령 어떤 이들은 콘텐츠와 스토리를 마치 서로 등가인 양 섞어 쓰기도 한다. 곧 알게 되겠지만, 그건 통에 담긴 페인트를 벽에 걸린 작품과 동일시하는 노릇이다. 평생 스토리를 보고 들었으니 하나쯤 만들어 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연주회에 다녀 봤으니 작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다름없다. '스토리'라는 단어를 듣고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나 술자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썰'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것들도 스토리가 맞다. 단순히 즐겁게 해 주려고 지어내는 스토리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 쪽으로 스토리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면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바꿔 놓을 위대한 문명과 종교를 일으켰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같은 소설이 정치 운동을 촉발해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올 인 더 패밀리 All in the Family>, <윌 앤 그레이스 Will&Grace>  같은 TV 시리즈물은 편견을 공론화하고 LGBT 평등에 이르는 길을 닦았다. 

 

+970

탁월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작가와 화가는 본능을 뛰어넘어 자신의 기술을 새로이 실험하고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971

형식은 스토리의 형태를 잡고, 기술은 스토리의 '텔링 telling'을 수행한다. 스토리 기법을 연구함으로써 훌륭한 영화, 연극, 소설처럼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잡아 두고 보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972

한계점에 다다른 인간의 뇌에서 처음으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생각이 터져 나왔다. '나'라는 무언의 자각은 갑자기 뇌를 정신으로, 동물을 인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동물은 주위 대상에 반응하지만, 인간의 뇌는 스스로를 대상화했다. 그렇게 햇 인간의 의식이 사실상 둘로 쪼개졌다. 자기 인식은 가벼운 정신 분열과 비슷하다.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며 '이런 멍충이!'라고 생각할 때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는 것일까?... 이렇게 설명해 볼 수 있다. 활발히 움직이는 나의 두뇌 저편, 인간성의 궁극적인 핵심에는 하나의 의식이 나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이 핵심 자아가 말하자면 내 정신의 '주인'이다. 마치 내면의 프리즘으로 통해 보듯 이 주관적 자아는 또 다른 자신으로 분열되어, '나'라는 도플갱어가 세상에 나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핵심 자아는 외적 자아에 대해 긍정 혹은 부정의 판단을 내리고, 외적 자아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 든다.

 

+973

내 안의 나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는 없지만, '나'라는 존재가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항상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최초의 인간정신에 자기 인식이 침입할 때 따라 들어온 것이 있다. 고립감이라는 갑작스럽고 강렬한 느낌이다. 자의식을 얻은 대가는 본질적으로 혼자인 삶이다.... 자기 인식을 통해 인간에게 고유한 것, 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초의 인간은 느닷없이 홀로 시간의 강물에 표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974

'나는 존재한다'는 인식에 뒤이어 두 번째 인간의 생각이 등장했다. '... 그리하여 언젠가 시간 속에서 내 시간은 끝이 날 것이다'하는 생각. 자기 인식이 탄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시간 인식이 인간의 정신에 밀려들며 두려움을 싣고 왔다.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모를 때 느끼는 감정이 공포라면, 두려움은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알고 있는데 막을 도리가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975

'나는 존재한다'는 의식이 원초적 본응에서 자기 인식을 분리시키면서부터 고통스러운 미래에 대한 상상이 갓 깨어난 인간의 정신을 관통했다. 게다가 정신의 발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래만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의 거죽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보이는' 것은 우리가 보는 것, 듣는 것, 사람들이 말하는 것, 사람들이 하는 행동의 감각적 허울이다. '존재하는' 것은 보이는 것의 이면에 감춰져 있다. 진실은 일어나는 일에 있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어째서 일어나는지에 담겨 있다.... 정신은 어떻게든 존재를 이해할 방도를 찾아야 했다.

 

+976

데이비드 버스의 말마따나 스토리 메이킹은 "... 진화된 심리적 메커니즘으로서, 정보의 한 조각을 가져다 의사결정 규칙에 따라 역사적으로 적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산출물로 변형시키고자 유기체 안에서 생성된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977

하루 종일 신체는 가공되지 않은 수백만 조각의 감각적 자극을 흡수한다. 의식의 층위 아래 어디쯤에선가 정신이 이 덩어리를 자세히 살펴 유의미한 것과 무의한 것을 가려내는 결정 규칙(decision rule)을 부과한다. 정신은 모든 데이터의 99%를 무시하고 관심을 끄는 1%에만 집중한다. 그렇다면 관심을 끄는 건 무엇일까? 변화다. 상황이 일정하게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한 우리는 삶의 용무를 계속 이어 가지만, 변화가 닥치면 갑자기 위협이나 뜻밖의 행운에 노출된다. 어느 쪽이 됐든 우리는 반응한다. 잠재의식의 생존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이중 가장 으뜸이 바로 스토리 메이킹이다.

 

+978

스토리화 된 생각은 모든 사건을 핵심 가치의 측면에서 해석한다. 하지만 스토리 창작에서는 '가치'라는 단어가 성공, 진실, 충성, 사랑, 자유 등의 단일 개념을 지칭하지 않는다. 이런 말들은 가치의 절반을 가리킬 뿐이다. 역학적 사건들은 단일 요소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긍정/부정으로 대립하는 한쌍의 가치 값으로 영향을 미친다. 성공/실패, 진실/거짓, 충성/배신, 사랑/증오, 옮음/그름, 부/가난, 삶/죽음, 승리/패배, 용기/비겁, 강함/약함, 자유/속박, 흥분/권태 등등의 경험을 중심으로 우리 삶을 회전시킨다. 가치가 있어야 스토리의 혈액이 순환한다.

 

+979

긍정에서 부정으로, 혹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가치 값이 변한다면(예컨대, 사랑에서 증오로 혹은 증오에서 사랑으로, 승리에서 패배로 혹은 패배에서 승리로), 그 사건은 유의미해지고 감정이 차오른다. 잘 짜여진 스토리는 감정이 충전된 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기 때문에, 그 의미가 우리의 기억에 뚜렷이 새겨지는 것이다.

+980

삶을 이해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드는 인간의 정신은 의미로 충전된 사건들을 원인과 결과로 연결하고 통합해서 시간 속에 꿰어 놓는다. 그래야 스토리가 끝날 때 그 의미가 이성적으로 이해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충분히 전달된다.

 

+981

진화하는 정신이 통찰이라는 능력을 습득하면서, 비로소 정신은 범람하는 실제 사실을 간소화해 감당할 수 있었고, 이를 효율적인 인간 크기의 현실로 만들 방법을 손에 넣었다. 스토리의 구조를 갖춘 사고 과정이 어지럽고 무의미한 존재의 불협화음에 질서와 통일성과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생각의 힘으로 인류는 목적과 균형을 잃지 않고 생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케네스 버크의 말이 옳다. 스토리로 우리는 살아갈 도구를 얻는다.

 

+970

과정은 쌓이지만 스토리는 진전한다

 

+971

잘 짜여진 스토리의 주인공은 여정에 몸을 맡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분투하는 인물이다.

 

+972

스토리란 정확히 무엇인가?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등장한 모든 스토리에 필수적인 핵심 사건은 단 세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갈등이, 삶을, 바꾼다. 그러므로 치선의 정의는, '인물의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하는 갈등 중심 사건들의 역동적 상승'이라 하겠다.

 

+973

하루 작업을 마치고 전업 작가가 자기 작업의 질을 판단하는 잣대는 작업이 자신에게 미치는 효과가 아니라, 자신의 독자 혹은 관객에게 미치기를 기대하는 효과를 얼마나 거두느냐다.

 

+974

정신은 보편에서 구체가 아니라 구체에서 보편으로 이동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예를 들어 "가구 한 점"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보자, 이 어구를 읽다 보면 불분명한 이미지로 상상력이 흐릿해지고 생각이 멈춰 선다. 정신은 보편에서 특수로 뒷걸음질 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핏빛 가죽을 씌운 고풍스러운 안락의자"라고 한다면 선명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본능적으로 우리의 상상은 이 특수에서 일반으로 이동하며 묘사된 의자를 '가구'라는 범주 안에 끼워 넣는다. 스토리가 구축하는 물리적 사회적 세계의 모든 측면에 이런 원리가 적용된다. 그러니 설정이 구체적일수록 스토리가 더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다는 원칙을 기억하자.

 

+975

중심인물은 공감형이어야 하지만, 반드시 호감형 일 필요는 없다. 이 두 가지는 다르다. 호감형은 '좋아할 만하다'는 뜻으로, 타깃 관객이 친구나 가족으로 이웃으로 두고 싶을 만큼 다정하고 성격 좋은 사람을 말한다. 이와 달리 공감형은 '나와 비슷함' 즉 중심인물과 타깃 관객이 공통적으로 지닌 고유한 특성이 있음을 뜻한다. 호감을 넣을지 말지 선택할 사항이지만, 공감은 필수적이다.

 

+976

모두가 선의 구심점을 찾으려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자신을 선하게 보는 마음을 저 깊은 곳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결함이 있고 윤리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내면의 긍정값과 부정값을 저울에 달아 보면, 이것저것 차감했을 때 대체로 스스로 선한 편이거나 혹은 최호한 옳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인간들도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는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따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스토리 세계 어디엔가 잇을 긍정을 불빛을, 자신의 공감을 매어 둘 지점을 찾아 나선다.

 

+977

스토리 텔링에서 '역동적'이라 함은 단순히 움직임이 '활발하다'거나 '강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토리의 사건에 내재된 가치들이 긍정값과 부정값 사이를 오가며 변화와 진전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978

어떤 사건으로 인해 당신 삶의 균형이 깨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원할 것 같은가? 인간이라면 무엇을 원하겠는가? 존재에 대한 주권의 회복일 것이다. 삶의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도발적 사건은 통제권을 되찾고 균형을 회복하려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일깨운다.

 

+979

모든 행동은 개인의 고유한 관점을 반영한다.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른 유전자와 경험의 조합을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관점의 숫자는 그 당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숫자와 정확히 일치한다. 스토리텔러는 이런 전술적 특이성의 무한함에서 영감을 받아 독특한 인물들을 상상한다. 그래서 최고의 스토리에는 어느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행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980

아리스토텔레스가 밝힌 바대로, 관객으로서 가장 깊은 쾌감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얻는 배움에 있다. 의미를 솜씨 좋게 극화한 서사는 관객에게 아무런 정신적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인간의 마음과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해 더 풍부한 이해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981

아름답게 말해진 스토리는 그 세계에 들어갈 때마다 더 성숙한 인간으로 우리를 내보낸다

 

+982

잘 짜여진 스토리는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두 가지 동시적 경험을 만들어 낸다. 이성적 경험과 정서적 경험이다.

 

+983

내 스토리의 타깃 욕구를 찾고 싶다면, 이런 질문을 던지자

"무엇이 내 고객을 괴롭히는가?"

"고객이 필요로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

"해법을 요구하는 감춰진 문제가 과연 무엇인가?"

 

+984

유일무이한 서사를 만들고 싶다면, 내가 가진 지식에 상상력을 더해 이런 물음을 던져 보자. 내 브랜드, 혹은 내 회사, 내 제품, 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했으면, 이제 두 가지 물음을 더 던질 차례다. 첫째, 이 욕망의 대상이 스토리의 핵심 가치(예컨대, 공정/부당, 부/가난 등)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둘째, 더 나아가 스토리의 핵심 가치는 내 회사의 핵심 사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대답이 꼭 완벽하게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단절되어서도 안된다. 가치와 욕망은 반드시 서로를 투영해야 한다.

 

+985

한 가지 원인이 자주 되풀이될수록 효과는 점점 줄어든다. 반복은 효과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 원칙을 실행에 옮겨 보면 정확히 3단계의 유형이 성립한다. 무엇인가를 첫 번째 경험할 때는 온전한 효과가 전달되고, 두 번째 경험에서는 본래 효과의 절반 이하가 전달되면, 세 번째에 이르면 결과가 역전돼 정반대의 효과가 야기된다. 치즈케이크의 첫 조각은 맛이 좋고, 두 번째 조각은 삼키기가 쉽지 않다가, 세 번째 조각에서는 속이 뒤집히는 법이다. 이런 유형이 스토리 설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986

어째서 그토록 많은 제품 광고, 서비스 광고가 미비한 효과밖에 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스토리의 서사에서 갈등의 조짐 자체를 고의로 회피하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바로 '부정 공포증'때문이다. 부정 공포증(Negaphobia)은 마케팅 교육의 부산물이다. 비즈니스 스쿨이 생겨나고 마케팅이라는 특이한 과목이 커리큘럼에 포함된 이래, 마케터들은 '가로되 긍정성을 강조하고 부정성을 제거하라'는 훈련을 받아 왔다. 

 

+987

'나는 고객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마케팅 팀은 주인공과 관객 사이에 감정의 융합이 발생하도록 스토리의 틀을 짜야한다. 감정이입이 일어나면, 점진적 갈등과 가치값의 전환을 활용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절정에서 보상을 제공해 브랜드 혹은 제품 가치를 강화한다.

 

+988

"내 회사, 내 제품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CMO는 이 냉혹한 진실을 직시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989

하바스 미디어 Havas Media의 정의에 따르면, '의미 있는 브랜드'란 '이 브랜드가 내 삶을 향상시킨다.'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다. 이런 향상감은 고객과 브랜드 양쪽 모두에게 행복한 기운을 선사한다.

 

+990

한마디로 우리는 삶에서 돈보다 더 큰 것을 원한다. 진실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공평한 대우를 원하고, 정직한 처우를 원한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머릿속에 의미 있는 브랜드가 생성되려면 당연히 진정성이 요구된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브랜드 스토리와 대중이 말하는 브랜드 스토리, 이 두 가지가 일치할 때 소비자는 그것이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어떤 장르의 스토리를 선택하든, 모든 브랜드 스토리가 따라야 하는 단순한 원칙이 하나 있다. 스토리의 핵심 가치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일치해야 한다는 점.

 

+991

하바스 미디어는 브랜드의 유의미성이 불균형한 경제적 결과를 낳는다고 보고한다. 34개국 12개 산업에 걸쳐 30만 명을 고용한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조사 결과, 충분히 의미 있는 브랜드들은 "그렇지 못한 브랜드에 비해 전반적으로 마케팅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지표)를 100% 이상 더 훌륭히 달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브랜드 '유의미성'이 10% 향상될 때마다 구매 의도는 6.6%씩, 재구매 의도는 3.2%씩, 소비자 지지도는 4.8%씩, 프리미엄(premium pricing)은 10.4%씩 증가한다. 의미 있는 브랜드가 그렇지 못한 브랜드에 비해 평균적으로 46% 더 높은 지갑 점유율을 획득한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은 주식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브랜드의 성과가 133%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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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저희 팀은 아이디어에서 생성된 미디어가 프로그램에 의한 미디어를 곧 누르리라고 생각합니다. 규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빈도가 아니라 파장을 구매합니다. 빈도를 획득할 만큼 돈을 쓰기도 어렵거니와 저는 아이디어가 돌파구가 돼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GE 마케팅팀 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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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매일같이 무서운 기세로 콘텐츠가 쏟아진다. 10억 3,000만 개 웹사이트에서 170만 블로거들이 포스팅을 하고, 3,960만 개의 포스팅이 추가로 텀블러에 올라오며, 2,480만 개의 인스타그램 사진이 공유되고 2억 4,700만 개의 트윗이 오간다. 이런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잡음을 뚫고 내 콘텐츠가 발견되도록 견인하며 관객층을 유지하려면 인터넷 인프라의 세 가지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 즉 자연 검색(organic search), 자연 소셜(organic social), 이메일 마케팅/마케팅 자동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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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파악하고 고객들이 다양한 검색 경로를 알아내는 것이다. 구글의 애드워즈 AdWords와 트렌드 Trends 툴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에 대한 수준 높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에스이엠러시SEMrush와 스파 이푸 SpyFu는 더 세밀한 수준의 상세정보들을 제공한다. 고객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고객들이 검색에 사용하는 구체적인 문구를 글에 담아낸다면, 자연 검색 관객층의 유입이 차츰 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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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사실은 잘 모르거나 사용해 보지 않은 제품과 경험을 추천함으로써 자신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게다가 광고의 허풍과 장담을 꿰뚫어 보는 똑똑한 소비자들은 홍보와 간접광고의 계략 역시 간파한다. 이런 방식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광고와 같은 수순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듭된 남용으로 관객층이 인플루언서들의 홍보 자체를 무시하도록 훈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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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내에서 내 프로그램의 자연적인 확산을 구현하려면, 다음 사항을 실행해야 한다.

1. 내 브랜드로 관객 측을 유입시킬 기여자를 모집한다.

2. 작성하는 콘텐츠의 총도달률에 따라 기여자에게 사례하는 보상안을 책정해, 팔로워들에게 홍보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3. 어느 기여자와 어느 소셜 채널이 가장 많은 관객층을 내 콘텐츠로 유입시키는지 축적해, 최고 실적을 거두는 쪽에 향후 과제를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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