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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사람이 미워졌습니까

공감불능 시대의 마음 탐구 <언제부터 사람이 미워졌습니까>, 박선화

[밑줄]

+2627

서로 다른 우주엔 통역이 필요하다

 

+2628

핑커는 인간의 역사란 이성을 통해 내면의 폭력성을 억제해 보다 안전한 사회를 구축해 온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2629

인간은 긍정적 지표를 간과하기 쉽고 부정적 지표에 더욱 주목하고 과장되게 해석하는 본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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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식이 높은 국가일수록 역설적으로 폭력이나 학대 등의 인권문제 신고율이 높은 것처럼, 우리가 많은 것에 분노하고 주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간다는 것이 발전의 징표일 수 있음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2640

"모든 이의 가슴에는 선한 늑대와 악한 늑대가 있고, 둘 중 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다"라고 했던 체로키 인디언들의 우화를 되새기면서.

 

+2641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사회적 지향성이나 실천 여부보다는 반공이나 친일 이데올로기 혹은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분별하는 데 주로 사용되며 국민적 갈등이 계속된 지 오래다

 

+2642

종종 상상해본다. 만약 내가 이슬람 문화권에서 태어났다면 혹은 특정 지역에서 나고 자라 강한 지역성과 집단의식을 갖게 되었다면, 게다가 특정 이념을 가진 이들에 의해 가족이 죽거나 삶이 파괴된 경험이 있다면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2643

버클리대 사회심리학자이자 의사결정 전문가인 샬런 네메스도 저서 <반대의 놀라운 힘>에서 소수의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수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이나 현명함의 정도를 떠나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2644

<화이트 타이거>(인도영화,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라빈드 아디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수천 년간 계급제도를 유지해 온 전통 인도와 이를 혁파하려는 새로운 인도의 충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뼈를 때리는' 잔혹극)도 <기생충>만큼 다양한 시선으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사회적 위치나 경험에 따라 감정이 이입되는 인물과 질문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나의 경우는 '왜 사람들은 최악보다 차악이나 사소한 것들을 더 증오하는가'라는 문제가 먼저 떠올랐다. 작품 속 아쇽 부부는 분명 이중적이었지만 그들 부부보다 더욱 악랄한 이들이 주변에 넘쳐나는데도 발람이 배신한 것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김수영 시인이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독재 권력의 비리를 상징하는 '왕궁의 음탕'에 화내는 대신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는 자신을 자조하며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노하는가"라고 되물었던 것과 비슷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늘 더 강하고 악한 이들이나 사회제도보다 내 주위의 더 작고 힘없는 것들에 분노한다. 또한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이들의 부족함이나 흠집에는 냉소하고 쉽게 비난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몸을 사린다. 

 

+2645

봉건사회든 21세기의 사회든, 대한민국의 명문대생이든 인도 상류층의 지식인든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이들이나 그것을 누려온 이들은 늘 자신이 더욱 대접받아야 한다고 느끼고, 그렇지 못한 이들과의 사이엔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2646

군림하는 힘을 선망하고 순종하는 약자의 생리를 깨달았고, 자신이 어떤 계층에 있든 그 속에서라도 우위에 서고자 또다시 분리하고 선을 긋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사회적 능력은 있지만 냉정하고 무심한 아들, 며느리보다 늘 함께하는 순한 며느리나 딸자식을 가볍게 여기고 쉽게 힐난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이와 비슷한 사례라 생각된다

 

+2647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쉽게 공격하는 것은 '흔들리는 이들'이나 '경계에 있는 이들'이다. 대놓고 약한 것보다 위선적이고 무능해 보인다는 이유다.

 

+2648

대개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지위의 분별심이 없이 소탈한 이들보다는, 많은 것을 소유한 이들이 자신 앞에서만 겸손하고 평등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자신 또한 남들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누리면서 가끔 보여주는 겸손함으로 존경까지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세상은 늘 정의와 평등을 위해서든 부와 명예를 위해서든 일단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이들과 그들의 추종자로 가득하다. 같은 이유로 예수가 2,000여 년 전의 그 모습과 그 말씀으로 이 세상에 다시 온다면 분명 다시 십자가에 매달릴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낮은 곳으로 임하는 이들을 좀처럼 믿지 않으며 강하고 두려운 자들과의 친교를 원하고 자신도 그들처럼 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2649

동물성은 인간성보다 강력해서 잠시라도 성찰을 게을리하면 이기의 발톱이 살을 뚫고 오만의 어금니가 날카롭게 돋아나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조호롭게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남보다 더 누릴 것인가에 있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2650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든 순간 만전을 기했고 큰 위기 없이 직무를 수행했던 나도 불통의 리더를 만나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점차 일에 지치면서 사소한 실수를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이런 식으로 의욕 없이 일할 거면 그만하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다. 열정이 시들거나 사라지고, 핵심과 디테일을 꿰뚫어 장악하지 못하는 전문가나 책임자라면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무게를 짊어지기보다는 오직 권력과 금력에 눈멀고 꿀만 빨려는 이들이 모여든 집단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2651

평안한 일상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문제를 예방하는 무수한 이들의 숨은 노고와 실력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2652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한국"이라는 분석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이토록 극단적인 현상을 보이는 이유로, 오랜 시간 국가를 지탱해 온 철학이자 종교인 유고와 샐보게 흡수한 자본주의 사이에서 각각의 장점은 버리고 단점만 극대화된 현상을 지목한다. 즉 유교가 중시하는 가족주의와 관계 친밀감 같은 정서적 장점은 희석된 반면 계급, 권위주의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개성을 질타하는 태도는 남아 있고, 자본주의의 장점인 자율성 중심의 개인주의와 실패에도 자유로운 도전정신은 흡수되지 못한 반면 물질주의, 배금주의로 인한 경쟁체제는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픈 지적은 삶의 가치에 대한 순위였다. 마크 맨슨은 보통의 서양 사람들이 꼽는 우선순위는 1위가 정신과 신체의 건강, 2위가 인간관계, 3위가 경제력인 데 반해 한국은 1위가 경제력, 2위가 건강, 3위가 인간관계여서 많이 놀랐다고 한다.

 

+2653

대한민국이라는 무형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경도 비슷할 것 같다. 어느 날은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가, 어느 날은 참담하고 암울했다가, 어느 날은 다시 희망을 갖게 되는 날들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2654

<UN 미래보고서>는 인구 축소로 지구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미 한국은 저출산 1위 국가에 등극했다. 어떤 이들은 0.6~0.7명대의 함계 출산율은 저출산이 아니라 비출산 시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진단한다. 1.6~1.7명대의 미국 같은 국가가 저출산 국가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2655

엄마는 딸인 나의 집에도 반드시 묻고 방문하셨고 냉장고도 나의 공간이라 생각하고 함부로 여신 적이 없다. 서양식과 동양식의 차이라기보다는 가족 간에도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의 문제인 것 같다.

 

+2656

사회를 퇴보시키는 자들이 가장 정성 들여 하는 행위가 기억과 역사의 왜곡이다

 

+2657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빨라 2025년경엔 노인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퍼센트에 도달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한다. 신체는 물론 두뇌활동도 활발하고 건강한데 나이만 노인인 사람들이 늘어난다. 백세 시대의 고령화 세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적절히 할 것이 없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2658

'외로움부'를 신설한 영국

2017년 당시 영국 인구 6,600만여 명 가운데 900만 명(약 14퍼센트) 이상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약 20만 명의 노인이 한 달 이상 친구나 친척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2018년 '연결사회 외로움 대응전략'을 발표하며 문화부 산하에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라는 조직을 신설했고, 그해 사업 예산으로 약 328억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2019년에는 외롭다고 말하는 것을 나약한 것으로 인식하는 편견부터 깨기 위해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편 영화와 광고 등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출연해 "우리 모두가 때때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 라디오 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500개가 넘는 라디오 채널들이 동시에 1분간 정규방송을 정지하고 송출된 이 광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문을 두드리는 작지만 친절한 행동을 해보라고 권유하는 파격적 형식이어서 높은 청취율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은 이렇게 자신과 이웃의 외로움을 인식하고 서로 돕자는 캠페인 활동 이외에도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해피 택시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해피 택시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 움직임이 불편한 교통 취약자들을 위해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이동하는 동안 기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나러 가기 쉽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가는 동안에도 즐거운 대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 고립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회적 대화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네덜란드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이 제공한 '클렛츠 카사'(수다 카운터)가 있다.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힘든 노인들이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느리고 여유 있게 계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특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659

한국은 비혼이 일상이 되고 출생률은 세계 최하위이며, 자녀의 돌봄은 기대할 수 없는 초고령 사회다. 청년은 청년대로 삶이 고달프고 버거우며 노년은 노년대로 소외되고 짐이 된다고 느끼는 서로 마음 둘 곳 없고 어깨 기댈 공동체도 사라진 사회이기도 하다

 

+2660

이상한 것은 가장 진보적이어야 할 20대 남성들의 보수화다... 실제로 이들의 냉소와 분노 속에는 기성세대의 모순성에 대한 깊은 불신이 보인다. 말로는 정의를 주장하지만 부동산 투기나 부모 찬스 등의 기득권을 이용한 불공정한 편법에는 부끄러움이 없는 어른들, 페미니즘을 지지하면서도 정작 가정에서의 행동은 가부장적이고 무심한 중장년 남성들을 일상적으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자체는 발전의지가 있는 진보적인 청년세대의 특징이다. 특이한 것은 이와 동시에 과거의 향수나 화양연화 시절을 그리워하는 기성세대와 묘하게 닮은 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수천 년을 누려온 남성 기득권 상실에 대한 분노와 변화된 지위로 인한 불안감, 급변하는 세상에서의 소외감이 가져오는 회귀욕구 같은 것이다. 빛나는 재능 덕분이든 남다른 행운으로 인한 것이든 찬란한 특권을 누리던 이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청년들은 앞 세대들만 풍족하게 누렸던 남성 권력의 상실에 현재를 증오한다. 바로 내 앞에서 마감된 사은품 대기줄에 서 있던 자의 짜증스런 심정처럼 세상이 모두 불공정해 보이는 것이다

 

+2661

2018년 영국이 외로움을 전담하는 차관을, 2021년 일본이 고독부 장관을 임명한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2662

노리나 허츠를 비롯해 정치, 사회 분야의 전문가나 학자들이 '소외와 고립의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심리치료나 사회, 보건복지적 시각 때문만이 아니라, 외로움이 민주주의의 적이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고립된 이들일수록 균형적인 정보를 취득할 기회가 적어 사이비 종교처럼 극단적인 주장에 휩쓸리기 쉽다

 

+2663

미국 사회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들이 쇠퇴하며 개인간의 유대 강도, 상호신뢰 강도를 말하는 사회관계자본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2664

독일의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고립과 외로움이 어떻게 인간성을 훼손시키는지에 대해 "전체주의는 외로움을 기반으로 삼는다"고 통찰한 바 있다

 

+2665

버려졌다는 감정은 자신의 쓸모와 존재의 의미를 의심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타인이나 세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기중심적 슬픔'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한다. 자기중심적 슬픔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분노를 품은 슬픔'이다

 

+2666

 허전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은 번거로워서 혼밥, 혼영, 혼술 등 많은 것을 혼자 하는 이들, 전화통화조차 어색해서 반드시 문자로 대화를 해야 하는 이들, SNS 속 화려한 삶을 동경하며 큰돈은 벌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 부딪히고 극복해야 하는 인간관계는 두려운 이들.

 

+2667

덴마크의 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과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그들의 저서 <가짜 노동>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많은 기업과 근로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동의 대부분은 허위이며, 미국 사무직의 실제 업무시간은 근무시간의 46퍼센트 정도이고, 직장인이 가장 바쁜 척하는 월요일에 온라인 쇼핑의 90퍼센트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668

유능하고 합리적인 지도자로 평가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지혜까지 겸비했던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는 퇴근 후 동네 슈퍼에서 직접 장을 보며 시민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계산했다. 선거철에만 시장통을 돌며 어묵과 떡볶이를 먹고 서민 흉내를 낼 뿐 정작 시장 물가나 교통비는 전혀 모르는 귀족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냉철하고 스캔들 없는 정치를 펼치는 동시에,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부담을 감수하며 용기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진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지도자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669

바란다면 길을 내도록 함께 노력하는 방법밖엔 없다

 

+2670

바위틈에서도 생명이 싹트듯이 어려운 환경이라 해도 가족이든 주변인이든 누구 하나라도 기댈 언덕이 되어줄 때 대개의 인간은 그렇게까지 나빠지지 않는다. 사회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더욱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하고 황량한 환경에서 늘 전쟁의 포화 속에 놓여 있는 듯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다. 1965년부터 약 20년간 루마니아를 통치한 차우셰스쿠는 이러한 인과관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차우셰스쿠는 인구를 늘려야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여성 1인당 4명의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여성의 생리주기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월경 경찰을 운영하며 피임과 낙태도 금지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금욕세를 부과했다. 당연히 불법 낙태와 이로 인한 산모 사망률이 급증했고, 어쩔 수 없이 출산은 했어도 양육이 어려운 가정들로 인해 유아 사망률과 고아의 수도 폭증했다. 열악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참혹한 고아원 시설의 비위생적 환경으로 에이즈에 걸린 아이가 많았고, 영양결핍으로 인한 발달장애와 지적장애도 증가했다. 제대로 된 돌봄 없이 자란 고아원 아이들이 성장하며 부랑아가 증가했고, 자살률은 물론 강도, 살인 같은 강력범죄도 폭증했다. 여성을 축산물 취급하며 가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4명씩 한 조를 이뤄 벌거벗고 산부인과 검사를 하게 하는 정부에서 정상적으로 사회 시스템이 돌아갈 리가 없었다. 차우셰스쿠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분노와 열등감 덩어리인 '차우셰스쿠의 아이들'로 인해 몰락했고, 그 상흔은 아주 오랜 시간 루마니아에 고통스런 후유증을 안겼다

 

+2671

소통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메라비언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다. 상대방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 언어는 일부만 작용하고, 몸짓, 눈빛, 손짓, 목소리, 눈물, 웃음, 포옹 등 비언어적 요소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개념이다

 

+2672

소통은 늘 어렵지만 본질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정하거나 추측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고, 상대가 말을 하지 않거나 표현이 부족해도 마음과 의미에 집중하고, 입보다 귀를 더 많이 여는 것이다

 

+2673

국가든 개인이든 출산율은 사회계층이나 경제력과 더 높은 연관 관계를 보이는 데, 저소득층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데 반해 학력과 부가 증가할수록 낮아진다. 극빈층일수록 자녀가 노동력이 되고 열악한 환경으로 사망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되기 때문이다

 

+2674

장애인들에겐 신체의 일부분이자 이동수단이기도 한 휠체어도 마찬가지다. 기능에만 충실한 차갑고 완고한 금속성의 디자인은 보는 이들마저 엄숙하게 만든다. 이런 휠체어 바퀴를 트럭 아트만큼 아름답고 개성 있게 꾸며 인기를 얻은 기업이 아일랜드의 스타트업 '이지 휠스'다. "일어설 수 없다면 튀자"라는 디자인 모토 아래 척추병으로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동생 이자벨과 그의 언니 아일베 자매가 함께 만들었다

 

+2675

지우 씨(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을 운영하며 휠체어 꾸미기 활동을 한다)의 의견에 따르면 장애인의 몸은 슬픈 것이고, 그것을 보면서 동기를 부여받고 자신을 반성하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그는 장애에 주렁주렁 매달린 지나치게 많은 의미부여를 단호히 거절한다

 

+2676

장애인이라고 늘 고통스러운 과거만 기억하거나 불행한 미래만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이 순간,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지우 씨를 보며 많은 사람이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편협하고 진부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한동안 큰 화제가 되었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오른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도 지우 씨가 말하는 긍정성과 낙천성이 아니었을까. 자페가 있는 주인공의 남다름을 다른 사람들의 남다름과 차별하지 않는 상사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배려하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들도 우영우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2677

장애인의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2678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것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조직 간 장벽이 높고 부서 이기주의가 팽배한 경우인데, 이를 사일로 현상(Silo Effect : '사일로(silo)'란 곡식·사료·시멘트 등을 저장하는 원통형의 대형 저장탑을 뜻하는 말이다. 다른 부서와 벽을 쌓고 단절된 모습이 다른 물품들과 섞이지 않도록 단일 물품만 보관하는 높은 장벽의 저장탑인 사일로와 비슷하다 하여 이러한 용어가 생겨났다)이라 한다. 각 부서가 자신의 영역만 중요시하다 보면 고객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2679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자신들의 지적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거나, 가르치려는 모습도 자주 목격한다. 젊은 시절엔 경험이 부족해 시야가 좁고, 나이가 들면 비슷한 계층 간의 관계에 익숙해진 사고습관을 바꾸기 힘들어 시야가 좁아진다

 

+2680

갈등과 분열의 원인은 타고난 인간성의 문제라기보다는 다른 이들은 나만큼은 똑똑하지 않을 거라는 오만, 나만큼은 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 이를 깨우치려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로고 지식보다는 지혜를 생각하게 되고, 소통의 내용만큼 접근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2681

소외를 회피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 즉 '귀속본능'

 

+2682

개인과 집단이 변질되어가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권력감이다. 명망 높은 중심인물 주변엔 과도하게 그를 선망하며 밀착하는 추종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열성적일수로고 권력자는 초심을 잃어간다. 뇌과학 실험에서 자주 언급되는 "권력감이 가져오는 심리적 변화"의 증상이다. 애초에 자질이 부족한 사람은 주변의 호의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점차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게 되어 변질된다

 

+2683

나치 당원이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평생을 속죄하며 봉사했다던 오드리 헵번과 같은 양심을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아닐까 싶다

 

+2684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대두된 지 오래다. UN 농업기구의 축산업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보고서(2013)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가축 사육은 기후 위기의 최대원인 중 하나다.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의 총 배출 비율보다 많으므로, 세계인이 10~15년 정도만 채식을 한다면 지구 평균온도를 다시 안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2685

역술을 무조건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천 년에 걸쳐 집대성된 역학의 근본정신은 "기쁨도 슬픔도 결구구 모두 지나가리라"는 고대 솔로몬왕의 가치관과 닮아 있다

 

+2686

사주가 관계성의 학문이라는 점에서 보면 같은 사주라 해도 각자의 가족과 주변인의 사주에 영향을 받게 되니, 완전히 같은 운명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2687

인지심리학자인 아주대 김경일 교수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여가며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능력이 축적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688

장성급의 상사가 부대에 방문해 낮은 직급의 군인을 칭찬하면서 "자네 상사가 늘 칭찬하더니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구만"이라는 말로 상사와 부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2689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은 한 문학평론가와의 대담에서 "비애를 모르는 인간은 돼지와 같다"고까지 얘기하신 적이 있다. "절망과 비탄으로 가득 찬 세상을 도외시하고, 다 죽어도 나만 잘 사는 세상을 희망으로 바라보는 것은 망상"이라고도 하셨다

 

+2690

그럼에도 굳이 안 해도 되는 자랑이 있다면 운동과 독서가 아닐까 싶다. 과시하지 않아도 전달되고 때로 타인이 더 정확하게 노력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2691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며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더 도덕적이고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되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인간사 천태만상을 응시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덜 견고하고 덜 완고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것만 본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야가 넓고 깊어져야 더 균형감 있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야만 자신을 더욱 명확히 응시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지구촌을 거쳐가는 무수한 존재들의 삶을 통해 나만 잘난 것도 아니고 나만 못난 것도 아니며, 나의 삶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때, 자연스러운 겸허함과 자유로운 자존감이 싹튼다

 

+2692

뒷담화의 빛과 그늘

소주가 맥주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막걸리 걔 은근히 뒤끝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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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보다 관계주의가 강한 한국은 내 성취의 기쁨보다 타인의 성취로 인한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심리 실험결과가 있다. 서양인은 타인의 점수와 상관없이 자신의 점수가 올랐을 때 행복을 느끼는 데 반해, 한국인은 자신의 점수보다 다른 친구의 성적에 따라 행복감이 변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보완하며 양질의 관계성을 만들아가는 것이 좋은 리더나 친구의 덕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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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이 적어지는 중요한 이유 중 첫 번째는 모든 성공과 성취, 소유와 누림엔 타인의 희생이나 상처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인생 법칙을 알게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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