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Reading

소설을 쓰고 싶다면 The Art of Fiction

 

[밑줄]

 

+649

사물이나 현상을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해 글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실재와 흡사하거나 똑같은 것이 되게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잘 관찰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말하는 방법에도 비결이 있는 겁니다.

 

+650

이 하숙집의 모든 세세한 모습들이, 모든 방과 방 안의 비품, 모든 거주자가 능숙하게 묘사되는데, 발자크는 이 같은 세세한 묘사를 통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몹시 타산적인 동시에 매혹적이며 사람이 바글거리는 19세기의 파리, 악취 나는 구멍인 동시에 위풍당당한 낙원인 그 시대의 파리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가 완전히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651

발자크 이전의 작가들은 일상의 세세한 부분들을-조잡스럽고 시시한 것으로 치부하여-생략했습니다. 하지만 발자크는 그러한 것들을 진실의, 또는 현실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여기고서 욕심껏 모으고 활용했습니다. 그가 이 문을 연 것이지요.

 

+652

나는 생이 끝나갈 시점에 책을 읽고 있거나 자신을 생각하곤 한답니다. 에드먼드 윌슨이 생의 마지막 나날에 침대 발치에 산소 탱크를 둔 채 히브리어를 공부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653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선 뭔가 빠진 게 있지요. 언급하는 말의 폭, 역사 감각, 공감 능력 같은 게 부족해요

 

+654

바벨은 자신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쓰고 또 썼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문장에는 지렛대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위에 손을 올리고 약간만, 지나치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게 딱 적당한 만큼만 돌리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을 거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이 말의 뜻을 상상할 수 없겠지만, 그의 문장을 보면 그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또한 그 어떤 쇠도 딱 알맞은 장소에 놓인 시대만큼 인간의 마음을 강력하게 꿰찌를 수는 없다는 잊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655

철학은 더디게 작용하는 치료약이랍니다

 

+656

물론 하나하나의 단어가 모두 다 완벽한 단어일 수는 없습니다. 모든 방이 다 강이 바라보이는 방일 수는 없잖아요. 수많은 평범한 단어들이 한 권의 책을 만듭니다. 수많은 평범한 군인들 사이에 가끔씩 영웅들이 있는 군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단어들, 또는 문장이나 해당 페이지를 품위를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감식력이 있어야 합니다. 글이 나빠졌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657

작가로서 출발한 초기에는 대개 자신의 목소리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보통 확실히 자리 잡은 어떤 작가의 영향을 받거나 그 작가에게 끌리기 마련이죠. 그 작가가 뭘 하든 그걸 따라서 해보려고 합니다. 그 작가가 사물이나 현상을 어떻게 보든 그와 똑같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그런 애착은 약화되고 여러분은 다른 작가들에-그리 강렬하지 않게- 끌리게 되고 여러분 자신의 글에 끌리게 됩니다. 그러한 연습과 변화를 거치다 보면 다른 작가가 끼어드는 일 없이 전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때가 오고, 그러면 비로소 여러분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리게 됩니다.

 

+658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안고서 그걸 내색하는 일 없이 떠나는 것에는 뭔가 오페라 같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659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첫 단락을 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첫 단락을 쓰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고 했지만, 일단 첫 단락을 쓰고 나면 나머지는 쉽다고 했습니다. 마르케스는 문체를, 어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시작하여 그걸 전달할까 하는 것이었어요. 첫 단락은 작품의 나머지 부분은 어떠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였습니다.

 

+660

소설을 쓰는 일은 긴 과정-사람과 장소 등-이고, 그 모든 것을 머리에 담아두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앤터니 파월Anthony Powell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설가는 엄청난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소설가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매우 지루한 일들을 많이 해야 한다. 만약 소설가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세상의 모든 상상력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용기의 문제다."

 

+661

선택하는 법을 알아라.

당신의 언어는 당신의 나라다

우리가 실은 언어 속에서, 아마도 모국어 속에서 살고 있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애국심이 아닌 삶에 대한 충심은 언어에 있습니다

 

+662

작가는 화가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물에 대한 화가들의 지각을 눈여겨봅니다.

나는 대작을 위해 수행한 많은 연구와 스케치 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엄청나게 준비하고 시험해본 것들을 보면서

나 자신도 더 많은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답니다.

 

+663

시릴 코널리(Cyril Connolly, 영국 작가이자 문학비평가)는 말했습니다. 모든 작가의 목적은 걸작을 쓰는 것이고, 드문드문 누군가 걸작을 써낸다. 그걸 보면서 세상에 진짜 걸작은 얼마 안되는데 이제 누군가 또 하나의 걸작을 챙겨버렸다고 믿는 다른 작가들은 슬퍼한다.

 

+664

존 어빙은 집필에 착수하기 전에 항상 마지막 문장을 쓴답니다. 마지막 문장을 미리 가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을 향해 글을 쓴다고 어빙은 말합니다.

 

+665

나는 20대 중반부터 일기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일기를 써야 하는지 몰랐어요. 나는 아무렇게나 무작정 쓰는 것처럼 모든 걸 써내려가기 시작했답니다. 결국 나는 쓰레기를 쌓아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죠.

 

+666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런 것 같아요. 그것들에도 시간의 흔적이 어리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신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지요. 그것들은 시간 바깥으로 나가서 존재하거나 아니면 소멸됩니다. 문학은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드러내 보여준 다음, 점차 그 시대와 장소가 됩니다.

 

+667

사심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기교의 문제가 아니에요. 나는 솔기가 터져서 나 자신이 적절히 드러나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고백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동시에 소설처럼 읽히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내 삶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68

나는 모든 작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쓰고 있어요. 날마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답니다. 글을 다시 계속 써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할 줄 또는 몇 마디 단어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좀 더 잘 진행됩니다. 때때로 잘 풀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 풀리는 날이 더 많아요. 나는 내가 쓴 글에 실망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글을 씁니다. 그러나 글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쓰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정확히 누구라고 규정하진 않겠지만 아마 한 여자일 것입니다- 모든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벨이 말한 것처럼 지적인 한 여자일 거예요.

 

+669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입니다. 질서 있게 정리하는 일이지요.

 

+670

언어는, 영어는 우리가 막 함부로 대하긴 하지만-관리인도 없잖아요-그럼에도 중요한 것입니다. 신성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언어가 모든 것을 실어 나르고, 언어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어에 많은 노력과 주의를 기울입니다.

 

+671

모든 건 꿈일 뿐,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672

1955년의 일기도 눈에 띄었는데 일기장의 맨 앞에는 "매년매년이 가장 끔찍한 해인 것 같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673

인생이 뭔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책의 페이지로 스며들어 그 일부도 된다.

 

+674

바라되 열광하지 않는 것이 작가로서 적합한 상태다

 

+675

손으로 써요. 나는 글을 쓰는 그 친숙한 느낌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런 다음 자리에 앉아 타이핑을 하죠. 그리고 나서 다시 타이핑을 하고, 고치고, 다시 타이핑하고, 그렇게 끝날 때까지 계속해요. 이런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게 여러 차례 입증되었지만,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문단을 쉽게 써나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나에게는 이 문장들을 다시 쓸 기회가 필요해요. 그걸 나 자신에게 다시 말하고 문단을 다시 한 번 살펴볼 기회가 필요하며, 전체 텍스트를 한 줄 한 줄 매우 조심스럽게 검토하면서 써내려갈 기회가 필요한 거예요. 여기에는 말하자면 나 자신처럼 쓰고자 하는 일종의 모방 충동도 있을 겁니다.

 

+676

나는 처음 쓴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표현을 싫어해요. 글쓰기의 온전한 기쁨은 글을 다시 점검하여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보는 기회에서 오는 거예요.

 

+677

글쓰기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처음 그걸 적어 내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개는 우리가 쓴 글이 아주 형편없어서 낙담하게 되고 계속 써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까요.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거예요. 우리가 쓴 글을 보고 있을 때 생기는 좌절감 말입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마음이지요.

 

+678

여행은 특별히 새로운 얼굴들을 보고 만나거나 새로운 이야기들을 듣는 문제가 아니라 인생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문제예요. 또 다른 막이 전개되는 커튼인 거죠.

 

+679

어떤 의미에서 작가는 항상 뭔가를 알려주는 유랑자이고 아웃사이더여서 계속 이동하는 게 삶의 일부랍니다.

 

+680

- 당신은 언제가 '픽션'이라는 말은 부적절한 말이라고 하셨어요. 왜죠?

전적으로 꾸며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개념, 그리고 이처럼 꾸며 만든 글을 픽션으로 분류하고 꾸며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다른 글들은 논픽션으로 부른다는 개념이 너무 독단적인 구분이라고 생각돼요. 우리는 대부분의 위대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전적으로 꾸며낸 게 아니라 완벽하게 알고 자세히 관찰한 것에서 비롯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작품들을 꾸며낸 거라고 말하는 건 부당한 표현이에요. 때때로 나는 아무것도 꾸며내지 않는다고 말하곤 해요. 물론 이 말은 사실이 아니죠. 그러나 난 보통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작가들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나는 자신의 삶을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한방에 있고 싶어요. 그 이야기에는 과장이 있고 거짓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적으로 진실인 이야기를 듣고 싶거든요.

 

+681

- 당신의 문체가 인상주의적이라고 보시나요?

엄밀히 말하면 인상주의는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색을 풍부하게 써서 작업하는 경향을 말하잖아요. 그렇죠? 누군가 나는 사전트(John Singer Sargent. 여인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미국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고 하더군요. 사전트는 직접적인 관찰과 물감의 사용을 절제하는 것을 자신의 화풍의 토대로 삼았는데, 그건 나의 창작 방법과 비슷해요.

 

+682

-당신의 작품은 너무 남성 지향적이라고 비판하는 독자들도 있는데, 그런데도 당신은 여성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하는군요. 그 이유가 뭡니까?

- 더 어려운 일을 안고 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단호히 맞서며 살아가는 것을 영웅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서는 여성이 그런 경우죠.

 

+683

- 드라마는 시련 속에서 존재하는 겁니까?

인생은 시련 아닌가요? 우리는 끊임없이 시험당하고 있어요. 이런 시험이 단적인 모습 또는 극적인 순간을 선택하는 건 내게는 드문 일이 아닐 거예요. 그건 스토리텔링의 전통적인 방식이죠. 물론 거기에는 종종 용기가 담기게 된답니다.

 

+684

그것은 존경의 편지였어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춰 쓴 첫 편지였고, 그 결과 우리는 몇 달 후에 뉴욕에서 만났답니다. 내가 우연히 뉴욕에 가게 되었을 때 만난 거죠.

 

+685

펠프스도 이와 유사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는 매우 순수한 삶을 살았어요.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책들은 복도에 내다놓아 사람들이 집어 가게 하거나 폐품 수거인이 거두어 가게 했지요. 주기적으로 그렇게 했어요. 자신의 서가를 꼼꼼히 살펴보았답니다. 그래서 그의 서가에는 아주 좋은 책들만 놓여 있었어요.

 

+686

어떤 좋은 작품을 읽으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영화관엘 가는 것도, 심지어 신문을 읽는 것조차 재미없게 생각되죠. 읽고 있는 책이 그 무엇보다도 더 매혹적이니까요.

 

+687

나는 밀러처럼 쓰지 않아요. 그렇게 못 써요. 그렇게 쓰려면 밀러가 되어야 할 거예요. 그 점이 참으로 대단한 거죠. 그의 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정말로 귀 기울이는 것은 작가의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그게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지요. 그리고 그건 물론 밀러의 목소리예요. 책을 덮고 나서 한참이 지난 후까지 우리를 그의 팔꿈치 주변에 머물러 있게 하고, 나아가 우리가 철이 든 어른이라 할지라도 그와 함게 집에 가서 계속 얘기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목소리지요.

 

+688

- 당신은 그가 당신에게서 오만한 실패를 봤다고 말했는데, 그건 무슨 뜻이었습니까?

그는 아마 인정받지 못하지만 야망이 있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것을 나에게서 봤을 거예요.

 

+689

- 자신을 대기만성형 작가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몇몇 푸른 잔가지가 나오고 있길 바란답니다.

 

+690

- 그 첫 소설을 쓰기 시작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부터 그걸 쓰고 싶은 충동이 있었어요. 나는 처음에는 무엇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그건 단순한 거예요. 일단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걸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느낌을 가졌던 것 같아요.

 

+691

단편은 무엇보다도 흡인력이 있어야 해요. 우리가 지금 문학의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둠 속에서 여러 목소리들이 들려와요. 그것들이 얘기를 하기 시작해요. 어떤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마음은 산만해지고 졸려요. 그러나 어떤 목소리들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게 되죠. 첫 줄, 첫 문장, 첫 문단, 그 모든 게 우리를 끌어들여야 해요. 나아가 기억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미가 있어야 해요. 그저 뭔가를 썼다고 해서 정당화되지는 않는답니다.

 

+692

그가 이 작품은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우린 이걸 실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어요. 나는 어리둥절했죠. 내가 물었어요. "왜요?" 그가 말했어요. "<뉴요커>에는 절대 어기지 않는 두 가지 규칙이 있어요. 첫째는 외설적인 내용은 절대 싣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작가나 창작 활동에 관한 소설은 절대 싣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1년인가 2년 뒤에 이 얘기를 솔 벨로에게 해주자 그가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그 사람들에게 <희생자The Victim>의 일부분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들은 두 가지 규칙이 있다고 했어. 첫째, 외설적인 내용은 절대 싣지 않았다고 하더군. 둘째, 죽음이나 죽어가는 것에 관한 내용은 절대 싣지 않는다는 거야."

 

+693

내가 의자할 거라곤 트루먼 커포티를 흉내 내는 것뿐이었어요. 트루먼 커포티는 도쿄에서 말런 브랜도와 술을 마시며 밤새 얘기를 나눴는데, 다음날 그는 말런 브랜도와 나눈 모든 대화를 정확히 써냈답니다. 그 글이 <뉴요커>에 실렸지요. 나는 생각했어요. 커포티가 술을 마시며 밤새 그럴 수 있었다면, 내가 나보코프와 술 없이 30분을 그렇게 하는 것도 틀림없이 잘 해낼 수 있는 이이라고 말이에요.

 

+694

영화작가는 이 세상에 한 일에 비해 가장 과도하게 보수를 많이 받는 무리 중 하나랍니다. 어떤 의미에서 영화 일은 무보수로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일을 하는 게 재미있어서 말이에요. 그런데도 엄청 돈을 받는답니다.

 

+695

영화는 단일한 연기예요. 그리고 연기로 기억되죠. 영화는 다시 연기되는 법이 없어요. 영화는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때로는 수년 후에 리메이크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전적으로 고정되고, 언제나 그렇게 고정되어 있을 거예요. 영화는 위대한 산문과는 달라요. 위대한 산문은 한 비평가가 지적했듯이 처음에는 어느 한곳에서 불이 붙고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불이 붙는답니다.

 

+696

- 글을 쓰고자 하는 궁극적인 충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궁극적인 충동이요? 이 모든 게 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에요. 남아 있는 거라곤 산문과 시, 책, 그리고 글로 기록된 것들뿐이겠죠. 인간은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책을 만들어냈어요. 책이 없다면 과거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우린 이 세상에 벌거벗은 채로 있겠죠.

 

 

'+ Rea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FACTFULNESS 팩트풀니스  (0) 2019.07.04
선택의 조건  (0) 2019.05.10
사물의 중력  (0) 2019.02.09
옥상에서 만나요  (0) 2019.02.07
인간실격  (0) 201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