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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춤토르 분위기 ATMOSPHERES

[밑줄]

 

+786

분위기는 나의 스타일이다

J.M.W.터너가 존 러스킨에게 보낸 편지(1844)

 

+787

우리가 말하는 건축의 질은 무엇인가? 건축의 질이란, 적어도 나에게는, 건축 가이드북이나 건축사에 누군가의 건축에 포함되거나 내 작품이 출판물에 수록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 질 높은 건축은 나를 감동시키는 건물이다. 무엇이 나를 감동시키는가? 어떻게 그 감동을 작업에 적용하는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분위기다.

 

+788

우리는 심리적 감성으로 분위기를 감지한다.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작동하는 지각력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마음에 드는 것을 결정하거나 가던 방향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기에 항상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결정의 순간에 우리 내면의 무언가가 재빨리 말한다. 우리에게는 즉각적인 이해, 자발적인 정서 반응, 순간적인 거부능력이 있다.

 

+789

플라톤의 유명한 문장이 떠오른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다." 전부 우리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광장을 제거하면 내 감정도 달라질 것이다. 실험은 간단하다. 내 단순한 생각을 용서하기 바란다. 생각에서 광장을 지우면 감정이 사라진다. 광장의 분위기가 없으면 이전의 감정들을 느끼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사물과 소통한다.

 

+790

실체의 마법

나는 건축가로서 이런 분위기, 이 정도의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고는 생각한다. 그래, 충분히 가능하다. 또다시 생각한다. 아니,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괜찮은 사물과 괜찮지 않은 사물이 있기 때문이다.

 

+791

이제부터 내가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깨닫게 된 아홉 가지 사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내가 사물을 다루는 방식, 건물을 설계하면서 특정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깨달은 점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혀둔다. 어쩔 수 없다. 매우 세심하고 개인적이다. 내가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도록 인도하는 감성, 곧 개인적 감성의 결과물로 보면 된다.

 

+792

건축의 몸

나는 세상의 여러 물질과 재료들을 모으고 혼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건축의 가장 위대한 첫 번째 비밀이라 생각한다.

 

+793

물질의 양립성

돌을 보자. 우리는 돌을 자르고 갈고 뚫고 쪼개고 광을 낼 수 있다. 매번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소량으로 대량으로 같은 돌을 다시 택하여 작업하면 또 다른 것이 만들어진다. 돌을 빛에 가져가면 또 다른 결과를 얻는다. 하나의 물질 속에 수천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나는 그런 일이 좋다.

 

+794

공간의 소리

소리. 실내는 거대한 악기와 같다. 소리를 모으고 증폭시키고 전달한다. 이것은 각 방의 독특한 형태, 여러 마감재로 처리된 표현, 재료를 사용한 방식과 관련이 있다.

훌륭한 소리를 가진 건물들이 있다. 그 소리들은 나에게 안락함과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결코 잊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795

공간의 온도

모든 건물은 특정한 온도를 갖고 있다.

온도는 물리적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심리적이다. 내가 보는 것, 내가 느끼는 것, 내가 만지는 것, 내 발에 닿는 촉감 속에 존재한다.

 

+796

주변의 사물

나는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에 두는 사물을 보면 감동받는다. 혹시 이런 점을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물건들은 세심한 관심과 사랑 속에 조화를 이룬다. 거기에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다.

건축의 역할은 여러 물건을 두는 보관소일까?

시간이 지나면 건축가와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이 건물에서 각자의 자리를 정확하게 차지할 것이다. 내가 설계한 건물의 미래가 어떠할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 나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미래 말이다.

 

+797

안정과 유혹 사이

건축이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건축은 조형예술인 동시에 시간예술이다. 건축 경험은 한순간으로 제한되지 않느낟. 작곡가 볼프강 림의 말에 동의한다. 건축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간예술이다. 건물 내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798

내부와 외부의 긴장

건축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매우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내부와 외부의 긴장>이다.

건축은 지구의 일부분을 선택하여 작은 박스를 세운다. 그 순간 실내와 실외가 생긴다. 우리는 안에 있거나 밖에 있다. 놀랍지 않은가.

나는 작업을 할 때마다 이렇게 질문한다. 나는 나 자신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무엇을 보기를 바라는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가? 내가 공개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799

친밀함의 수준

양극단이 존재한다. 따라서 "큰 것은 나쁘다. 휴먼 스케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휴먼 스케일을 우리와 비슷한 크기로 보는 시각에서 한 말이다.

 

+800

사물을 비추는 빛

나는 빛을 잘 모른다. 빛은 나를 뛰어넘는 무언가,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그런 빛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801

건물이 25년 후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작업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누군가가 첫사랑과 처음으로 키스했던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나에게는 건물이 건축책에 나오는 것보다 35년 뒤에도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802

일광성에는 감정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어떤 일을 하거나 건축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무수한 아이디어들. 각기 다른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굳이 전문적인 수준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모든 것에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수천 가지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그 모든 결정 끝에 건물이 사용될 때가 가장 기쁘다.

 

+803

약간 뒤로 물러나서 모형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왔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토록 오래 건축을 해왔지만 여전히 그렇다. 그래서 느린 건축이란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고심해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면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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