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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가득한 작업실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The 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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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9

1970년대 불황과 함께 사회가 보수화되면서 뉴저널리즘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너무 묽어져 버린 저널리즘적 가치에 대한 반성과 비판도 거셌다. 존 맥피는 뉴저널리즘의 세례를 받았지만, 자신에게 성수를 뿌려준 이들의 초라한 퇴장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뉴뉴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고전적 가치를 중심에 두면서 뉴저널리즘의 미학적 야심을 계승한 이들의 글쓰기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특별한 대상의 도드라진 사연이나 자극적인 일화보다는 덜 특별한 이들의 일상에 주목했고, 현란한 수사나 문학적 비유보다 팩트들- 그것이 진술이든, 묘사든, 인용이든-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내용과 함께 감정을, 감동을 전하고자 했다. 뉴저널리스트들이 논픽션으로 픽션의 성채를 넘봤다면 그들은 픽션과 논픽션의 '알량한'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맥피가 그 선봉이었다.

 

+1630

'커버 디자인이 기사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에 쓰이지 못한 경우라고 말한다. "기사가 영 아니었어. 우리는 우리 자신이 기득권층의 일부인지 아닌지 여부를, 그리고 만약 우리가 기득권층이라면 우리 자신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거든."

 

+1631

글감을 찾는 것과 글을 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소재로도 최고의 논픽션을 써내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그는 2017년 인터뷰에서 "어떤 글을 쓰든 늘 초조하다"고, "그럴싸한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632

가끔씩 작은강꼬치고기가 수면 가까운 곳을 서성거릴 때, 놈은 우리가 던진 움직이는 미끼를 멀리서 지켜본다. 그러다 잔물결의 흔적을 수면에 아로새기며 어뢰처럼 빠르게 그쪽으로, 우리를 향해 온다. 우리의 욕망을 영원토록 불러일으키는 데는 딱 그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1633

그런 도마에서 작은강꼬치고기가 보험회사처럼 걸신들렸다는 걸, 은행처럼 탐욕스럽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들이 등장한다.

 

+1634

젊은 의사가 지난번 회진 후 정확히 스물네 시간 만에 돌아왔다. 그는 손가락과 쇠로 된 도구로 환자를 건드렸고 그리하여 진료비를 받을 자격을 얻었다. 그는 차도가 전혀 없다고, 기대할 것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환자의 이해력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전날 했던 그대로 해나갔다...주치의 앞에서는 입을 꾹 닫은 나는 89년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얼어붙어버린 아버지를,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의 도심 동네에서 자라며 세 시즌 동안 운동선수로 활약했던, 오벌린에서 오하이오주립대학이 128대 0으로 이긴 경기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뛰었던 아버지를, 농구부의 주장이었던 웨스턴리저브아카데미에서 수련하고,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5년간, 그리고 프린스턴에서 36년을 스포츠의학에 몸담았던 아버지를, 헬싱키와 로마, 도쿄, 인스브루크, 그 외의 도시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국 올림픽 팀의 의료 팀장이었던 아버지를 내려다봤다. 젊은 의사가 떠났다.

 

+1635

"제가 그 초목 사이에서 놈을 끌어당겼어요." 나는 말했다. "아버지가 주신 대나무 낚싯대로 놈을 잡은 거예요." 아버지를 자세히 살폈다. 아버지의 눈에 물기가 고였다. 얼굴이 축축했다. 6주 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1636

캐리의 스튜디오 사무실에는 그의 아내들 전원의 특대형 사진들과 방대하고도 고상한 그의 커리어를 기념하는 수없이 많은 기념품이 있다. "좋았던 옛 시절은 바로 지금이에요" 그는 온화한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근에 어느 편집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그에게 전보를 보내 물었다. "캐리 그랜트는 몇 살인가요?"- How old Cary Grant? "늙은 캐리 그랜트는 어떻게 지내나요?"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 그러자 그는 회신을 보냈다. "늙은 캐리 그랜트는 잘 지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1637

모두들 공만 지켜봤다. 로버트슨만 빼고. 공이 들어가기 전까지 그는 바스켓에서 결코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다시 슛을 쐈다. 출렁. 다시. 출렁.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연속으로. 이제 콜리세움에는 아무도 없었다. 로버트슨은- 두 손으로 슛을 쏘고 점프슛을 하고 심지어는 먼 거리에서 우아한 몸놀림으로 훅슛을 쏘면서- 군중에게서 멀어져 그의 재능이라는 은신처로 물러났다.

 

+1638

내 얘기를 다 들은 샘이 파트너를 쳐다봤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그는 말했다. "잘 들어요, 선생. 선생이 그 차를 훔치는 중이었다면, 선생은 우리한테 도둑질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사람인 거요. 그러니 그 차를 가져요. 그건 선생 차요. 선생은 그 차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1639

그의 누이가 말한 대로, 그는 "모든 치아에 종이 들어 있는 것처럼" 노래를 불렀다.

 

+1640

필립 버턴은 참신한 방식으로 리처드를 훈련시켰다. 그는 리처드가 동시에 전화기 다섯 대를 상대로 통화를 하게 만들었다. 전화기에서 전화기를 옮겨 다니며 별개의 대화 5개를 해나가는 분주한 은행 간부를 다룬 연극의 한 장면을 공연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는 소년에게 대사 연기를 조정하는 능력을 키우고 수학적으로 정확한 발음을 가르치려고 이 연습을 천 번쯤 반복해 시켰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날 리처드는 전화를 싫어한다. 그렇지만 그는 대사 연기를 기가 막히게 정확하게 한다. 또한 필립 버턴은 리처드를 폰트리디펜과 바다 사이에 있는 마지막으로 높은 산인 미니드마르감으로 데려가 바람 부는 쪽을 향해 셰익스피어의 아리아를 큰 소리로 낭송하라고 시키고는 했다. 필립 버턴은 리처드가 서있는 자리에서 멀리, 더 멀리로 이동하면서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내 귀에 들리게 해. 고함을 치지는 마. 그래도 내 귀에 들리게 하라고." 10년 후 리처드가 "오! 나는 불한당에 농노 같은 자로다([햄릿] 2막 2장에 나오는 햄릿의 독백)을 속삭일 때, 그가 내뱉은 웅장한 음절은 올드빅의 제일 끝자리에 있는 관객에게도 처음부터 끝가지 특송 배달됐다.

 

+1641

<홀든스 달러 매거진>은 이렇게 썼다. "당신의 헌 옷을 팔아라. 구식 부츠를 처분하라. 모자를 팔고 보석을 저당 잡혀라. 운하로 나와 배를 타고, 모금을 하고 그 돈으로 내라. 집을 담보로 돈을 모으고, 집에 있는 흑인 일꾼을 영원한 노예로 팔아버리며, 다른 흑인은 더 높은 값을 부르는 이에게 처분하라. 1년간 담배를 끊고 차와 커피, 설탕을 포기하라. 빵과 고기, 소스용 채소 같은 사치품 없이 살아라. 그런 다음에 제니 린드의 노래를 들으러 가라."

 

+1642

제니가 친구들과 함께 덴마크에 머물 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그녀가 머무는 집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러 오고는 했다. 그녀를 보려는 핑계였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그는 그녀를 위해 <나이팅게일The Nightingale>을 썼다. 그녀가 그를 냉담하게 대하자 <눈의 여왕>을 썼다. 그가 그녀에게 결혼해달라고 애원하자 그녀는 말없이 그에게 거울을 건넸다. 그날 밤, 그는 <미운 오리 새끼>를 썼다. 

 

+1643

그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프린스턴대학 인문학협의회의 편지지로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편지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따스한 축하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적었다. 나는 딸을 넷 둔 아버지인데,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어떤 상황에서 딸아이들 중 하나가 나를 지키려고 당당히 일어섰으면 하는 것이 나를 가장 흐뭇하게 해주는 소망일 거라고.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그 산의 이름은 데날리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1644

"새를 관찰birding한 지 얼마나 오래돼셨나요, 빙엄 씨?" "'버딩'이라는 단어는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단어는 새로운 스타일의 생태학에 관심을 가진 반체제 문화 참여자들이 쓰는 단어죠."

 

+1645

샐러스는 새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게 보통이다. "전화를 걸어서 이 영화는 못하겠다고 말하는 게 낫겠어." 그는 아내에게 말한다. 그는 몇 시간이고 미친 사람처럼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그녀는 말한다. "피터가 새 차를 사면 문제는 싹 사라져요." 지난 14년간, 그가 소유했던 자동차는 62대였다. 그중에는 롤스로이스 실버 클라우드도 있었는데, 그는 그 차 때문에 심기가 편치 않았다. 그는 <선데이 타임스>에 차량 판매 광고를 실었다. "명품 차량이 주인을 처분하는 걸 소망합니다."

 

+1646

빌은 대학 재학 중 여름에 로렌스빌필드하우스에서 혼자 연습을 할 때 점프슛을 6개 연속으로 못 넣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뭐 좀 알려드릴까요? 저 바스켓은 3.8센티미터쯤 낮아요." 며칠 후, 톰이 발판 사다리를 가져왔고, 그와 나는 바스켓을 측정했다. 바스켓은 3.5센티미터 낮았다.

 

+1647

번역은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 이기면 뭔가가 잘못된 싸움이다. 아무리 잘하더라도 기껏해야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얼마나 처참하게 깨질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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