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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웨이, 이토록 멋진 일상

ROCKAWAY:Surfing Headlong into a New Life

 

[밑줄]

 

+1782

중년에 이른 나는 인생의 중심축을 커리어에 집중된 출세 지향 삶에서 더 의미 있어 보이는 무언가로 옮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는데, 결혼 생활을 지키기에도, 아이를 갖기에도, 다른 멋진 사랑을 찾기에도 너무 늦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빌린 서프보드 그리고 빌린 삶에 매달려 있었다. 내가 이따금 가져다 썼지만 진정 내 뜻대로 할 수는 없던 삶이었다.

 

+1783

"언제부터 여기에 오셨어요? 내가 물었다.

"1970년대부터요. 노인네들이나 오는 바였는데, 나는 그때 젊은이였죠. 지금은 내가 바로 노인네로군요."

 

+1784

처음에 그 에너지는 자잘하고 격렬한 파도들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하게 큰 물결을 일으키지만, 물을 통과하며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면 너울swell이라고 하는 매끄럽고 규칙적인 흐름이 생겨난다.

 

+1785

드넓은 대서양을 떠나 수천 킬로미터를 거침없이 달려온 너울을 맞이하기에 좋은 위치라는 뜻이다.

 

+1786

희미한 승리감을 느꼈다. 일어서진 못했지만 이제 적어도 떨어지는 게 두렵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 후로 떨어지고 또 떨어졌기 때문이다.

 

+1787

아주 잠깐 동안 나는 신비로운 엔진에 접속되어 그 추진력으로 바다 위를 미끄러졌다. 보드의 존재가 사라졌다. 나는 발목에 날개 대신 파도의 물거품을 달고 물 위를 누비는 헤르메스가 되어 심해에서부터 솟아오른 모든 에너지와 교감하며 해안을 향해 날아가는 듯했다... 몸에 아드레날린이 흘러넘쳤고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강렬한 행복감에 휩싸였다. 우주적인 쾌감, 중독적인 해방감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아주 당연히, 좀 더 맛보고 싶었다.

 

+1788

"그 근육을 키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크리스틴이 말했다. 야구 모자 챙이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지만 잘하실 거예요. 배우러 오신 분들 중에 서핑에 재능이 없는 분들도 계셨어요. 재능은 정말 요만큼도 없었다니까요. 하지만 꾸준히 계속해서 지금은 파도를 타시죠. 그렇게 되실 거예요." 크리스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울어지는 해에 그의 탄탄한 몸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크리스틴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 말이 사실이 되기를 그 누구보다도 내가 절실히 바랐기 때문이다.

 

+1789

날씨가 나쁘니 안 나가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둘러대는 대신 계획을 밀고 나가는 내가 놀라웠다. 나의 일부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지만 더 큰 내가 나를 빗속으로 떠밀었다.

 

+1790

"웻슈트 벗을 힘이 남았나 모르겠어요." 우리는 웃으며 해변으로 걸어 올라갔다. "바로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해요. 강습이 끝났을 때 바다에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으니까요."

 

+1791

기차가 덜컹이며 퀸스를 지나는 동안 삭신이 쑤셔왔지만 어디를 다쳐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아픔은 오롯이 내뜻에 따라 결정한, 내가 하고 싶었던 무언가를 전력을 다해 추구하다가 힘겹게 얻은 정당한 아픔이었다. 비겁하게 굴지 않은 내가, 평소처럼 실패가 두려워서 그만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1792

혹사당한 근육, 힘줄, 인대, 관절 하나하나가 땅기는 것을 느끼며 깨달았다. 서핑을 하고 싶다면 아버지의 가르침은 잊어야 한다. 우리는 실패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라도 더.

 

+1793

이 지역 전체, 특히 그레이트 존스가 주변에는 내 사회적 진화 과정이 화석처럼 새겨져 있다. 건물 하나, 골목 하나, 바와 카페와 레스토랑 하나를 볼 때마다 닥터마틴을 수없이 바꿔 신었듯 나에게 걸쳐봤던 인격이 야망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할 시간이 영원처럼 계속될 것 같던 시절이었다.

 

+1794

모래 위에 주저앉아 슈즈를 벗고 웻슈트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힘이 쭉 빠졌고 근육이 도통 움직이지 않으려는 걸 보니 곧 아프기 시작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느끼지 못했던 평온과 만족이 찾아왔다. 가슴속의 압력 조절 밸브가 드디어 풀리고, 아직 남아 있던 뜨겁고 쓰라린 상실감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1795

긴장이 밀려나가고 모든 섬유 조직이 힘을 푸는 듯했다. 우리는 나머지 강습생들이 마지막으로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두 미소 짓고 크게 웃고 손뼉을 마주치고, 햇빛이 물 위에서 춤추고 물결은 바위를 휘감았다.

 

+1796

어머니의 물건을 상자에 넣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예쁜 물건들이 티슈나 포장 비닐에 곱게 싸여 있었다. 머릿속에 그렸지만 살지 못한 삶, 어머니가 기대했지만 결코 오지 않았던 좋은 때는 쓰레기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미래를 중심으로 현재를 쌓는다 해도 시간이 흘렸을 때 그 미래는 예상과 완전히 다를지도 모르니까.

 

+1797

날이면 날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서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소리가 맴돌았다.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왜 다 저렇게 쉽게 하는 거지? 내가 이걸 할 수 있기는 할까?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을까? 서핑은 내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인생의 다른 많은 일과 같았다. 내가 그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1798

너무 자랑스러워요. 내 삶에서 이 말을 해준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없었다. 어머니도, 배우자도, 물론 칭찬에 인색했던 아버지도 해주지 않았다. 가슴이 먹먹하고 목이 막히고 눈물이 흘러 뺨을 적신 바닷물과 뒤셖였다. 바로 그렇게, 나도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 많은 실패와 좌절을 끝까지 견뎌낸 내가, 결과보다 경험에 집중하는 법을 알아낸 내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되찾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1799

현대 글로벌 스포츠인 서핑은 '파도 미끄럼'이라는 뜻을 가진 활동인 헤에 날루Hee nalu에서 왔다. 하와이에 정착한 폴리네시아 인들이 하던 이 놀이는 곧 국민적 취미가 되었다.

 

+1800

내가 물에 들어가지 않었던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여기저기서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나는 지금 이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관찰당하고 평가를 받고,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바다에 나온 여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여자로 영영 취급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 제이가 말했던, 서핑을 안 하는 서퍼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스스로 서퍼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파도를 타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1801

"잘하고 있어요. 파도를 더 타보기만 하면 돼요." 그 말이 턱에 꽂힌 어퍼컷처럼 나를 후려쳤다. 고개가 휙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얻어맞고 기절하는 대신 정신이 확 들었다. 나는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물에 충분히 자주 들어가지 않았고, 들어간 뒤에도 충분히 많은 파도를 잡지 않았다. 조심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한정된 체력과 힘을 잘못된 파도에 낭비했다가는 적당한 파도가 왔을 때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남 더 큰 이유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802

"나는 언제나, 정말 언제나 그렇게 믿었어요." 브리짓이 가까이 몸을 기울이고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러면 그 일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삶 속에 불러들일 수 있어요. 나머지 다른 건 다 알아서 제 자리를 찾을 거예요."

 

+1803

케빈이 본 사람 주에 가장 복잡하고 희한하게 팝업을 하는 노인이 있었다. 단계가 많고 도중에 무릎도 꿇었지만 그 사람에게 그 방법이 통했다. 케빈이 말했다. "일어서지는 방법이 일어서는 방법이에요."

 

+1804

수행 불안으로 짜증이 치밀었던 초등학교 2학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매주 목요일에 있었던 창의적 글짓기 수업 전날 밤이면 항생 그랬다. "목요일에는 창의성이 생기지 않으면 어떡해요?"

 

+1805

나는 어떤 활동을 할 때 태도를 수정하는 것 - 못하는 것에 매달리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 이 결과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배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