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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The Moment of Clarity

[밑줄]

+2218

여전히 인간에게는 정체가 분명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선호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분석 도구와 큰 차이는 없다. 이들 역시 사람들이 뭘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사려 깊게 묻는 것으로,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고 여긴다. 요컨대 우리의 의사결정이 '의식적인 수준', 적어도 그와 유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오판의 여지를 안고 있다. 즉 현대 비즈니스 문화의 정수 안에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뇌,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생각 프로세스를 분석해야 한다는 '가설'이 뿌리내리고 있다. 바로 이러한 가설 때문에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번번이 헛수고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기만 하면, 제대로 된 알고리즘을 설계하기만 하면, 제대로 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긴다.

 

+2219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다음 세 가지 동기에 의해 운동을 한다. '건강', '체중 관리', '외모 관리'. 반면 지난 50년 간 스포츠 업계가 사람들, 다시 말해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하는 세 가지 동기로 꼽은 것은 바로 '경쟁', '도전', '즐거움'이었다.

 

+2220

A사의 수석 부사장이 던진 질문은 단선적linear이며 합리적rational 문제해결 방법, 즉 바로 디폴트 사고default thingking(관성적인 사고)로는 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2221

그런데 '사람들의 행동'과 관련된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한 문화적 변화가 포착되었을 때, 섣불리 과거 사례로부터 수집한 수치적 가설을 대입하면 자칫 잘못된 확신으로 흐르기 쉽고, 이런 잘못된 지도 한 장 때문에 업계 전체가 미지의 바다 한가운데를 헤매게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2222

미래학자들과 예언가들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경고해왔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가리켜 '인류가 단 한 번도 맞닥뜨린 적이 없는 유례없는 변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1969년,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서구 사회가 새로운 '단절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며 단절의 시대를 관통하며 이루어질 기술, 시장, 경영, 일의 성격 등의 거대한 전환 이후로는 지속적인 변화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앨빈 토플러 역시 베스트셀러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에서 동일한 기조의 견해를 밝혔다. 이 책에서 토플러는 미래를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 지속적인 충격 상태에 놓인 사회'로 묘사했다. 조직학습 전문가 도널드 숀은 1973년에 발표한 책 <안정 너머Beyond the Stable State>에서 인류가 결코 다시는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이 스스로를 지속적인 학습조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이 앞으로의 사회에 대한 진단을 내놓았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변화의 가속화를 근대성modernity의 후기 단계, 즉 기술이나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가 지속적인 변화 상태에 놓인 것으로 묘사했다. 이렇듯 변화와 미래에 관한 여러 사상가들의 견해에는 무게가 실렸고, 톰 피터스Tom Peters나 게리 하멜Gary Hamel 등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라는 새로운 경영학 과목을 탄생시킨 희대의 저술가들의 등장을 예고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변화와 미래를 부르짖던 저들의 구호가 짐짓 과장된 호들갑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살아가는 한 언제나 우리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격심한 것은 아니다... 인류학자들이나 다른 인문학자들은 이처럼 문제의 '스케일scale'에 주목한다.

 

+2223

자, 지금 당신이 직면한 문제가 다음 세 가지 스케일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구분해 보라. 이렇게 하면 문제의 유형을 쉽게 판단할 수 있을뿐더러, 대처법도 좀 더 차분하고 심도 있게 탐험할 수 있게 된다. 이 분류법을 활용하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유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 회사가 맞닥뜨린 문제가 이미 알려진 해결책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인가?' '뭔가 전혀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을 요구하는가?' ...

첫째, 머리가 지끈거리긴 하지만 해결할 방법은 있는 것 같다

둘째, 꽤 당황스럽고 해결책도 막연하긴 하지만 적용 가능한 선례가 있을 것도 같다.

셋째, 뭐가 문제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2224

프랑스의 인류학자 피에르 부르디와Pierre Bourdieu는 어떤 면에서는 가려져 있지만 우리에게 상존하면서 인식과 생각과 행동 땅위에 영향을 미치는 기질을 표현하기 위해 '아비투스habitus'라는 용어를 고안했다. 다른 말로 하면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일종의 집단무의식이다.

 

+2225

첫 번째 도전은 카메라 폰의 등장이었다. 두 번째 도전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사진 공유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불과 몇 년 사이, B사의 카메라 사업부는 완전히 안개 속에 갇혀버렸다. '앞으로도 카메라라는 게 필요하긴 한 걸까?'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사진으로 뭘 하고 싶은 걸까?' '사진이라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가 신상품 카메라를 디자인 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B사는 당장 '미국 전역의 십대들이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특히 자신들의 강점 분야인 '스냅 사진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해 연구해줄 전문가들을 소집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성인들이라면 이들 전문가들은 성인들이라면 텍스트로 채웠을 공간을 십대들은 사진 파일을 업로드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저 몇 장을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수천 장씩 도배를 하다시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 사진의 용도는 중요한 이벤트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실시간 대화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연구자 한 명은 가라오케 동호회 회원 하나가 멤버들을 2분에 한 번씩 찍어 올리는 역할을 맡았다는 데 주목했다. 그 회원이 거의 실시간으로 사진을 웹사이트에 업로드 하면, 회원들은 거기에 댓글을 단다. 사진 중에선 그날 밤이 지나기 전에 삭제되는 것도 있다. 엄청난 양의 사진들은 서사 구조를 가진 전체로서가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가버리면 사라지는 존재로 소비되었다. 연구자들이 포착한 특이한 현상이 또 하나 있었다. 일부 아이들은 자기가 포스팅 했던 방대한 사진 중에서 특정 사진을 찾는 수고를 하는 대신, 그냥 다시 한 번 사진을 올리는 양태를 보였다. 과거에 사진이란 영속적인 기록을 남기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면, 이제는 순간을 포착해서 중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이제 사진은 일종의 라이브 공연인 셈이다. 사용자들의 행동이 달라짐에 따라서, 카메라는 새로운 기능을 필요로 하게 됐다. 십대들은 수천 장의 이미지를 재빨리 가공하고 정리하길 원했다. 사진들을 한눈에 보면서 잘 나온 것들을 체크를 해서 기념품으로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리고, 나머지는 바로 휴지통으로 보내는 것 같은 기능 말이다.

 

+2226

현상학Phenomenology은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그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현상학이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될 리는 없지만, 센스메이킹과 같은 방법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철학적 영감을 제공하는 바탕이 되기에 꼭 살펴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현상학은 우리가 세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에 관한 학문이다. 현상학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험', '엄마가 되었을 때의 감정' 등을 다룬다. 코카콜라 병을 보았을 때 당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당황스러움인지 그리움인지 혐오감인지 연구한다. 제약회사라면 연역적 추론에 의거하여 자사의 영업사원 중 몇 명이 올해 4/4분기 목표를 달성할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현상학은 과연 어떤 요소들이 그들을 훌륭한 영업사원으로 만들어주는지를 조명한다.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커피 회사라면 경영과학을 통해 미국인이 하루 평균 몇 잔의 프리미엄 커피를 마시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현상학은 정말 훌륭한 커피의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2227

미리 결론을 재단하지 않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는 방법론인 센스메이킹은 기본적으로 경험 연구로부터 시작된다.

 

+2228

일본의 유명한 목공예가 토시오 오다테Toshio Odate는 제자들에게 말한다. "끌을 즐겨라. 대패를 즐겨라. 모든 재료들이 주는 느낌을 즐겨라. 네 몸의 감수성을 기르는 게 먼저다. 그게 시작이야. 그런 다음 끌을 어떻게 벼리는지 배우고 진동을 감지하는 법도 배워라. 수백 종류의 나무들이 저마다 어떤 느낌으로 뻗대는지 그걸 알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목공예의 약 1/3은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은 온갖 나무를 접하고 냄새를 맡고 이렇게 저렇게 자르고 다듬고 심지어 피부에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어가며 일상의 반복을 통해 채워나간다고 말한다.

 

+2229

세계에 대한 이해는 전적으로 맥락에 근거하기 때문에 우리는 휴대전화, 커피, 자동차 같은 도구들이 해체될 때 비로소 그것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갑자기 인터넷이 먹통이 되었을 때 비로소 온라인 접속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전화기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전화기를 빼앗겼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커피 자판대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은 그런 문화가 없는 곳을 방문할 때라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평소 우리의 이해나 단순한 고려에서 멀어져 있던 사물은 의미의 사슬에서 단절될 때 비로소 부각된다. 이런 단절을 통해서만 우리는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2230

1800년대 후반 미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ies Sanders Peirce는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유형의 추론 방식을 정의했다. 귀추법abduction, 귀납법induction, 연역법deduction이 그것이다. 퍼스는 귀추법, 즉 관찰로 시작해 그럴듯한 가설로 옮겨가는 방식만이 새로운 발상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연역법은 가설 자체는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정보를 포용할 수 없었다. 반대로 귀납법은 분석이 결코 완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매번 대상을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한다.

 

+2231

회사 이름을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의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여 '레고'라고 정했다.

 

+2232

조사팀의 인류학자들이 보기에 독버섯이 담긴 상자와 부비트랩이 설치된 방은 자기 삶을 옥죄는 듯한 기획과 감시에 대한 반발이었다. 추가 회의를 마치자 조사팀은 더욱 뚜렷해지는 패턴을 감지했다. 아이들은 숨이 막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조사자는 이렇게 회상했다. "이 아이들은 포장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자기 삶의 모든 물리적 공간이 어른에 의해 관리되고 기획된 것입니다. 과거의 아이들은 적절한 수준의 위험과 만나고 자유를 누리면서 동네 골목이나 시골길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반면, 이 아이들은 가상공간의 온라인 게임이나 신기한 독버섯 상자 같은 상상속의 영역에서 자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2233

조사자들이 독일과 미국의 아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등급과 서열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 조사자가 가상의 축구선수들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는 한 소년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 아이는 가상의 축구선수 하나하나에 관한 통계를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었다. 다른 인류학자는 비디오 게임 점수를 주제로 한없이 떠들어대는 소년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 아이들은 거의 매일 비디오 게임 실력을 근거로 서열을 매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2234

가장 두드러진 관찰 결과는 낡은 신발에 관한 것이었다. 11세의 한 독일 소년은 조사자에게 자기가 가장 아끼는 물건을 보여줬다. 그것은 비디오 게임이나 근사한 장난감이 아니라 낡은 신발이었다. 소년은 신발 옆구리와 바닥 구석구석을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그 낡아빠진 신발은 소년이 스케이드보드 기술 하나를 완전히 습득했다는 증거였다. 그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자들은 기술 습득에 관한 더 폭넓은 패턴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놀면서 특정 기술을 완전히 습득한다. 그리고 그 기술이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되면 아이들은 거기 매달리게 된다.

 

+2235

분석가들이 논의한 바에 따르면 실상은 정반대였다. 전제가 완전히 틀렸던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놀이는 기술 습득의 기회가 있고 난도가 높은 놀이인 듯했다. 조사팀은 그 통찰을 가리켜 '즉각적인 매력instant traction VS.투쟁 끝의 권리 획득paying your dues'라고 불렀다.

 

+2236

레고는 '시간적 압박'이라는 잘못된 전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핵심 소비자들 즉 레고 놀이를 통해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했고, 레고 놀이에 전념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었다.

 

+2237

"현재 우리는 레고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포장상자를 보면 레고 제품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브릭을 갖고 놀아달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사 결과 덕분에 우리는 누구에게 다가가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은 어느새 일종의 주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우리는 레고의 정체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레고 제품을 만들 것입니다." 레고와 소비자층과의 연관성을 둘러싼 명료함의 순간moment of clairity에 도달했을 때, 회사의 새로운 슬로건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장래의 설계자들에게 영감을inspiring th Builders of Tomorrow'이 그것이다. 또한 레고에 열광하는 성인들의 모임AFOL.Adult Fans of Lego을 비롯한 여러 팬 모임들과의 접촉 확대로 이어졌다.

 

+2238

조사팀이 분류한 네 가지 범주 가운데 '감시under the radar' 항목은 레고가 은밀한 위험성을 지닌 제품을 디자인할 때 도움이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소년들을 타깃으로 한 소방차로 레고를 소방차를 무기 같은 장난감으로 변형할 수 있는 비밀방법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하나씩 알려줬다.

 

+2239

조사팀이 얻은 여러 통찰 가운데 레고에게 엄청난 수익과 성장을 안겨다줄 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조사자들은 아이들이 '권위(교사나 부모 같은 성인들)에 대한 반항'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 조사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그제야 처음으로 니켈로디어Nickelodeon(아동용 텔레비전 채널로 스폰지밥 등 풍자와 위트가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방영한다)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그 채널에서 방송되는 모든 이야기에는 반항하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조사자들이 반항심의 사업적 잠재력을 보고했지만, 레고 임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임원들은 조사팀에게 '우리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2240

레고는 문제의 재구성을 기점으로 이 여정에 나섰다. 즉 '어떻게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놀이의 현상학은 무엇인가?'로 바꿈으로써 여행을 시작했다.

 

+2241

'이게 정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바로 그 문제인가?'

'지금 우리가 이해하려 애쓰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2242

벨은 회상한다. "저는 그들이 왜 저를 채용했는지 몰랐어요. 연구소 창립자 중 한 명이니 크레이그 키니Craig Kinnie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감지했습니다. 1998년 당시 PC는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었지만, 정작 연구자들은 일반 가정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시장이 점점 더 글로벌화 되고 있다는 것도 감지했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결국 본인들이 전혀 모르는 대상에게 주파수를 맞춘 상태였습니다. 사회과학자들을 영입한 것은 그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그들 나름의 방식이었습니다." 인텔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경영진들은 회사가 안개 속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들은 기존의 컴퓨터 산업이 정체 상태에 도달했으며, 앞으로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인터페이스에서의 사용자 태도와 행위에 극심한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의 기술력은 계속 첨단을 유지해왔지만, 소비 시장이 그 혁신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줄지 확실한 지표는 없었다.

 

+2243

"회사는 여전히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우리는 언제나 5대 스포츠 브랜드에 포함되었죠. 그런데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통망을 손봐야 하나?', '제품군을 더 다변화해야 할까?', '시즌마다 새로운 이슈를 터뜨려야 하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결국 숱한 질문을 던진 끝에 우리는 다시 우리 '소비자'에게도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물은 것이죠. '소비자에게 우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2244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스포츠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서 다음 질문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스포츠란 대체 무엇인가?' 팀원들은 이들 새로운 종족 중 선택된 이들과 함께 매우 깊이 있는 시간을 보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에, 팀은 '스스로를 운동선수라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들은 특정 경기나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 운동하는 게 아니다. 목적은 그저 '더 건강한 삶'이다. 2003년 당신의 아디다스는 이들 새로운 종족들에게 줄 만한 게 거의 없었다. 이들이 10여 년 후면 전체 스포츠 제품 시장 최대의 소비자 군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말이다.

 

+2245

요컨대 도심 운동선수들은 정기적인 운동을 더 큰 내러티브라는 맥락 속에 녹여내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에 다니고 요가를 배우는 것 등등은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한 이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거나 카페인 같은 물질의 하루 섭취량을 관리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 심박수를 측정하는 데 심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들이 생각하는 건강하고 이상적인 목표는 이런 것이다. '운동을 해서 칼로리를 소모시키면 초콜릿 하나 정도는 먹어도 돼.', '아, 빨리 살을 빼서 지난 번 세일 때 산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어야지.' 2003년 당시 그 어떤 스포츠용품 회사도 이러한 소비자들과의 대화를 시작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거나 자신만을 위한 운동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도록 돕겠다고 생각한 회사도 없었다. 영양학의 관점으로 운동을 바라본 회사도 없었다. 도심 운동선수들의 머릿속에서는 이 모든 주제들이 '건강'이라는 커다란 내러티브 안에 녹아 있었지만, 이들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고 여기는 스포츠용품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2246

리드하라. 흉내 내지 마라. 품질과 창의성은 이인삼각처럼 움직여야 한다. 늘 모든 프로세스를 가능한 한 단순화하도록 하라. 기능적이며 잘 맞고 가볍고 아름다우며 우수한 것만이 아디다스 제품이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아디다스 제품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칸스는 이 메모를 발견했을 때의 벅찬 감정을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 회사의 본질에 관한 정수가 제 심장을 파고 들었습니다. 다슬러는 유명 인사로서 큰 무대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개성적이며 도발적인 행동도 거침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인격은 바로 그 무대 뒤에 있었습니다. 무대 뒤 그의 철칙은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이들 선수들에게 주는 모든 것에 떳떳하지 못하다면, 나는 그 큰 무대에 설 자격이 없다." 칸스와 팀원들은 아디 다슬러의 메모를 발견한 덕분에 도심 운동선수들이라는 새로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핵심 통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운동선수와 일반 소비자에게 다른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다.' 다슬러의 신조, 곧 아디다스의 기본 철학은 향후 디자인 부서가 제품 관련 아이디어를 내고 평가하고 결정하는 기준과 방향이 되어주었다. 도심 스포츠도 농구나 축구 같은 전문 스포츠와 동등하다면, 아디다스는 기능성, 미학, 우수성을 잘 갖춘 제품을 선보여야 마땅하다. 아디다스는 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생활 스포츠 시장 역시 선도해야 한다. 누군가를 모방해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제품이든 누가 보아도 '아디다스'라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247

이들은 가설 따위는 배제한 채 소비자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려 노력하며 착실히 나아갔다. 벨의 경험담은 이런 사고방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최고의 인류학자들은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들입니다. 부서장들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는 뭐든 하고자 하는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로젝트를 들고 찾아오면 이렇게 말했죠.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야죠.' 뭐든 참여할 의지가 충만해 있었는데, 그런 태도야말로 대화를 바꾸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세요? 저희도 해답은 몰라요. 하지만 뭐 어때요. 함께 시작해 보죠!"

 

+2248

그는 경험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스스로 제일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여기는 문제에 집중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이라는 걸 밝히는 데 학자 인생 대부분을 보내왔다. 당면한 문제에 '자신만의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비즈니스 리더십의 정수이기도 하다.

 

+2249

오늘날에 이르러서 인공지능에 대한 드레이퍼스의 주장은 수긍할 만한 것이지만, 1960년대에 그는 이단아로 간주되었다. 그는 평생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곤 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탄탄한 현상학적 소양과 풍부한 철학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인 우리가 보유한 가장 위대한 자산은 '규칙을 따르는 능력'따위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그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떠한 사물에 관심을 갖는다. 다시 말해 특정 대상에 더 신경을 쓴다. 관점이 있다는 것은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 자신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2250

"흥미를 느끼는 것을 위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과 단순한 무모함의 차이점이 무언지 아는가? 바로 자신이 헌신하는 대상, 자신이 정의한 기준,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무언가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리스크야말로 한분야에서 최고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다."

 

+2251

2000년대 중반, 삼성의 텔레비전 부문 임원들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었다. 각종 최신 기술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TV는 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삼성 TV의 외관은 핵심 경쟁사 소니를 비롯한 타사 제품들과 흡사했다. 모든 TV 수상기는 새로운 특장들을 선전하는 스티커들로 뒤덮여 있었고, 전시용 제품에서 내뿜는 푸른빛이 매장을 가득 채웠다. 한 소비자는 매장에서 TV를 구매할 때의 경험을 비유적으로 '스타워즈'라고 표현했다. 대다수 TV생산업체들이 그렇듯 삼성도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TV도 전자제품의 하나일 뿐입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2252

임원들은 문제의 재구성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질문을 바꿨다. 즉 '어떻게 하면 TV를 더 많이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꾼 것이다. '가정에서 TV라는 현상은 무엇일까?'

 

+2253

뿌연 화면만 보다가 어느 순간 조리개를 정확히 맞춰 초점이 뚜렷해지는 것처럼, 연구팀에서도 마침내 통찰이 찾아왔다. 팀원들은 확신의 순간을 맞이했다. TV는 기술의 집약체로서 기능하지만, 가정에서는 다른 역할도 수행한다. 'TV는 가구의 일종이다.'

 

+2254

오늘날 삼성은 '소비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하나의 선례를 남김으로써 TV디자인계의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곡선미를 강조한 덴마크의 유명한 디자이너 겸 건축가)이 되었다.

 

+2255

반면 센스메이킹을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리더십 스킬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자가 하는 게 '분석'이라면, 센스메이커가 하는 일은 '창조'다. 센스메이커의 임무는 새로운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을 내다보고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조망하고, 경쟁해야 할 새로운 영역을 규정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아직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에 대해 수사rhetoric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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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로서 센스메이킹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벌린이 묘사한 예리한 스킬들이 필수적이다. 리더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법', '올바른 해석에 도달하는 법', '해석을 행동으로 옮기는 법' 등을 알아야 한다.

 

+2257

리더로서 당신은 의미 있는 통찰에 도달해 당면한 문제와 그것을 연결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휴버트 드레이퍼스가 언급한 '의미 있는 변별력'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정 관점을 선택하게 되면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무엇을 무엇과 연결할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용한 데이터, 조치, 지식도 찾아낼 수 있다. 관심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연결 요소'다. 뷰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화장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관한 깊을 통찰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사람은 자동차와 교통수단의 의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이빙이라는 인간 현상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관심이 없으면 모든 것을 '속성'으로, 즉 벌린이 '숱한 나비 떼'라고 부른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이데거는 관심, 그의 표현대로라면 배려sroge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관심은 사물이나 사람과 감정적으로 연관을 맺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언가 나에게 중요하다는 느낌, 나에게 깊은 의미를 준다는 감각의 측면에서 관심을 언급했다. 우리가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세상의 대상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도,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관심 덕분이다.

 

+2258

이케아의 경영은 '디테일에 대한 집중'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매우 사려 깊게 간주된다. 특히 원가 관리와 제품 개발에 관한 끊임없는 집념은 타의추총을 불허한다.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평생에 걸친 비용에 대한 집착으로 악명높다. 보유한 순자산 규모만 해도 450억 달러에 달하지만, 그는 여전히 낡은 볼보 240을 몰고 다니고 일회용 티백까지 재활용한다. 식당에 가면 소금이나 후추 봉지를 꼭 챙겨 나오고 정기적으로 이케아 매장에서 값싼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된다. 그는 자신의 책 <어느 가구상의 신조Testament of a Furniture Dealer>에서 자신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비싼 호텔에 묵지 않는 이유는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겉만 번지르르한 자동차, 거창한 호칭이나 제복이나 지위를 상징하는 무엇도 필요 없다. 우리는 오로지 우리가 지닌 강점과 의지만 믿는다!" 1947년에 창업한 이케아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제품의 가격을 2~3퍼센트씩 낮춰왔다. 그러니 이 커다란 파란색 매장을 매년 5억 명 가량이 찾는다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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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대안을 안겨줄 탁월한 천재성의 기본 전제는 관점이다.

"어렸을 때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이 인문학적 인간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전자공학도 좋았다. 그러던 중 평소 존경하던 폴라로이드 사의 창업자 에드윈 랜드Edwin Land가 인문학과 과학의 교차점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이들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글을 읽었고, 그것이야말로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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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문과학 혹은 교양학문이 왜 존재하는지, 또한 컴퓨터 테크놀로지가 왜 존재하는지 각각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을 합치면 전혀 새로운 발상이 생겨난다. '컴퓨터는 창조적 작업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컴퓨터는 아름다워야 한다.', '기술은 인간적이며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사용자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컴퓨터 사용은 사적인 경험이어야 한다.', '컴퓨터는 괴짜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꿈꾼 애플의 비전을 실현하기 일환으로 인문학적 은유를 활용했다. 그는 은유를 통해 애플의 직원, 고객,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으며, 제품 개발, 디자인, 기술, 소매 매장, 비즈니스 모델, 브랜드 등에 대한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 방향성 덕택에 회사의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건, 똑같은 그림 위에 새로운 무언가를 그려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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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자리 잡는다는 발상은 그가 매우 오랫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도달한 관점이었고, 그가 보기에 꼭 있어야만 하는데도 실종된 무언가였다. 교차점이라는 관점은 회사의 사명을 강조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작동했을 뿐 아니라 회사의 활동과 의사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른바 '관점주도혁신'의 대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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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커피 문화와 '제3의 공간'으로서의 커피숍(집은 제1의 공간, 직장은 제2의 공간,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에 대한 확고한 관점에 힘입어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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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로지 사람들이 실제 삶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고 발견하고 머리에 쥐가 나도록 도출하고 연결하고 탐구한 끝에 마침내 '명료함의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약속만 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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