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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밑줄]

 

+2379

어쩌면 이 글은 우리들의 무관에 관한 이야기

 

+2380

사랑이 되지 못한 단어들...

단어와 마음이, 마주 보며

서로를 모르는 체했다

 

+2381

이 벽과 저 벽 사이에,

다 다른 우리의 시차는 얼마나 더 멀어져야 할까?

너머의 너와 이쪽의 내가 무관한 채로 서서히 저물어간다.

 

+2382

노래가 되지 못한 악보

꽃이 되지 못한 그림들

그리고 말이 되지 못한 문장들

다시 마음이 되지 못한 편지들

이해가 되지 못한 이해

그런 것들이 모두 무관한 채

이 어둠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2383

그러니까 사랑은

사랑한다.

보다도 사랑일까,

의심하는 순간이 더 사랑 같아서

 

+2384

당신은 다를 거라 믿고 싶었던 거야.

사랑은 그러니까

당신만은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었던 거지...

그래,

그때부터

우리는 이미

이별이 시작되었지.

 

+2385

우리는 우리의 접경 지역에서

단지 조금 잠시

이해를 해보려 노력했지.

 

+2386

나의 사랑 하나로 너의 사랑이 될 수는 없더라.

 

+2387

사랑할 줄 모르는 자들이 만나

사랑을 꿈꾸다가 사랑을 잃고,

또 아프다고 말하는 밤.

 

결핍과 결핍이 만나 결핍을 확인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야 할까?

 

+2388

당신의 고독과 나의 고독이

하나로 섞일 수 없었다.

 

그것이 나를 참으로 고독하게 했다.

 

+2389

당신을 잊기 위해

나는 또 한번 죽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부서져야 하나.

 

+2390

그런데요.

 

+2391

먼 동경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다들 그렇게 공허하게 무언가를 향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내가 사랑한 건 당신이 아닌 내가 이루고픈 사랑의 동경이었는지도 모른다.

 

+2392

너와 걷던 언덕에 올라 바람을 맞으면, 풀들이 여전히 엉엉 울고 있었다.

 

+2393

꽃들은 어떻게 고백하기에 이토록 설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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