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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백

가벼운 고백

[밑줄]

+2412

쇠약해진 후로, 어머니는 TV 드라마에 좀 더 몰두했다. 화장실에 가려고 방을 나서면, 마루의 TV 앞에 앉아 졸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한다. "앉아서 주무시지 말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선잠에서 깬 어머니가 대답한다. "졸고 있을 때가 행복해."

 

+2413

실수의 깨달음은 부고처럼 언제나 늦게 온다. 인생의 오타는 왜 나중에 보이는 걸까.

 

+2414

비밀을 알려주듯 노인들은 말하지, 무조건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오늘 꿀은 오늘 빨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을 나서는 거다.

 

+2415

정말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난 눈물이 나서 말 못 할 거 같은데.

 

+2416

일정한 경지에 오른 운동선수들은 특별한 기대를 품지 않고 매일의 운동 루틴을 따른다.

 

+2417

내게도 자제력이 있다는 증거로서, 가끔 음식을 남기곤 한다.

 

+2418

과학을 혐오하는 최적의 방법은 과학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비과학적인 걸 늘어놓고 그걸 과학이라 하는 것이다. 삶을 혐오하는 최적의 방법은 삶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삶이라고 하는 것이다.

 

+2419

홍시와 곶감의 관계는, 꽃등심과 육포의 관계와 같다.

 

+2420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서양미술사의 지식을 가지고 유럽 여행을 하는 것과 아무런 지식 없이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배움을 벗하여 인생을 통과하는 일은 다르다고, 그런데 여행이란 시작이 있었으니 결국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고, 수업 첫 시간에 말해주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다.

 

+2421

사람 대부분은 관심을 원하고, 인간의 관심은 한정 자원이다. 그러니 여기에도 수요와 공급이 있고, 권위적 자원 배분이 있다. 경제와 정치가 있다.

 

+2422

청중이 졸면 강연자는 상처받는다. 청중의 상상보다 더 상처받는다. 그러나 강연 시작하기 전부터 졸고 있으면 상처받지 않는다(그것은 강연자의 책임이 아니니까!). 가능하면 강연 시작하기 전부터 졸기 바란다.

 

+2423

미국의 작가 매릴린 로빈슨은 고교 시절 선생이 해준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음은 평생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이니 아름다워야 한다."

 

+2434

좋은 투수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에 투구한다. 좋은 예술가도 마찬가지도.

 

+2435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훗날 이때를 그리워할 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2436

육체적 폐활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신적 폐활량도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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