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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계절

<재즈의 계절> 김민주

[밑줄]

+2437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면서 저는 재즈가 단지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 혹은 정신에 가깝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악기들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재즈 밴드의 음악들은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대화하는 자세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일지 가르쳐 주었죠.

 

+2438

모든 것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요.

사랑과 마찬가지로.

 

+2439

제 생각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이고,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 허비 행콕 Herbie Hancock

계획에서 벗어났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삶에서 소중한 것으로 바꾸어 보자는 이야기.

 

+2440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인간은 반드시 뛰어난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 것인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는 것인지 등 감독이 평소 갖고 있던 궁금증과 고민들이 <소울>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2441

마케팅의 본질은 가치입니다. 매우 복잡한 세상입니다. 매우 시끄러운 세상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우리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을 겁니다. - 스티브 잡스

 

+2442

1987년, 백안관에서 열린 레이 찰스 기념 콘서트에서 그가 이곳에 어떤 업적으로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한 백인에게 마일스 데이비스가 건넨 답변입니다. "난 음악을 네다섯 번 정도 변화시켰지요. 당신은 하얗게 태어난 것 빼고 어떤 중요한 일을 하셨나요?"

 

+2443

발라드 연주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것만을 계속했다가는 그것에 안주할 것이 두려워 발라드 연주를 그만두었을 정도로 그는 정체와 반복을 엄격하게 지양하고 오직 새로운 변화만을 추구했던 사람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 속 흑백 사진 안에서 가만히 트럼펫을 껴안고 상념에 빠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합니다. 기존과 다른 것을 생각해 보자고. 오직 그것만이 자신을 자신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말입니다.

 

+2444

도시를 좋아합니다. 자유와 시스템, 공존과 구별 짓기, 예술과 자본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곳. 양립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이 충돌하며 발생시키는 그 입체적인 에너지와 문화들이란 도시만이 지닌 매력이죠.

 

+2445

"늘 엄청난 문제가 생겨요. 그때 깨닫죠. 왜 뉴욕에 사느냐고 물으면 딱히 답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뉴욕에 살 용기가 없는 이들을 경멸하게 된단 사실을요." 이어서 그는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이들을 향해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를 섞어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쉬운 곳에 살아요? 모두 당신에게 친절하고 등쳐 먹으려는 사람도 없는 곳에? 그건 어른의 삶이 아니잖아요." - 프랜 리보위츠 Fran Lebowitz

 

+2446

그의 모든 삶이 오버랩되면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시간의 성질은 사라지죠. 삶의 모든 순간엔 다른 순간들이 겹쳐 있다는 겁니다.

 

+2447

디자인을 할 때에도 올드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바이닐 디스크처럼 오래된 모티프나 그래픽 디자인 문법을 가져오되, 컨템포러리한 맥락 안에 놓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죠. '옛것'이 아니라 '옛것에 대한 오마주'인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내는 것이 중요해요. - 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

 

+2448

헤아릴 요(料), 다스릴 리(理). 한자를 들여다보니 요리란 본질적으로 헤아리고 다스리는 일이네요. 몇 인분을 만들지, 어떤 식자재를 고를지, 얼마나 익힐지, 어떤 맛을 높이고 어떤 색과 어떤 모양으로 담아낼지를 결정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온전하게 함축한 말입니다.

 

+2449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자기답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자기다움'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테고요.

 

+2450

창조하는 그 순간만큼은 반드시 모든 것을 비운다는 것이 참 의미심장하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고 보았는데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들이 쌓였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럴 때면 저도 잠시나마 모든 것을 비우고 침묵하기 위한 산책을 합니다.

 

+2451

"덥고 축축한 공기가 지면의 열로 인해 상승합니다. 이 공기는 높은 고도에서 작은 물방울이 되죠. 자연의 고요한 리듬에 맞춰 하늘에 뜬 구름은 소리 없이 춤을 춥니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놓칠 때가 많죠. 구름이 더 높이 올라가면 서서히 우박으로 변하게 되고 구름을 뚫고 땅으로 내려오는데 떨어지는 동안 양극의 성질을 버리고 음극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대되는 두 개의 힘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기게 되는데 그 힘이 점점 커지다가 빛이 번쩍하는 순간에 격렬하게 결합하면서 천둥을 만들어 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천둥이 창조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4억 년 전 1볼트의 천둥이 아미노산을 만들었고 이는 생명의 근원이 되었으며, 그로부터 모든 게 시작되었습니다." -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중, 에드워드 양

 

+2452

어떤 것이 희귀하다는 것은 감독이 오히려 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죠.

 

+2453

모든 향기가 그렇듯 이 향기도 발향 순서에 따라 그 뉘앙스가 달라집니다. 첫 느낌을 결정짓는 향이자 피부에 뿌린 뒤 10분 전후에 나는 탑노트는 레몬, 핑크페퍼, 네롤리 오일 향이고, 착향 이후 30분에서 60분경에 안정된 상태로 나는 미들노트는 럼 앱솔루트, 를라리세이지 오일, 자바 베티버 오일 향입니다. 마지막으로 향수를 뿌린 뒤 두세 시간이 지난 후부터 향이 모두 사라지기까지 나는 향, 주로 잔향이라고 불리는 베이스노트에서는 때죽나무, 담뱃잎, 바닐라빈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프래그런스 라인, '재즈 컬럽'

 

+2454

모리야마 다이도는 게으름과는 아주 거리가 먼 작가입니다. 그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20대 때부터 80대가 된 오늘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밖으로 나가 사진을 촬영하는 부지런함으로 유명한데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하고부터는 무려 하루 평균 1600장의 사진을 촬영한다고 합니다. 수천 장의 사진들이 모이면 신주쿠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조수와 함께 작품이 될 만한 사진들을 고릅니다. 마음에 어떤 울림도 주지 않는 이미지는 미련 없이 삭제하고, 무언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미지들은 좌우로 자르거나 확대해 보며 강렬한 느낌이 극대화될 수 있는 화각으로 편집하기도 합니다. 필름 카메라로 찍고 암실에서 하던 일들을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컴퓨터로 할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2455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라는 말이 유행하는 중에 이 글을 씁니다. 매일 쏟아지는 데이터들을 천천히 소화해 낼 여유가 없는 이 시대의 바쁜 사람들을 위해, 정보는 점점 단순해지고 메시지는 지나칠 만큼 선명해지는 중이죠. 그 속에서 예술이 설 자리를 생각하면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2456

바쁜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는 즉시 독해 가능한 것들만이 간신히 자리를 얻어 예술의 맥을 이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슬퍼질 때가 있습니다.

 

+2457

재즈평론가 김현준 님의 비유처럼 즉흥연주는 '농익은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 힘겨운 창조 과정'입니다. 그래서 재즈는 아는만큼 연주하고,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라고 하죠. 피터 드러켜 또한 혁신을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닌 지루하고 고된 작업의 결과물'로 규정했죠.

 

+2458

잭슨 폴록과 함께 추상표현주의를 이끈 프란츠 클라인 역시 작품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관람객에게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이 자신의 트럼펫 연주를 듣고 의미를 궁금해하는 관객에게 했던 말로 답변을 대신할게요. '형제여, 이해가 안간다면 내가 설명할 길은 없어요.(Brother, if you don't get it, there is no way I can tell you.)"

 

+2459

생각해 보면 우리는 조금씩 자신의 삶 속에서 악의라고도 할 수 없고 선의라고도 할 수 없는 기이한 역할극을 수행하죠. 원하지 않는 요청을 거절하느라 갑자기 매우 바쁜 것처럼 연기할 수도 있고, 직업을 알아맞혀 보겠다면서 오답을 말한 택시기사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맞다고 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았지만, 너무 외로워서 사랑에 빠진 것처럼 굴 수도 있겠죠. 당신은 어떤 때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구나요? 어쩌면 그 순간 진짜 나의 마음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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