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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밑줄]


+507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508

오늘날 그때의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당시 연락이 얼마나 고된 일이었는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넓게 퍼져 있었으며 -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 전화는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았다. 편지를 하고, 그러면 답장이 왔다. 모든 게 느리게 움직였고, 그래서 외로웠다.


+509

우리는 말한다, 얼마나 뻔한가.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놀라운가! 내가 수전과 나에 관해 생각했던 것 한 가지 - 당시에, 그리고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난 지금 또다시 -는 우리 관계를 표현할 적당한 말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딱 맞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것은 모든 연인이 자신들의 관계를 두고 하는 착각일 것이다. 자신들은 범주와 묘사를 다 벗어나 있다는 것.


+510

내가 꼭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적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기억에는 다른 종류의 진정성이 있고, 이것이 열등한 것은 아니다.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리되고 걸러진다. 우리가 기억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을까? 아마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짐작으로는, 기억은 무엇이 되었든 그 기억을 갖고 사는 사람이 계속 살아가도록 돕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을 우선시하는 듯하다. 따라서 행복한 축에 속하는 기억이 먼저 표면에 떠오르게 하는 것은 자기 이익에 따르는 작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단지 추측일 뿐이다.


+511

나는 학교에서 읽은, "열정"은 원래 "장애 위에서 번창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기억났다.


+512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비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


+513

"이렇게, 보다시피, 우리는 다 닳아버린 세대야. 최고의 남자들은 갔어. 우리는 모자란 남자들과 남겨졌지. 전쟁 때는 늘 그런 식이야. 그래서 이제 너희 세대에게 달렸다는 거야."


+514

요즘, 삶의 반대편 끝에서, 나에게는 어떤 두 사람이 연애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경험법칙이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그렇다.


+515

"레코드 모은 걸 정리하는 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여자가 나한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의 첫 전율을 느끼던 시절 남녀는 그들의 레코드를 합치고, 겹치는 것은 버렸다. 그렇게 꿰맨 모든 것을 다시 푸는 것이 어떻게 실현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그녀는 그대로 머물렀다. 시간이 좀 지나자 떠나고 싶은 유혹은 지나갔고, 레코드 수집품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516

당신은 나이 열아홉에 사랑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었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법정에서라면 그런 이해가 책 몇 권과 영화 몇 편, 친구들과의 대화, 어찔한 꿈, 자전거를 탄 어떤 소녀들에 관한 가슴 아린 환상, 내가 잠자리를 함께한 첫 여자와의 사분의 일 쪽짜리 관계에 기초하고 있었다고 평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열아합 짜리 자아는 법정의 평결을 바로잡을 것이다.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지 애인은 사랑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그 강렬함, 사물의 초점이 또렷이 잡히는 느낌, 삶이 가속화하는 느낌,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이기주의, 욕정에 찬 자만심, 즐거운 호언, 차분한 진지함, 뜨거운 갈망, 확실성, 단순성, 복잡성, 진실, 진실, 사랑의 진실을 느끼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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