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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밑줄] +282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283 나는 커피의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시고는 잠시동안 침묵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투명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담고 있는 그녀의 도피하는 듯한 시선에 내가 얼마나 몸을 숨기고 싶어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한 핑계가 될 속임수도 이야기도 다 떨어져, 그날밤 그녀와 헤어졌을 때 엄습할 고독을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게 줘야하는 보잘 것 없는 것과 그녀에게 받고 싶어하는 많을 것을 생각했다. ------------------------------------------------------------------------------------------------..
히말라야 도서관 [밑줄] +276 네팔에서는 기도문을 깃발에 써서 집밖에 매달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바람이 깃발을 스칠 때 기도문들이 하늘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277 아버지는 아버지다운 대답을 주셨다. "그건 단지 너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단다. 너는 언제나 독립적이지. 그러니까 지금은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기보다는 너 자신을 위해 일할 시간인게다." 시드니에 사는 친구 마이크는 내가 원했던 최고의 충고를 했다. "일회용 반창고를 제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는 빠르고 고통스럽게. 너의 선택이야." +278 스티브 볼머가 그랬듯 나도 우리 룸투리드(Room To Read)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 많은 중역들이 자신의 직원들에게 충성을 ..
언뜻 본 아름다움 #11언뜻 본 아름다움 여행지에서 마주친 소녀의 미소를 기억한다 취리히 호수의 청둥오리들의 부유를 기억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비루한 일상이 되어 고색창연해지지만 스쳐 지나간 모든 것은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우리는 지금 소유하지 않은 것들을 희망하며 가장 거창한 찬사를 바치고 마는 것이다 성당에서 들려왔던 이름 모를 미사곡의 선율 놀이터의 구름다리에 거꾸로 매달려 웃던 소년의 하얀 미소 그러니 다시 말한다, 박제할 수 없는 순간은 기억으로 남아 아름다움이 된다 모든 언뜻 본 아름다움은 우리가 가질 수 없기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된다
함정 #10 함정 큰 얘기를 해야 한다 큰 돈이 드는 매체니까 큰 얘기가 반드시 큰 공감을 산다는 전제가 있다면 모를까 우리는 쓸데없이 무겁다 정작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는 늘 졸면서 들으면서 사소한 공감의 수다는 언제나 반갑지 않은가 이제 광고는 수다 떠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사소한 부탁 [밑줄] +259 호남 지방에 내려가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스무 가지 서른 가지 반찬이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을 받을 수 있다.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호남 사람들이, 비록 부잣집에서라고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그런 밥상을 차려놓고 먹었던 것은 아니다. 내 아버지 세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차림은 일제 강점기에 목포나 군산 등지 미두장에 투기꾼들이 모여들면서 생겨난 여관의 밥상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잔칫집 같은 데서 "이게 여관집 밥상인가"하며 불평하는 어른들을 본 적이 있다. 차린 것은 많은데 먹을 것은 없다는 뜻이다. +260 그래서 저 밥상을 생각하게 된다. 문화를 과시하고 소비하려는 기획은 많지만, 문화의 창조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산적 이용의 전망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
밤이 선생이다 [밑줄] +241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는 것이 금지된 시대에 사람들은 분노를 내장에 쌓아두고 살았다. +242 어머니가 전자오락에 빠져 있는 아들을 앞에 앉히고 타이른다. 오락의 폐해를 조목조목 늘어놓고 나서 아이를 설득하는 말이 그럴듯하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오락은 없다. 너는 갈수록 규칙이 복잡하고 쉽게 끝나지 않는 오락을 찾는데, 공부가 그렇지 않냐?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평생을 해도 끝나지 않고." 다소곳이 듣던 아이가 대답한다. "저도 그건 알아요. 그러나 다른 점도 있어요. 오락은 이기건 지건 판이 끝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공부는 그럴 수 없으니 아득해요." 대단한 말이다. 아이는 오락과 공부의 차이를 따지면서, 현실의 삶과 가상세계가 어떻게 다르고, 도박과 노동이 어디서 갈리는..
마술라디오 [밑줄] +231 물건이란 것이 요상해서 살 때는 내게 꼭 정말로 필요한 것 같단 말이야. 그것만 있으면 좀 더 완벽해질 것 같은 기분 있잖아. 쇼핑이 고민 해결사, 외로움의 치유사, 계절의 전령사, 권태로운 날의 활력소, 심심한 날의 친구였지. 각종 냄비, 각종 칼, 각종 프라이팬, 그릴, 약탕기, 요구르트 제조기, 두부 제조기, 나중엔 내가 평생 단 한 번도 쓸 일이 없는 야외 바비큐 조리 기구 세트를 샀어. 나는 야외를 싫어하거든, 나는 실내형 인간이야. 그 바비큐 조리 기구 세트 박스를 거실 한가운데 펼쳐놓고 생각했어. 내가 왜 쇼핑 중독증에 걸렸을까? 사실은 나는 누군가 우리 집 벨을 누르길 바랐던 거야. 누가 우리 집 현관과 거실에 들어오길 바랐던 거야. +232 파라솔 밑에서 나는 생각했어...
'ㄴ'에게 #9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 같다이렇게 살다간 죽을 것 같다'ㄴ' 하나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 다르다너 하나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 다르다
설계자들 [밑줄] +226 요즘엔 사람들이 모두 쥐새끼처럼 작아지고 약아져서 느리고 거대하며 아름다운 발자국들은 다 사라졌다는 게야. 거인이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이지. +227 좋은 정원이다.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딴청 피우듯 서있고 구석의 화단에는 자신의 계절을 조용히 기다리는 꽃이 있다. +228 식물의 뿌리처럼, 세상의 모든 비극은 자신이 발 디딘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래생은 자신이 뿌리내린 바닥을 떠나기에는 너무나 어렸다. +229 우리는 더럽고 역겹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을 결국 떠나지 못한다. 돈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가 이 역겨운 땅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그 역겨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더 황량한 세계에 홀로..
유혹하는 글쓰기 [밑줄] +206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207 내 경우에는 마치 살을 맞댄 듯 친밀하고 내가 잘 아는 것들에 대하여 쓸 때 글쓰기가 가장 순조롭다. 그런데 를 쓸 때는 고무잠수복을 입고 있는 듯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208 지금 온 세상이 보고 있는 것은 한 명의 얼간이일 뿐이지만, 그 얼간이는 '행복한' 얼간이, 그리고 모두들 그를 사랑한다 +209 지금 여러분의 책상을 한 구석에 붙여놓고, 글을 쓰려고 자리를 앉을 때마다 책상을 방 한복판에 놓지 않은 이유를 상기하도록 하자.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210 그들은 천재이며 거룩한 우연의 산물이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재능을 갖기는 커녕 제대로 이해..
Lee Clow *3Consumers never complain about ads being too smart.- 소비자들은 광고가 너무 스마트 하다고 결코 불평하지 않는다 *4No one remembers boring ads.But they never forget how boring your brand is.- 누구도 지루한 광고를 기억하진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의 브랜드가 얼마나 지루한지는 결코 잊지 않는다. *5Simplicity without elegance merely creates a quicker path to boredom.- 우아함 없는 단순함이란 단지 지루함으로 가는 빠른 길을 만들 뿐이다 *6Every project is not an opportunity for greatness,But any ..
이현우의 음악앨범 +201 6살 딸 아이의 유치원 운동회 아이를 업은 남편이 운동장을 돈다 비가 와도 뛰지 않던 남편이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구 한바퀴라도 돌 기세다 여자는 남편이 낯설다 13년간 알아온 그 남자가 맞나 싶다 남편은 어릴 적에 부모님을 여의고 외롭게 자랐다 아빠가 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부터 아이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한 아빠로 남편을 기억할 것이다 자리로 돌아오는 남편을 여자가 두 팔 벌려 맞이한다 남편의 땀냄새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202 아파트에 장이 열리는 날엔 자전거를 파는 아저씨도 바쁘다 무료로 수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도 기다리셨다는 듯 낡은 자전거 한대를 끌고 나오셨다 자전거가 쓰러지자 아저씨가 껄껄껄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