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86)
문장과 순간 [밑줄] +2068 "공중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게 책이다." - 민음사 박맹호 회장 흩어지는 말과 순간을 잡아놓는 게 글이다 +2069 그렇다. 뫼르소는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감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뫼르소에게 감각할 수 없는 죽음이, 죽음 이후의 세계가 중요했겠는가? +2070 "도스토예프스키보다 품 안의 고양이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던 장 그르니에를 떠올리게 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기억하게 한다. +2071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밑줄] +2067 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한다면 곧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들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 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 죽기 직전까지도 멈추지 않을 이런 거짓말, 이 무섭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을 인사차 들렀다든지, 커튼이 어떻다든지, 오찬 자리의 철갑상어 요리가 어떻다는 따위의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같은 수준으로 격하하는 이런 거짓말, 바로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는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하고 싫었다.
마음의 서재 [밑줄] +2029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이 너무 아파, 한참을 망설이다 늦어진 답장은 이렇다. 인생을 확 바꾸는 책은 없지만, 인생을 확 바꾸는 절실한 물음은 있다고. +2030 얼마 전 문득 깨달았다. 내겐 '앞으로 읽어야 할 수많은 책들의 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들이 놓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2031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니까. +2032 나는 '혼자 읽고 좋아하는 것'보다 '함께 읽고 기뻐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배웠다. +2033 무엇이든 이야기로 전달하면 지식의 파급력이 엄청나게 커지고 그 이미지의 잔상이 오랫동안 각인된다. +2034 '잡담처럼 들리는 것'이야말로 흥미로운 강의의 기술이다...
나는 나 [밑줄] +1957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삶이 나에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은 세상을 향해 던져진 하나의 물음이며, 나는 그 물음에 나의 해답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세상이 주는 답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 칼 융 +1958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만족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든 너 자신의 신화를 펼쳐라. 복잡하게 설명하려 하지 말고 누구나 그 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너에게 모든 것이 열려 있으니. 걸음을 옮겨라. 두 다리가 지쳐 무거워지면 너의 날개가 자라나 너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 잘랄루딘 루미 +1959 우리 내면의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는 영웅의 여행, 즉 한 인간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는 추구의 과..
인생의 역사 [밑줄] +1910 체호프는 입센의 작품을 보며 '인생은 저렇지 않아'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입센의 세계는 아무리 복잡한 비밀도 결국은 풀리면서 끝나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문학적인'세계라는 것. 체호프는 다르다, 라고 비평한 제임스 우드는 말한다. 체호프는 수수께끼로 시작할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로 끝낸다고. 인생의 질문들 앞에서 '난 모른다'라고 중얼거릴 따름이라고. +1911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1912 '인간이라는 직업'(알렉상드르 졸리앵) +1913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과 상대가 필요한 사람은 대등하게 약하지 않다. 전자는 내가 상대방을..
진심을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다 / 카스 [뮨의 포트폴리오] cass X grab a beer 2023년 1월 20일 On-Air
뜨끈한 국밥의 기억 #17 뜨끈한 국밥의 기억_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유밖에 없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허름한 돼지국밥집의 기억이 지금도 국밥을 사랑하게 된 이유의 전부다 비릿한 냄새의 어느 추운 날 왜 거기로 이끌려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리둥절한 채로 다 큰 사내들 투성이인 그곳에서 어린 난 주인이 던져주듯 함석테이블에 놓은 된장이 풀어헤쳐진 돼지국밥을 한숟갈 입에 물었다 따뜻했고 구수했고 알지못할 서글픔도 모두 삼키는 맛이었다 아마도 그날도 아버지는 불콰한 얼굴로 소주잔을 들이켰으리라 그의 상실과 그의 좌절을 난 알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는 늘 현학적이었고 나약했고 술에 취해 비칠거릴 때만이 사람 좋은 웃음을 흘러 놓을 뿐이었다 가족의 밥벌이를 책임지는 남자의 몫을 어머니..
더 많은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12월 / 대상그룹 [뮨의 포트폴리오] 대상X존중공룡(조구만스튜디오) 12월 소재_크리스마스 트리 편 12월 소재_눈 치우기 편 12월 소재_새해 결심 편 12월 소재_설날 잔소리 편
일의 기쁨과 슬픔 [밑줄] +1883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이기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도록 종종 배워왔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갈망은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완강하게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합리적인 정신 상태에서도 안전한 출세길을 버리고 말라위 시골 마을에 먹을 물을 공급하는 일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고급 비스킷보다도 섬세하게 통제되는 제세동기가 낫다는 것을 알기에,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을 그만두고 심장 간호사 일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가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
솔뮤직 러버스 온리 [밑줄] +1877 그는 늘 그녀가 바닥에 늘어뜨린 달콤한 그림자를 밟으며 그 여운을 맛보았다 +1878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길에 여자는 민감하거든 +1879 저 데니스와의 시간을 거쳐 나는 조금 합리적인 인간이 되었다. 나는 입 다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편안히 내버려 두는 법을. +1880 데니스는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그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던 당연한 사실이다. 햄버거는 미키D보다 버거킹 것이 맛있다, 치약은 토폴, 그런 식으로 그의 일상생활에 깔린 상식 속에 정리되어 있던 '데니스는 매력적이다.'라는 사실. +1881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질투하는 걸까. 커티스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질투한 모든 것이 그녀의 의지로 일어나지 않았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밑줄] +1860 인간은 생식이란 과업 이상을 꿈꾸게 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번식에 그치지 않고 번식 이상의 의미를 찾으면서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서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약육강식에 반대하고 인간의 선의를 발명하면서 인간이 되었다. 의미와 희망과 선의를 좇으면서 동시에 학살과 전쟁과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만들어온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대를 이어 생멸을 거듭해온 인간이란 종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혼돈의 시간에 그들은 어떤 기쁨과 불안과 고통을 느꼈을까 하고 자문해보곤 한다. +1861 희망은 답이 아니다.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탈진 상태인 이들에게 앞으로 희망이 있다..
더 많은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11월 / 대상그룹 [뮨의 포트폴리오] 대상X존중공룡(조구만스튜디오) 11월 소재_철새 편 11월 소재_축구 편 11월 소재_새모이가랜드 편 11월 소재_영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