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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밑줄] +2394인간은 필요하면 거의 모든 것에서 원하는 바를 찾아낸다. 외로운 영혼이 건설 현장 덤프트럭에서 심리적 위로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따뜻한 손길이 그립다 보면 녹슨 포클레인에서도 따쓰함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동양 고전에서 무엇을 찾아내든 상관없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문제는 그것을 만병통치약으로 포장해서 독자들에게 팔 때 시작된다. 그러한 부류의 고전 해석은 해당 고전보다는 그 판매자에 대해서 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 덤프트럭에서 정서적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덤프트럭에 대해서보다는 덤프트럭에서조차 위안을 찾아야 하는 그 사람의 상태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는 것처럼. +2395허위의식 중 대표적인 사례는 동양 고전을 통해서 서구..
#운명같은음악 / 스포티파이 [뮨의 포트폴리오]스포티파이X빈지노24년 5월 2일 On-Air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밑줄] +2379어쩌면 이 글은 우리들의 무관에 관한 이야기 +2380사랑이 되지 못한 단어들...단어와 마음이, 마주 보며서로를 모르는 체했다 +2381이 벽과 저 벽 사이에,다 다른 우리의 시차는 얼마나 더 멀어져야 할까?너머의 너와 이쪽의 내가 무관한 채로 서서히 저물어간다. +2382노래가 되지 못한 악보꽃이 되지 못한 그림들그리고 말이 되지 못한 문장들다시 마음이 되지 못한 편지들이해가 되지 못한 이해그런 것들이 모두 무관한 채이 어둠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2383그러니까 사랑은사랑한다.보다도 사랑일까,의심하는 순간이 더 사랑 같아서 +2384당신은 다를 거라 믿고 싶었던 거야.사랑은 그러니까당신만은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었던 거지...그래,그때부터우리는 이미이별이 시작되었지. +2385..
여행, 혹은 여행처럼 [밑줄]+2360여행을 일상의 탈출로 보는 의견에 반대한다. 그보단 차라리 매 순간 여행자의 태도로 살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선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361아도르노는 진정한 불의는 맹목적으로 자신을 정의로, 타자를 불의로 설정하는 장소에 있다고 말했지. 그 여름에 내가 너를  불의의 세력으로, 나를 정의의 세력으로 내 맘대로 결론 내린 것 미안해. +2362한때 BBC 방송국의 피디였던 조지 오웰은 에세이집 의 '시와 마이크'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에서 청취자는 어차피 어림짐작이지만 '단' 한 사람 같은 존재다. 수백만이 듣고 있을 수도 있지만, 각자 혼자 듣고 있거나 작은 그룹의 일원으로 듣고 있으며, 그 각자는 방송이 자기에게만 개인적으로 얘기하..
카페스토리 #21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때였다. 보건소에서 난생처음 남의 손에 콧구멍을 힘차게 찔리고, 그 이질감에 눈물을 찔끔 흘리곤, 터덜터덜 걸어가던 중이었다. 콧구멍과 목구멍 그 어디쯤 한 번도 손 닿지 않았던 순수한 내부의 속살이 자극받아서 일까? 어느덧 내 발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옻칠공방, 2평 남짓한 동네 미용실, 증기다리미가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세탁소를 지나자 소담한 성당이 나왔다. 성당의 담은 성인 남자의 가슴 높이였고,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성당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때마침 유아반의 아이들이 수녀님을 따라 어디론지 나들이 갈 모양인지 재잘거리며 줄을 서고 있었다. 성당 외벽 앞엔 커다란 성모 마리아의 조각이 두 팔을 내밀고 있었고, 아이들을 향해 두 팔을 내..
Thank for the music #20 한쪽 이어폰을 꽂은 채로 아들이 말한다. 이어폰이 고장 나서 한쪽만 들린다고. 이어폰이 귀걸이 마냥 늘 귀에 붙어 있는 녀석인지라, 사준지 1년도 안된 이어폰의 고장이 왠지 이해가 된다. 바쁘신 고2 아들을 대신해 서비스센터에 갔다. 재빨리 미리 검색해 보니 한쪽 이어폰이 고장이면 리퍼 제품으로 교환할 거라고. 근데 그게 가격이 상당하다. 불길한 예감에 서비스 센터 옆 매장에서 신품 이어폰의 가격을 살펴보았다. 고장 이어폰의 검사가 끝났고, 직원은 상냥하지만 피곤한 목소리로 말한다. 두 쪽 다 고장이라 비록 한쪽이 지금 들려도 곧 안될 거라고. 두 쪽 다 리퍼 제품으로 교환하는 비용과 신품을 사는 비용이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작은 망설임을 떨쳐내고 난 신품을 사주기로 결심한다. 선임 중 한 ..
의기양양한 패배 #19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한다. 좌우대칭의 반듯한 인물구도와 아름다운 색감, 회화처럼 하나하나 계산된 미장센과 인물들의 무심한 대사처리… 연극과 만화 그 사이 어디쯤 자리 잡은 느낌이 늘 내 시각과 마음을 간지럽혔다. 근데 그의 영화를 더 좋아하게 만든 계기가 있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 영화는 한 소녀가 어느 공원으로 책을 들고 찾아가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 공원의 중앙에는 한 근엄한 남자의 흉상이 보인다. 흉상에 적힌 글은 ‘국가의 보물과 같은 작가’. 그리고 소녀의 책 제목이 보인다. 이다. 영화에서는 그냥 ‘작가’라고 언급됐던 그 남자의 이름을 나는 의 메이킹북을 통해 짐작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는 액자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로 나오지만..
축하는 함께 하면 배가 되는 거야. 축배로! / 카스 [뮨의 포트폴리오] CASSX축배 *2024년 1월 On-Air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밑줄] +2306어떤 밤,꽃이 진 자리라던가달빛이 모여있는 자리를 걸으면다리가 순식간에 휘청거리곤 했습니다 +2307가만히 흘러가는 하루 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동공은 이 대용량의 끝없는 장면을어떻게 저장하나 놀랍다.심장은 이 영화를 어떻게한평생 제멋대로 재생하나 놀랍고. +2308산책은 살아있는 책이라 산책인가밤공기 속에 누가 이토록 숨 쉬는 문장을 숨겼나 +2309숲은 자연의 심장이라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아래로도 맥박이 뛰었다 +2310전나무 꼭대기에서 보았지오늘이 처음 착륙하는 자세를 +2311이곳엔 막 도착한 딱새가 밤이 눈동자를 디디곤 다시 날아올랐다...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2312오래전부터 손톱 밑에는아무도 모르는 당신이 박힌 까닭에 +2313모든 게 시시해지면 나는, 나..
The Art of Getting by #18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때론 모든 의욕을 사라지게 한다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 속에서 우린 어차피 죽을 삶의 의미란 건 도대체 무엇인가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주 오래된 인간의 근원적 질문이다 누군가는 그 질문의 답을 종교에서 찾고 영원불멸의 삶을 우린 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거대한 혼돈이라고 생각하며 염세주의적인 철학을 설파하기도 한다 바로 그 지점의 출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진지하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인간은 그 답을 알 수 없게 된다 성장기의 인간이라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직 말도 생각도 근육의 힘도 미성숙한 인간이라면 - 가령 9살이라던지 4살이라던지 하는 나이 – 삶의 의미 따위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육체를 컨트롤할 수 ..
스포티파이 #운명같은음악 [뮨의 포트폴리오] 스포티파이 X 잔나비 2023년 9월 25일 On-Air
별별명언 [밑줄] +2264 '온전', 이 단어가 성경에서는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누가복음, 6장 22절)에서 '성하면'으로 번역되었다. 즉 눈의 '초점이 맞으면' 제대로 빛을 볼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여러 겹의 이미지들을 갖고 있다. 그런데 초점을 잃으면 그 이미지들은 제각기 따로 보일 테고, 그 결과 우리는 그 여러 이미지들을 좇다 인생은 더욱더 복잡하게 꼬인다. +2265 야속한 상대방이 15분만 확보해 줬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짧았을 지는 몰라도 분명 감격스러웠을 것이고, 또 그 여운은 남은 생을 버티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호라티우수(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8)의 명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시간을 지키지 못한 우리의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