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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밑줄] +2218 여전히 인간에게는 정체가 분명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선호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분석 도구와 큰 차이는 없다. 이들 역시 사람들이 뭘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사려 깊게 묻는 것으로,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고 여긴다. 요컨대 우리의 의사결정이 '의식적인 수준', 적어도 그와 유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오판의 여지를 안고 있다. 즉 현대 비즈니스 문화의 정수 안에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뇌,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생각 프로세스를 분석해야 한다는 '가설'이 뿌리내리고 있다. 바로 이러한 가설 때문에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번번이 헛수고만 거듭하고..
씩 데이터 THICK data [밑줄] +2171 인류학은 공감과 선입견 없는 관찰, 총체적 접근을 통해 감춰진 이면을 포착함으로써 인류가 현재 어디로 가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갈지 통찰을 얻는 학문이다. +2172 문화 상대주의적 시각이란 나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보는 것을 가리킨다. +2173 한국 시장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국 시장은 경쟁이 극심하다.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필립모리스의 비전은 '담배 연기 없는 미래 Smoke-Free Future'다. 이를 위해 10년간 13조 원을 쏟아부어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개발했다. 그런데 아이코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 리딩 경쟁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했다. 그뿐 아니라 이후 평균 7개..
우리를 배반한 근대 [밑줄] +2041 역사의 진실은 희망과 환멸 사이, 아니면 기대와 두려움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2142 나는 근대를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형성되어 그 이후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가치(그리고 제도)가 지속된 시대'라는 뜻으로 쓰려한다 +2143 에리히 프롬은 고독과 무력감으로 불안해할 때 누군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더라도 불안을 없애준다고 약속하면 자유에서 벗어나 그 관계 속으로 도피하거나 복종으로 도피하는 강력한 경향이 생겨난다고 보았다. +2144 근대의 사회체제는 개인을 발달시켰지만 개인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고, 자유를 증대시켰지만 새로운 종류의 의존을 낳았다. +2145 독립된 자아는 도덕적, 공동체적 유대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만의 ..
언어의 무게 [밑줄] +2092 글쓰기는 새로운 사람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확성과 이해를 만들어낸다. 또는 그런 착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언어에 운이 좋은 사람은 스스로를 향해 눈을 뜨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시간을 경험한다. 시의 현존이라는 시간이다. - 페드루 바스쿠 드 알메이다 프라두 1903, 리스본 +2093 여행 가방 바퀴들이 포장석 위를 굴러가며 덜컹거렸다... 레이랜드는 창가 우묵한 벽감에 앉아 건너편 집을 바라봤다. +2094 사람들은 아마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고 기대하겠지.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니까. +2095 "때가 되면 이 편지를 당신에게 주라고 단단히 이르셨습니다. 이게 진짜 유산이라고 하셨지요." "서명할 때 커다란 확대경을 가..
문장과 순간 [밑줄] +2068 "공중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게 책이다." - 민음사 박맹호 회장 흩어지는 말과 순간을 잡아놓는 게 글이다 +2069 그렇다. 뫼르소는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감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뫼르소에게 감각할 수 없는 죽음이, 죽음 이후의 세계가 중요했겠는가? +2070 "도스토예프스키보다 품 안의 고양이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던 장 그르니에를 떠올리게 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기억하게 한다. +2071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밑줄] +2067 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한다면 곧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들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 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 죽기 직전까지도 멈추지 않을 이런 거짓말, 이 무섭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을 인사차 들렀다든지, 커튼이 어떻다든지, 오찬 자리의 철갑상어 요리가 어떻다는 따위의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같은 수준으로 격하하는 이런 거짓말, 바로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는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하고 싫었다.
마음의 서재 [밑줄] +2029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이 너무 아파, 한참을 망설이다 늦어진 답장은 이렇다. 인생을 확 바꾸는 책은 없지만, 인생을 확 바꾸는 절실한 물음은 있다고. +2030 얼마 전 문득 깨달았다. 내겐 '앞으로 읽어야 할 수많은 책들의 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들이 놓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2031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니까. +2032 나는 '혼자 읽고 좋아하는 것'보다 '함께 읽고 기뻐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배웠다. +2033 무엇이든 이야기로 전달하면 지식의 파급력이 엄청나게 커지고 그 이미지의 잔상이 오랫동안 각인된다. +2034 '잡담처럼 들리는 것'이야말로 흥미로운 강의의 기술이다...
나는 나 [밑줄] +1957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삶이 나에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은 세상을 향해 던져진 하나의 물음이며, 나는 그 물음에 나의 해답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세상이 주는 답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 칼 융 +1958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만족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든 너 자신의 신화를 펼쳐라. 복잡하게 설명하려 하지 말고 누구나 그 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너에게 모든 것이 열려 있으니. 걸음을 옮겨라. 두 다리가 지쳐 무거워지면 너의 날개가 자라나 너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 잘랄루딘 루미 +1959 우리 내면의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는 영웅의 여행, 즉 한 인간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는 추구의 과..
일의 기쁨과 슬픔 [밑줄] +1883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이기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도록 종종 배워왔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갈망은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완강하게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합리적인 정신 상태에서도 안전한 출세길을 버리고 말라위 시골 마을에 먹을 물을 공급하는 일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고급 비스킷보다도 섬세하게 통제되는 제세동기가 낫다는 것을 알기에,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을 그만두고 심장 간호사 일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가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
솔뮤직 러버스 온리 [밑줄] +1877 그는 늘 그녀가 바닥에 늘어뜨린 달콤한 그림자를 밟으며 그 여운을 맛보았다 +1878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길에 여자는 민감하거든 +1879 저 데니스와의 시간을 거쳐 나는 조금 합리적인 인간이 되었다. 나는 입 다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편안히 내버려 두는 법을. +1880 데니스는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그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던 당연한 사실이다. 햄버거는 미키D보다 버거킹 것이 맛있다, 치약은 토폴, 그런 식으로 그의 일상생활에 깔린 상식 속에 정리되어 있던 '데니스는 매력적이다.'라는 사실. +1881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질투하는 걸까. 커티스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질투한 모든 것이 그녀의 의지로 일어나지 않았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밑줄] +1860 인간은 생식이란 과업 이상을 꿈꾸게 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번식에 그치지 않고 번식 이상의 의미를 찾으면서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서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약육강식에 반대하고 인간의 선의를 발명하면서 인간이 되었다. 의미와 희망과 선의를 좇으면서 동시에 학살과 전쟁과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만들어온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대를 이어 생멸을 거듭해온 인간이란 종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혼돈의 시간에 그들은 어떤 기쁨과 불안과 고통을 느꼈을까 하고 자문해보곤 한다. +1861 희망은 답이 아니다.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탈진 상태인 이들에게 앞으로 희망이 있다..
수영이야기 2 나 말곤 아무도 없는 영화관처럼 나 말곤 아무도 없는 수영장이 제일 좋아